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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2050년 탄소중립'에 공기업 동참 밝혔지만...산업개편·LNG발전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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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2050년 탄소중립'에 공기업 동참 밝혔지만...산업개편·LNG발전 '난제'

한전, 저탄소·친환경 해외사업 전환 발표 호응...환경단체 일제히 환영
화석연료 의존, 탄소배출량 10위권 현실에 학계, 실현 가능성 의문 제기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회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의사당 본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동취재사진 이미지 확대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회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의사당 본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동취재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회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자 한국전력이 저탄소·친환경 해외사업 전환 방침을 밝히는 등 에너지 공기업들도 '탄소중립 경영'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화석연료 중심의 국내 산업구조를 전면 개편해야 하는 현실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재 마무리 논의 중인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정부의 후속조치와 향후 산업계의 대응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29일 한전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28일 "에너지전환 시대에 따른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향후 해외사업 추진 시 신재생에너지, 가스복합 등 저탄소·친환경 해외사업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오는 2050년 이후 한전이 운영하는 해외 석탄화력발전사업은 모두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현재 운영 중인 해외 석탄화력발전사업도 국제 환경기준보다 더욱 엄격한 환경기준을 적용해 친환경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한전의 발표는 28일 문 대통령이 국회에서 '2021년도 정부예산안 시정연설' 중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가겠다"고 밝힌 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앞서 지난 15일 국회의 한전 국정감사에서 김종갑 한전 사장은 "해외 석탄화력발전 신규사업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는 답변의 연장선상에서 한전이 '탈석탄' 시점을 2050년으로 잡았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탄소중립이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줄이거나 흡수량을 늘려 순 배출량을 영(0)으로 만드는 것이다.

기후과학계에 따르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1.5℃ 상승 이내에서 억제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늦어도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내년 1월부터는 기존 선진국에게만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과하던 '교토의정서 체제'가 종료되고, 195개 회원국 모두에게 구속력이 있는 '파리기후변화협약 체제'가 시작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모든 회원국은 오는 2050년까지의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담은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을 올해 말까지 제출해야 한다.

환경단체에 따르면, 이들 회원국 중 유럽연합(EU), 영국, 프랑스 등 120개국은 자발적으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중국은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며, 일본은 문 대통령 발표 이틀 전인 지난 26일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7월 '그린뉴딜' 정책발표 때까지도 '탄소중립'을 밝히지 않아 국내외 환경단체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따라서 이번 문 대통령의 선언은 국제사회 노력에 동참해 '탄소중립 일정'을 처음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그린피스, 기후솔루션, 에너지전환포럼 등 환경단체들도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가는 길은 녹록치 않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7억 280만톤으로,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규모이다.

에너지전환포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발전·에너지 부문에서 가장 많은 2억 30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고, 이어서 철강 부문 1억 1000만톤, 석유화학 6000만톤, 시멘트 4000만톤, 정유 3000만톤 등을 배출했다.

기업별로는 지난해 포스코가 가장 많은 8100만톤을 배출했고, 이어서 발전5사가 각각 3500만~5400만톤씩, 현대제철이 2100만톤, 삼성전자가 1000만톤을 배출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산림 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양(LULUCF)은 총 4200만톤이었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산술적으로 30년간 매년 발전공기업 0.5개 또는 현대제철 1개 규모에 해당하는 2300만톤씩 배출량을 줄여 이후 매년 4200만톤 이내로 배출량을 억제해야 하는 셈이다.

에너지전환포럼 관계자는 "발전부문은 물론, 철강, 석유화학 등의 분야에서도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가동하는 기술은 이미 개발돼 있다"며 "이를 상용화할 수 있도록 투자를 늘리고 정책적 뒷받침을 제공한다면, 산업 위축보다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에너지 전문가인 한 대학교수는 "철강업체가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려면 전기로를 사용해야 하고,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아직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기술이 없다"면서 "현 정부 들어 액화천연가스(LNG)화력발전이 늘었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이 더 늘어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이 붙은 것인데, 이런 정부가 어떻게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실현가능한 계획을 세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파리협약 목표 달성을 위한 방향성에는 동감하나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 에너지 집약구조의 한국산업 입장에선 고민"이라고 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