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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술시험원 강원시험소 '의혹투성이'...이원복 전 원장 강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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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술시험원 강원시험소 '의혹투성이'...이원복 전 원장 강행 논란

퇴임 한달 앞둔 원장, 이사회 반대 무시하고 서둘러 '설립 밀어부치기' 결정
이사회 승인과정, 시공사 선정 회의록도 아예 없어 '고의 누락' 의혹 제기
KTL "회의록 찾는데 시간 걸려...시공사 자료 조달청 진행탓에 없다" 미온적

지난 2017년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국정감사에서 이원복 당시 원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2017년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국정감사에서 이원복 당시 원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강원지역 최초의 국제수준 의료기기 시험인증시설로 주목을 받았던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강원시험소(전자파 10M 챔버)가 지난 2017년 말 사업 결정 당시 KTL 이사회에서 정상적인 의사결정 과정 없이 최종 승인됐다는 의혹이 최근 제기돼 후폭풍이 예상된다.

21일 KTL과 업계에 따르면, 2018년 9월 6일 착공식을 가진 KTL 강원시험소는 건물 공사를 완료하고 현재 내부에 시험장비 등을 설치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인 KTL의 강원시험소는 강원도 원주시 1765㎡ 부지에 연면적 2642㎡, 지상 3층 규모의 시설로 의료용 전기전자제품과 가정용 전자기기, 자동차전장품 등 다양한 전기전자제품의 전자파 적합성(EMC) 시험을 주업무로 수행한다.

원주 의료기기테크노밸리(WMIT)가 부지를 제공했고, KTL이 전체 사업비 147억 원 중 60억 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87억 원은 국비로 충당됐다.

KTL 강원시험소 신축은 앞서 몇 년 동안 검토돼 오다가 2017년 11~12월 사이 KTL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KTL 내부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의 제보에 따르면, 당시 KTL 이사회에서 강원시험소 신축사업의 정상적인 의사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사회에서 상당수의 이사들은 강원시험소 설치에 반대 의견을 냈지만 당시 KTL 원장이던 이원복 전 원장이 사업 승인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KTL 강원시험소 사업의 최종 승인 과정을 담은 이사회 회의록 내용마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회의 내용 기록 과정이 아예 없었거나 고의 누락, 또는 기록됐더라도 관리소홀에 망실 등의 의혹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사업 승인 이후 건축공사 등 시공업체 선정 관련 이사회 회의록도 찾을 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6월 야당의 최 모 의원측이 KTL에 2017년 당시 '강원시험소 사업 결정과정' 관련 이사회 회의록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KTL로부터 '강원시험소 시공업체 선정 관련 별도 회의록이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KTL 강원시험소 신축에 건축, 전기, 통신, 소방 등 4개 업체가 시공업체로 선정됐으며, 공사계약 금액은 각각 적게는 1억 3000만 원에서 많게는 25억 원이 집행된 총 36억 5900만 원 규모의 사업이었다.

업계에선 공공기관인 KTL이 수십억 원 규모 사업을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결정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불가피하게 원장이 최종 결정하더라도 반드시 사후에 이사회의 추인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공기관으로서 이사회 결정 과정을 기록하고 보관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KTL 천안 전력신산업 시험소 구축사업은 2016년 7월 27일 42회 이사회 의사록에 원안 의결된 내용이 기록·보관돼 있으며, 아랍에미리트(UAE)와 미국의 해외사무소 설치도 2016년 12월 27일 43회 이사회 의사록에 원안 의결이 기록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사회 최종 결정 당시 회의장 안에서는 사업을 강행하려는 원장과 이를 반대하는 이사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고, 이를 회의장 밖 KTL 직원들도 들었다"고 당시를 회고하며 "그럼에도 해당 이사회 회의록이 없다는 것은 KTL이 의도를 갖고 숨기려는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KTL 관계자는 "시공업체 선정은 조달청을 통해 진행했기 때문에 별도의 이사회 회의록은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 관계자는 "최종 사업승인 관련 회의록은 최근 서고를 이전했기에 찾는데 시간이 걸린다. 찾더라도 보안 규정 등을 검토해 공개가 가능한 지 살펴봐야 하고, 이 안건을 이사회에서 다뤘는지, 내부 위원회에서 다뤘는 지도 살펴봐야 한다 "고 밝혀 공개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이같은 KTL의 해명에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조달청 등 외부기관을 통해 시공업체를 선정하더라도 외부기관이 진행하기로 결정한 과정에 이사회 논의가 있어야 하고, 해당 내용이 기록돼 있어야 마땅하다"며 반박했다.

더욱이 첨단 IT기기 시험인증기관 KTL이 주요 사업을 결정한 이사회 회의록을 서고를 옮겨서 찾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해명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기본 시각이다.

KTL 강원시험소 신축사업 최종 결정이 이원복 전 원장의 재직 만료 시점인 2017년 12월 말 직전에 이뤄졌다는 점도 의혹거리로 제기됐다.

2014년 10월 취임한 이 전 원장은 2017년 10월 3년 임기가 만료됐지만 같은 해 12월 말까지 원장 업무를 수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임기만료를 앞둔 기관장은 신규사업 결정을 자제하고 후임자에게 넘긴다"고 말해 퇴임 직전 서둘러 사업을 강행한 이 전 원장의 의도에 의문을 표시했다.

이처럼 석연찮은 강원시험소 신축사업 강행 과정에서 이 전 원장으로 의혹의 시선이 가는 이유는 이 전 원장이 과거에도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부적절한 처신으로 수차례 잡음을 일으킨 전례가 있은 탓이다.

2017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이 전 원장이 KTL 원장으로 취임하기 전인 2007년 KTL 연구위원으로 근무했을 때 배우자에게 수의계약 특혜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국감에서 우 의원은 "이 원장은 KTL 연구위원으로 근무 중 배우자가 실소유주로 있는 헬스장에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하고, 이메일을 통해 업무를 보고받는 등 실질적인 고용인으로서의 지위를 행사했다"며 "이원복 원장은 임기가 일주일 여 앞두고 있지만 당장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전 원장은 지난 2018년 6월 산업부 종합감사에서 원장으로 재직하던 2017년 2월 해외출장 공식일정에 없는 유럽 현지관광을 즐긴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제보 관계자는 이 전 원장이 KTL 직원들 사이에서도 불신이 컸고, 강원시험소 착공 당시 건물 규모와 당시 주변 건물 시세를 감안할 때 공사비가 터무니없이 많다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전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