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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메타버스에서 택배 노동자들의 삶에 다가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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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메타버스에서 택배 노동자들의 삶에 다가가자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
2020년 4월 초, 길가에 앉아 케이크를 먹으며 울고 있는 택배원의 영상이 인터넷에 올랐다. 영상의 주인공은 중국 우한의 택배 근로자였다. 그는 앱에서 배달 주문을 확인하고, 케이크가게에 물건을 가지러 갔다. 케이크가게에서 케이크와 주문서를 받은 택배원은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주문서에 적힌 케이크 수취인은 택배원 본인이었다. 누군가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그런 주문을 한 것이다. 마침 그날은 택배원의 생일이었다.

봉쇄된 도시 우한에서 대부분 관공서와 학교, 상점들은 문을 닫았다. 이 상황에서 더욱더 바빠진 이들은 택배원이었다. 의약품, 음식, 마스크, 각종 생필품을 시민들에게 배달하기 위해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평소보다 더 긴 거리를 이동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일상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한 택배원의 사연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병원에 있는 의사에게 가족이 지은 밥을 배달한 사연, 혼자 갇혀 지내며 우울증에 걸린 고객과 배달이 끝난 후에도 안부를 전하며 위로한 사연, 외딴곳에 갇힌 고양이를 구해준 사연 등이었다. 시민들은 그 택배원이 소셜미디어에 올려주는 사연, 즉 라이프로그(lifelog)를 보면서 봉쇄된 도시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여전히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으며 힘을 얻었다.
국내 택배 시장은 연평균 8.2% 수준의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택배비 평균 단가는 10년 전 약 2500원에서 2020년 현재 2000원 초반까지 떨어진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객과 택배원 간의 갈등이 끊임없이 보도된다.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고, 계단으로 물건을 배달하라는 공지를 붙인 아파트가 있다는 믿기 어려운 소식까지 등장했다. 올해 들어서만 총 13명의 택배 근로자가 과로사(추정)로 사망했으며, 자살 기사도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온라인 상거래의 활성화, 특히 비대면이 일상화된 상황에 사람들은 택배 서비스를 더 많이 찾고 있다. 반면 그 서비스를 지탱하는 택배 근로자들에 관한 사회적 관심은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는 택배 서비스를 하나의 소프트웨어나 앱처럼 인식한다. 앱에서 버튼만 몇 번 누르면 자동으로 물건이 ‘짠’하고 나타나는 느낌이다. 택배 앱,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거울 세계 방식의 메타버스이다. 메타버스는 디지털 세계라 할 수 있는데, 그 중 거울 세계는 현실을 복사한 온라인 세계를 의미한다. 택배 앱은 내 물건을 중심으로 배달 세상을 보여주는 메타버스이다. 여기서 문제가 있다. 몇 개의 아이콘, 숫자, 짧은 단어를 이용해 정보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다 보니, 그 뒤에 사람이 있음을 망각한다. 앱만 가지고 물건이 저절로 옮겨질 리가 없는데도 말이다. 누군가 땀 흘리며 짐을 분류해 들어 올리고, 차에 옮겨주며, 높은 계단을 오르기에 우리 집까지 안전하게 도착한다는 것을.

택배가 앱 형태로 메타버스화가 되기 전에는 오히려 이런 문제가 덜했다. 전화로 물건을 주문하고, 급하면 전화를 해서 물건의 위치를 묻거나 배달받는 방법을 의논하고, 대면으로 물건을 주고받던 시절에는 사람 간에 직접 소통이 있었다. 물론 택배의 메타버스화가 앞서 언급한 문제의 전적인 원인은 아니다. 택배 앱을 버리고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기도 어렵다.

택배 서비스에 소셜미디어 기능을 더해보면 어떨까? 택배회사에 택배 근로자들의 이야기를 라이프로그 형태로 소셜미디어에 공유해줄 것을 제안한다. 특정 개인의 이야기를 올린다면 부담될 수 있으니, 여러 택배 근로자를 상징하는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면 좋겠다. 택배 근로자들이 자신의 배달 사례를 소셜미디어 메타버스 관리자에게 보내는 방식이다. 관리자는 그런 사례를 정리해서 가상 캐릭터를 통해 소셜미디어에 공유한다. 이야기를 통해 택배 서비스와 택배 근로자에 관한 고객 인식을 개선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면 좋겠다.

2000~2500원 남짓한 비용으로 수백 킬로미터 먼 곳의 물건이 어떻게 하루 이틀 만에 문 앞까지 도착하는지 우리는 그 이면의 이야기를 알아야 한다. 서로의 이야기를 알아야 서로 이해할 수 있다. 이해는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플랜비디자인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