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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한의 디자인 인사이트(22)] 언택트 시대의 돌파구 4차 산업과 디자인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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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한의 디자인 인사이트(22)] 언택트 시대의 돌파구 4차 산업과 디자인 혁신

1차 산업혁명의 아이콘은 주지하다시피 증기 기관의 발명이다. 증기 기관이란 수증기의 열에너지를 이용한 외연 기관으로 1705년 영국의 토머스 뉴커먼(Thomas Newcomen)이 발명했고 이후 제임스 와트(James Watt)가 개량한 증기 기관차가 대표적이다.

토마스 뉴커먼이 만든 증기기관은 연료 낭비가 심하고 쉽게 멈추는 단점이 있었는데 이를 보완한게 제임스 와트의 응축기(Condenser) 개발이다. 개선에만 반세기 이상이 걸린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제품으로 즉, 증기기관차를 처음 만든 사람은 토머스 뉴커먼 이후 100년 뒤인 1804년 리차드 트레비딕(Richard Trevithick)이 철제품을 운반할 목적으로 만든 철로용 기관차 페니다렌(Penydarren)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았겠지만 무엇보다 생소한 증기 기관에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기는 만무했다. 게다가 주철로 만들어진 트레비딕의 페니다렌 선로는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깨지는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여 사용화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그는 캐치 미 후 캔(Catch me who can)호를 만들어 기동하는데 성공하여 요금을 받고 승객을 태우는 세계 최초의 기관차가 되었지만 개통 2개월 만에 탈선하여 파산하고 만다.
최초의 증기기관차 페니다렌(좌) ⓒ wordpress.com, 아마존에서 만매중인 페니다렌 모형(우) ⓒ amazon.com이미지 확대보기
최초의 증기기관차 페니다렌(좌) ⓒ wordpress.com, 아마존에서 만매중인 페니다렌 모형(우) ⓒ amazon.com


본격적으로 증기기관이 대중에 관심을 얻고 상용화가 된 것은 영국의 조지 스티븐슨(George Stephenson)이 1825년에 제작하여 최초로 실용화된 공공 철도인 스탁턴 앤드 달링턴 철도(Stockton and Darlington Railway)의 로코모션(Locomotion)이다. 로코모션은 명실상부한 공공 철도의 시작을 알린 모델이며 세계 최초의 화물 운반 열차였다.

로코모션 1호 ⓒ 위키피디아이미지 확대보기
로코모션 1호 ⓒ 위키피디아


로코모션의 개발 뒤 1829년에 이르러 사람을 실어 나르는 상용 철도인 로켓(Rocket)호가 선보이게 된다. 이 모델은 세계 최초로 승객을 실어 나른 증기 기관차로서 철도 대중화 시대를 연 역사적 모델이기도 하다. 영국의 리버풀(Liverpool)에서 맨체스터(Manchester)까지 운행했으며 로켓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최고 속도는 시속 46km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자동차도 존재하지 않았던 시기로서 증기기관 특유의 스팀을 뿜어내는 굉음과 자욱한 안개를 뚫고 나오는 시속 46km의 로켓은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이자 문화적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증기기관과 같은 급격한 산업혁명으로 디자인 생태계 역시 서서히 태동했고 전반적인 사조(思潮)를 보자면 17세기부터 이어온 베이컨(Francis Bacon)이나 데카르트(Rene Descartes)와 같은 기계론적 세계관이 여전히 조형 분야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이른바 형태가 기능을 표현하며 기능으로 구성된 형태도 역시 미적이라는 기능주의적 사고가 대표적이었다.

증기기관차의 경우 열이 전달되는 단면적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원형의 구조를 채택했는데 이는 적은 열로도 많은 증기를 발생시키기 위한 기능주의적 디자인이었다. 이 시기의 디자인은 다분히 장식적인 개념이 강했는데 보일러 크기를 키워도 원형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뒷부분까지 늘린 원통 좌우에 덮개를 붙이는 정도였다.

사용 경험을 반영한 디자인 사례도 눈에 띄는데 대표적으로 배장기(排障器) 즉, 카우캐처(Cow catcher)는 충돌 방지를 목적으로 기관차 앞부분에 장착한 별도의 구조물이다. 당시 기관차는 운행이 거듭될수록 사고 역시 빈번했는데 갑자기 달려드는 버팔로(Buffalo)에 부딪치거나 특히 목장을 지나칠 때 소를 치어 기관차가 탈선하거나 승객이 부상을 입는 사례가 속출하였다. 이러한 경험 요소를 반영하여 소와 충돌시 튕겨낼 수 있는 별도의 구조물인 카우캐처를 증기기관차 앞부분에 장착하게 되었으며 현대적인 기관차나 고속열차에 이르기까지 현재에도 적용되고 있다.
카우캐처 ⓒ Model railroader이미지 확대보기
카우캐처 ⓒ Model railroader


카우캐처 사례와 같이 초창기 증기기관차의 뭉툭한 구조에서 사고 경험을 바탕으로 기능적 형태로 진화한 것이지만 그 외의 다른 조형적 요소는 찾기 힘들다. 이른바 기계미학(機械美學)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증기기관이지만 그 형태가 기계론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기능을 한데 모은 집합체일 뿐, 심미적이고 조형적인 형태와는 거리가 있었던 것이다.

1907년 뮌헨에서 건축가 헤르만 무테지우스(Hermann Muthesius)가 결성한 독일공작연맹이 주창한 “디자인은 용도에 맞게” 라는 핵심 사상에서 보듯이 이시기는 규격화 된 형태로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것이 최대의 목적이었고 장식을 배제한 조형이 합리적인 시기였다.

김정한 계원예술대 겸임교수
김정한 계원예술대 겸임교수

이후 규격화 된 대량생산에 반발하여 일상속의 미술을 도입하자는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의 미술공예운동은 수공업이 지니는 아름다움을 복원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졌고 제품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것이 사실이다.



김정한 씽크디자인연구소 대표(계원예술대 산업디자인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