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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기업 막는 상속세①] 한국에서 기업승계 3대 못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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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기업 막는 상속세①] 한국에서 기업승계 3대 못 간다

이건희 삼성 회장 '10조 상속세' 화두로...'코로나 추경' 맞먹는 규모
'징벌적 과세' vs '부의 재분배' 논란 가열
100% 지분 3대째 물려주면 16%만 남아
3세로 이어지면 지분율 16%로 '뚝'...'오너십'으로 큰 기업, 가업 승계 보장해야

이재용 부회장(오른쪽)이 지난 20~21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있는 삼성 복합단지를 찾아 스마트폰 생산공장 등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용 부회장(오른쪽)이 지난 20~21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있는 삼성 복합단지를 찾아 스마트폰 생산공장 등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최근 기업 상속세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경제발전과 세계 초일류 기업의 탄생을 위해 100년 장수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기업 상속에 따른 ‘세금 폭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 100년 글로벌 기업이 계속 나올 수 있는 법규 개정과 이를 위한 풍토를 조성하는 취지에서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남긴 주식 평가액은 18조 2251억 원에 이른다.

이 회장 재산을 물려받을 상속인들이 내야 할 상속세만 10조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속세율이 적절한지를 놓고 논쟁이 뜨겁다.

31일 재계 등에 따르면 주식에 대한 상속세만 10조 6000억여 원으로 추산된다. 18조 2200억 원에 최대주주에게 적용되는 할증률 20%를 더하고(21조 8600억 원) 상속세 최고 세율 50%를 매기면 10조 9300억 원이다.

여기에 세금 자진 신고로 3%를 공제받는다면 10조 6000억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4월 통과시킨 1차 추경 예산안(11조7000억 원)과 맞먹는 규모다.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은 50%이지만 주식에 대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이면서 실질 세율은 60%나 된다.
오너 3세인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상속세를 완납하면 경영권을 지키기 어려워진다. 극단적인 예시이지만 기업 지분 100%를 보유한 경영인이 2세에게 가업(家業)을 물려주면 지분이 40%밖에 남지 않는다. 3세까지 내려오면 지분율은 16%로 떨어진다.

세금을 내느라 3대를 못 가 기업 경영권이 흔들리는 상황이 빚어지는 셈이다.

실제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삼성가(家)에서 부담할 상속세를 없애 달라는 청원이 올라오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기도 했다.

청원인은 "(이건희 회장은) 나라를 위해 일하셨던 분으로 존경받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재산 18조 원 중에서 10조 원을 상속세로 가져가려 한다"라며 "18조 원이라는 자산도 세금을 다 내면서 벌어들인 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삼성은 우리나라를 위해 일했는데 우리나라는 삼성을 위해 이런 것(상속세 폐지)도 못해주느냐"고 반문했다.

우리나라 상속세 실질 최고세율이 60%까지 매겨지기까지 공론화 과정이 있었다기보다는 정부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

역사적으로 보면 일제강점기인 1934년 '조선상속세령'으로 만들어진 상속세 제도는 해방 후인 1950년 3월 상속세법 제정으로 이어진다. 당시 이승만 정부는 최고세율을 90%나 적용했다. 박정희 정부 말인 1979년 67%까지 낮아진다.

당시만 해도 국민이 벌어들인 소득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워 소득세를 걷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경제활동 최종 결과물 격인 상속 재산에 세금을 물리는 방식을 택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 가장 설득력 있다.

상속세는 이후 몇 차례 조정이 이뤄지며 현재에 이른다. 상속세율은 2000년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지돼 왔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경제 규모가 커지고 세금을 걷는 기법이 발달한 지금에도 높은 상속세율을 유지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커진다.

더구나 전문 경영인 체제보다 최대주주가 직접 '오너십'(소유주로서 책임 의식)을 발휘해 성장해 온 경제 구조상 부동산 등 다른 자산과 별개로 '가업' 승계 만큼은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성상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