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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이 붙인 전세난 '불씨', 중저가 아파트값 상승으로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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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이 붙인 전세난 '불씨', 중저가 아파트값 상승으로 '불똥'

전세매물 가뭄에 전국 아파트값 0.17%↑…전세수요자 "차라리 집 사자" 매수 전환
11월 첫주 서울 전세수급지수도 5.4p 올라 2012년 7월 이후 역대 최고 '공급 부족'
전문가 "즉시입주 가능 물량 없어"...정부 “안정대책 고민중” 발표 시기는 미정

매물 게시판이 비어 있는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매물 게시판이 비어 있는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사진=뉴시스
지난 8월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2법 시행 이후 불붙은 전세난이 최근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으로 번지고 있다.

전세 매도물량이 자취를 감추면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서울 강북권이나 수도권 중저가 아파트를 사들이는 매수로 돌아서 집값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11월 2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17%로 지난주보다 0.04%포인트 올랐다. 이번주 상승률은 올해 6·17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인 6월 넷째 주(0.22%) 이후 약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 집값 상승률은 0.02%로 집계됐다. 지난주까지 10주 연속 0.01%씩 횡보하다 3개월여 만에 상승폭을 키웠다. 자치구별로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는 강남(-0.01%), 서초·강동(0.00%), 송파(0.01%) 모두 지난주와 같은 변동률을 보였다. 관악(0.03%)과 금천·강서(0.02%) 역시 지난주와 같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북지역은 중랑이 0.08%로 지난주(0.03%)보다 상승폭이 확대했고, 노원 0.03%포인트, 종로 0.02%포인트 상승했다.

수도권도 전반적으로 집값 상승세가 이어졌다. 인천은 지난주 0.12%에서 이번 주 0.15%로 상승폭이 더 확대됐고, 경기 역시 0.16%에서 0.23%로 오름폭을 키웠다. 비규제 효과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김포는 지난주 0.58%에서 이번주 1.94% 치솟아 기세를 올렸다. 다른 지역도 덕양(0.37%), 파주(0.37%), 용인 기흥(0.28%) 순으로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강남 고가 재건축 단지는 관망세를 보이며 가격이 하락했으나, 나머지 중저가 단지는 전반적으로 상승폭이 커졌다”면서 “전세수급 불안으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가 중저가 주택 매수로 전환하면서 전국에 걸쳐 집값 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11월 첫째구 시·도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자료=한국감정원
11월 첫째구 시·도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자료=한국감정원

실제 지난 7월 말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3개월 동안 서울‧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으며, 현재는 전세매물조차 구하기 힘들어진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이처럼 전세난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 공급 부족의 수준을 보여주는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도 역대 최고치를 찍고 있다.

감정원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 서울의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지난주(124.8)보다 5.4포인트 상승한 130.1로 조사됐다. 감정원이 전세수급지수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지난 2012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공급 부족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1∼200 사이 숫자로 표시된다. 수치가 높을수록 전세 ‘공급 부족’을, 낮을수록 ‘수요 부족’을 뜻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으로 시장에 전세 매물이 풀리지 않으면서 전세난이 심해지고 있다”면서 “전세난을 해소하려면 당장 입주 가능한 물량이 늘어나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1년간 전국 아파트 매매.전세가격 지수 및 변동률 추이. 자료=한국감정원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1년간 전국 아파트 매매.전세가격 지수 및 변동률 추이. 자료=한국감정원


최근 전세난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탓이라고 주장했던 정부도 임대차2법 이후 전세시장 불안을 인정하는 분위기로 돌아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전세난 상황을 인식한 듯 “전세시장을 안정화할 아이디어를 부처간에 고민하고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현재의 전세난 상황에 “전세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주시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확실한 대책 발표 일정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언급해 정부도 뾰족한 대책 찾기에 고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