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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별세] "마누라.자식 뺴고 다 바꾸라"…故 이건희 회장의 ‘말 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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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별세] "마누라.자식 뺴고 다 바꾸라"…故 이건희 회장의 ‘말 말 말’

이건희, 촌철살인 화법으로 삼성 초일류 기업으로 이끌어

1993년 신경영 선언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1993년 신경영 선언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진=삼성전자
25일 향년 78세로 타계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으로 경영의 주춧돌이 될 만한 수많은 어록을 남겼다.

특히 이 회장의 발언들은 잠자고 있던 삼성의 혁신본능을 깨워 삼성을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시키는데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이 남긴 수많은 어록 가운데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는 발언은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회의에서 있었던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신(新)경영 선언'이라고도 불리는 이 발언은 그해 있었던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LA)회의에서 촉발됐다.

당시 이 회장은 LA 가전제품 매장 한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방치된 삼성 전자제품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이 회장은 그해 6월 독일로 삼성 임원 200여명을 긴급 소집해 "양(量) 위주의 사고방식을 버리고 질(質) 위주의 경영을 펼치라"고 강조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04년 삼성 반도체 공장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04년 삼성 반도체 공장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 회장은 충격요법을 통해 현실에 안주하던 삼성 임직원들에게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그는 1995년 3월 삼성전자 경북 구미사업장 운동장 한복판에 삼성의 대표 휴대전화 '애니콜'과 무선전화기, 카폰, 팩시밀리 등 15만대를 쌓아놓고 직원 2000 여명 앞에서 화형식을 지시했다.

당시 삼성전자가 판매한 무선전화기 중 불량품이 있다는 보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회장은 화형식을 지켜보는 임직원들에게 "돈받고 불량품을 만들다니 고객이 두렵지도 않나"며 일침을 가했다.

이 회장은 근무방식에 있어서도 파격적인 방법을 도입해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그는 1993년 7월 7일 일명 '7.4제(아침 7시에 출근하고 오후 4시에 퇴근)'를 도입했다.

당시 그는 "과장에서 부장까지 5시까지 정리하고 모두 사무실을 나가세요. 이것은 명령입니다"라고 지시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1년 7월 선진제품비교전시회를 참관하며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삼성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1년 7월 선진제품비교전시회를 참관하며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삼성그룹

다음은 이건희 회장의 주요 어록.

△ "미래지향적이고 도전적인 경영을 통해 90년대까지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다." (1987년 12월 1일 회장 취임사)

△"뛸 사람은 뛰어라. 바삐 걸을 사람은 걸어라. 말리지 않는다. 걷기 싫으면 놀아라. 안 내쫓는다. 그러나 남의 발목은 잡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왜 앞으로 가려는 사람을 옆으로 돌려놓는가?"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회의)

△ "출근부 찍지 마라. 없애라. 집이든 어디에서든 생각만 있으면 된다. 구태여 회사에서만 할 필요 없다. 6개월 밤을 새워서 일하다가 6개월 놀아도 좋다. 논다고 평가하면 안 된다. 놀아도 제대로 놀아라." (1993년 6월 프랑크푸르트 회의)

△ "결국, 내가 변해야 한다. 바꾸려면 철저히 바꿔야 한다. 극단적으로 얘기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 (1993년 6월 프랑크푸르트 회의)

△ "불량은 암(癌)이다. 삼성은 자칫 잘못하면 암의 말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생산 현장에 나사가 굴러다녀도 줍는 사람이 없는 조직이 삼성전자이고 3만 명이 만들고 6000명이 고치러 다니는 비효율, 낭비적인 집단인 무감각한 회사다." (1993년 6월 프랑크푸르트 회의)

△ "과장에서 부장까지는 5시까지는 정리하고 모두 사무실을 나가세요. 이것은 명령입니다." (1993년 7·4제 실시 지시)

△ "우리나라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다." (1995년 중국 베이징 특파원들과의 간담회)

△ "제트기가 음속(1마하)의 두 배로 날려고 하면 엔진의 힘만 두 배로 있다고 되는가. 재료공학부터 기초물리, 모든 재질과 소재가 바뀌어야 초음속으로 날 수 있다." (2002년 4월 사장단 회의)

△ "200∼300년 전에는 10만∼20만 명이 군주와 왕족을 먹여 살렸지만 21세기는 탁월한 한 명의 천재가 10만∼20만 명의 직원을 먹여 살린다." (2002년 6월 인재 전략 사장단 워크숍)

△ "인재를 키우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사과나무를 심어야 한다." (2003년 5월 사장단 회의 이후 기자 간담회)

△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샌드위치 신세다." (2007년 1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단 회의)

△ "삼성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일이라면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기꺼이 협력하는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 (2011년 1월 신년사)

△ "여성 인력을 잘 활용하지 못하면 회사와 나라의 손해다." (2012년 여성 승진자 오찬)

△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내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2010년 3월 회장으로 경영복귀)

△ "자만하지 말고 위기의식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실패가 두렵지 않은 도전과 혁신, 자율과 창의가 살아 숨 쉬는 창조경영을 완성해야 한다." (2013년 10월 신경영 20주년 만찬)

△ "다시 한번 바꿔야 한다. 변화의 주도권을 잡으려면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 (2014년 1월 신년사)


오만학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