20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여당이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규제 3법을 강행하면 '정의선 체제' 안착에 적잖은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아예 현대차를 겨냥한 '규제 폭탄'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가 매우 복잡하다.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등 순환출자 고리로 얽혔다.
정 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2.62%, 1.74%, 0.32% 밖에 갖고 있지 않다. 정 회장이 지분율 10% 이상을 확보한 주요 회사는 현대글로비스(23.29%)와 현대오토에버(19.47%), 현대엔지니어링(11.72%) 정도다.
정 회장으로서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차 5.33%, 현대모비스 7.13% 등 지분을 가졌다. 정 회장이 아버지로부터 이를 물려받더라도 상속세율이 무려 60%까지 치솟아 안정적인 승계가 쉽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모비스를 분할한 뒤 글로비스와 합병해 지주사로 삼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이에 당시 미국 투기자본 엘리엇이 딴지를 걸어 개편이 무산됐다.
정부·여당 원안에 따르면 사익 편취 규제 강화로 계열사 간 거래가 제한받는 총수 일가 지분율은 현행 30%에서 20%로 낮아진다. 글로비스 합산 지분율을 29.99%에 맞춘 정 회장 부자(父子)는 보유 지분을 추가로 처분해야 한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려 해도 지주회사가 보유한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을 높여야 해 비용 부담이 크다. 또한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같은 금융 계열사를 포기해야 한다.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대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 범위도 지분 3%까지만 인정된다.
해당 조항이 입법 과정에서 살아남는다면 외국계 투기자본이 소수 지분으로 감사위원을 확보해 회사 내부 자료를 들여다 보는 상황이 우려된다. 2년 전 엘리엇에게 곤욕을 당한 현대차로서는 그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남다르다.
재계 관계자는 "규제 3법의 몇몇 조항을 보면 마치 현대차를 비롯한 특정 기업을 콕 집어서 압박하려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라며 "기업 승계에 관한 접근법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상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