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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아홉수에 관한 유쾌한 상상…김도은 안무의 'A-Ho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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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아홉수에 관한 유쾌한 상상…김도은 안무의 'A-Ho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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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은 안무의 'A-Hopes'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주최, 두리춤터(예술감독 임학선, 총연출 강낙현) 주관의 2020 신진국악실험무대 ‘청춘대로 덩더쿵!’에 초대된 김도은 안무의 <A-Hopes>가 최근 두 차례 방배동 두리춤터 블랙박스에서 극장에서 있었다. ‘청춘대로 덩더쿵!’은 전통 재해석에 남다른 재주가 있는 도전적 춤에 매진하면서 차세대 한국공연예술을 이끌어갈 인재 발굴·육성 프로그램이다.

2015년부터 시작된 ‘청춘대로 덩더쿵!’ 공연은 이번이 다섯 번째이다. 주목할 신진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전통에 기반한 새로운 시각으로 춤을 재발견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창조를 도모하는 가운데, 약 5개월 동안 우수한 신진안무가들의 창작을 다각적으로 지지하는 프로그램이다. 김도은-상자루, 양한비-박준형, 박철순-조봉국, 류일훈-안태원, 유효정-박한결과의 안무가-음악가 조합이 춤 속에 음악이 용해되는 놀라운 조화로써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도출해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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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은 안무의 'A-Ho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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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은 안무의 'A-Hopes'

김도은은 안무작 <A-Hopes>(아홉수)에 관한 상상을 움직임화 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십 년을 마무리하는 아홉은 무죄다. 아홉수는 자신의 잘못을 전가시키고, 최면을 걸고 위안을 받는 숫자이다. 아홉이라는 숫자는 결핍을 의미하는 숫자로 인지되기 때문에 위로받아 마땅하다. 2019 전주세계소리축제 프론티어 부문 1위를 수상한 상자루는 9박과 8박의 음악이 각각 가지고 있는 장단의 율동감을 통해 미완성된 불편함, 완성된 편안함을 오가며 진흙 속에서 핀 꽃을 연주하고 연출해 내었다. 이들의 춤과 음악은 조화로운 깊은 울림을 주었다.

<A-Hopes>는 나이가 아홉에 걸려있을 때 주위에서 들려오던 말들로 정말 아홉은 부정적 일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사람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역학과 나이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안무가는 자신의 마음을 투사하여 아홉수에서 벗어나 앞날을 넓게 보며 희망적으로 살아가기를 희구한다. 누구나 겪어봤을 각자의 아홉수를 가지고 안무가 자신의 방식대로 위로하며 아홉수는 부정이 아닌 성장을 위한 희망(hopes)이라는 메세지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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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은 안무의 'A-Ho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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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은 안무의 'A-Hopes'

숫자 '9'는 십진법 체계 안에서 가장 큰 숫자로 '1'이 부족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경계에 걸쳐 곤경에 빠지는 숫자이다. 젊은 안무가 김도은은 삼재와 액살과 관련된 자료를 찾아내고, 액막이굿을 춤의 모티브로 삼는다. 액막이굿에서는 기원의 두 손이 핵심이라고 판단, 손을 맞대어 움직이는 동작이 주동작이 된다. 안무가에게 각자의 고난을 자기 방식으로 위로하고 응원하는 아홉수는 부정을 최면하는 숫자가 아니라 성장을 위한 희망(Hopes)이다.

장(場)의 구성; 장마다 아홉수 관련 이야기가 핵심 동작으로써 프롤로그처럼 설정된다. 도입부의 길조명은 시간의 틀 안에 갇힌 답답한 모습을 표현한다. 중심선의 선 조명은 늘 불안했던 자신에게 어둠이 없음을 알린다. 희망의 빛줄기가 얇게 무용수를 비춘다. 1장, 열아홉에 입시라는 좌절감이 엄습한다. 미래에 대한 희망과 과거가 던진 좌절이 불안을 몰고 온다. 긍정보다 부정의 감정이 더 크다. 앞으로 나아가고 움직이고 싶지만, 불안감에 사로잡혀 자꾸 머뭇거리며 나아가지 못하는 답답한 모습이 움직임으로 나타난다.
2장, 택견 같은 춤 구성과 움직임이 보인다. 열아홉에 시작된 아홉수의 저주가 실재한다고 생각하여 주인공은 늘 불안해 왔다. 아홉수의 저주는 없었고,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아홉수라는 미신에 놀아난 마음을 꼭두각시를 기반으로 한 이미지적 마리오네트의 모습과 무용수들이 마주하며 같이 움직이는 미러링 구성을 사용한다. 아이보리 색 옷을 입었던 군무, 꼭두각시와 마리오네트의 이미지적 부분은 타령장단을 기반으로 음악이 구성된다.

움직임 부분에서 꼭두각시처럼 보이는 딱딱한 인형 같은 움직임과 줄에 의지하여 움직이는 마리오네트적 움직임을 동시에 추구한다. 택견 같은 움직임은 타령장단에 맞춰 앞뒤로 무용수들이 앞뒤로 왕복하며 팔을 작고 크게 움직이는 모습이 그헣게 보인다. 이 장면에서 마치 마리오네트에 달려있던 줄을 놓쳐 인형이 나풀나풀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상상하며 움직임이 구성된 것이다. 팔을 휘저으며 흐느적거리며 움직이는 모습이 택견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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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은 안무의 'A-Hopes'

3장, 군무의 풋 조명과 무대 뒤 편의 무용수들의 그림자가 배경막에 비춰진다. 실제 무용수들의 모습보다 뒤에 보이는 그림자가 더 크게 보인다. 그 원근법 효과를 통해 눈에 보이는 것, 자신이 생각한 관념이 전부가 아님을 보여준다. 자신을 사로잡았던 아홉수는 성장을 위한 시간이었다. 불안의 시간을 잊고, 미래를 위해 기도하고, 춤판을 벌여 아홉수를 턴다. 아홉수는 희망이며, 비전의 상징이다.

<A-Hopes>를 안무한 김도은은 판댄스컴퍼니 대표로서 계원예고, 국민대 공연예술학부 무용전공, 동대학원 석사,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연구재단(국민대 산학협력)연구원, 한국춤협회 이사, 경북예고 강사, 2018 평창페럴림픽 개막식 안무보조로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연주집단 상자루는 2019 독일 재즈 한국 축제,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Korena Season of Assembly)에 참가했고, 2020 대만 가오슝 공연센터 초청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안무가 김도은은 기발한 아이디어의 제목으로 기선을 제압하고, 강온의 춤사위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궁금증이 이는 춤사위와 에피소드로 소극장 무대에 특화된 듯한 연구자의 바람직한 자세를 보여주었다. ‘상자루’ 집단의 남정훈(아쟁), 권효창(타악), 조성윤(작곡, 기타)이 맡은 음악은 심혈을 기울여 안무가의 의도에 부합되는 연주를 생산했다. 판댄스 컴퍼니(장민혜, 박미정, 장이정, 정도이, 유소정, 김도은)의 진정성 있는 춤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