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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人] 김병효 우리자산신탁 고문 "요즘 같은 때일수록 '품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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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人] 김병효 우리자산신탁 고문 "요즘 같은 때일수록 '품어야 산다'"

김병효 우리자산신탁 상임고문.
김병효 우리자산신탁 상임고문.
“지나고 보니 모든 날이 봄날이었다.”

김병효 우리자산신탁 상임고문의 말이다. 김 고문의 첫 번째 에세이 ‘봄날이었다’에는 봄날과 같았던 그의 지난 일상이 담겨있다. ‘봄날이었다’는 지난날을 돌아보며 가족과 친구, 동료들에 대한 소중함, 그리운 마음 등을 시와 함께 녹여낸 에세이다.
이후 그는 이주민, 보호아동, 다문화가정, 장애인, 빈곤한 노인 등 보듬고 품으며 살아가야 하는 이웃의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품어야 산다’를 출간했다.

‘품어야 산다’를 출간하게 된 데는 ‘봄날이었다’가 계기가 됐다. 그는 평소 가까이 지낸 영남일보 송국건 서울 본부장에게 영남일보의 칼럼 경제와 세상 코너에 새로운 필진으로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품어야 산다’는 2018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2년 동안 쓴 칼럼을 묶어낸 책이다.

‘글쓰기의 감옥’에서 그는 직장생활을 할 때 미처 눈길을 주지 못했던 이웃의 삶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고 경제 현안의 진단에 대한 글을 요청 받았지만 경제활동을 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냈다.

원고 마감날이 다가오면 어떤 주제의 글을 또 써야할까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그는 이웃들을 돌아보며 펜을 잡았다. 어렵지만 열심히 자신의 삶을 일구어가는 이웃들이 그가 글을 쓰게 한 원동력이 된 것이다.

그렇게 우리 이웃들이 사는 이야기를 담은 ‘품어야 산다’는 앉은 자리에서 술술 읽혔다.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을 하게 됐다. 여기에는 그들을 바라보는 김 고문의 따뜻한 시선이 한몫했다.

문학적 감성을 소유한 김 고문은 사실 최고의 금융 전문가로서 우리은행과 우리금융그룹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점은 익히 알려져 있다.
우리은행에서 임원으로 주택금융을 담당하던 시절에는 다른 은행들이 모두 총부채상환비율(DTI)한도를 확대해주는 대출상품 개발에 매달려 있을 때 고객의 니즈를 파악한 상품을 만들어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시중은행의 상품보다 탁월한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계열사인 우리아비바생명 대표를 맡을 당시 영업 최일선의 설계사와 텔레마케터의 소득 증대를 우선 순위로 삼아 보험업계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행복경영' 전도사 역할을 했다.

지금의 우리자산신탁이 우리금융그룹 계열사로 편입되기까지 김 고문이 역할이 컸던 것으로 M&A 업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김 고문은 금융인으로 살아오면서도 내내 시와 문학을 가까이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문학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경남 합천 출신인 그는 어릴적 호롱불에 비춰가며 위인전 등 책을 읽었다고 했다. 이후 중고등학생이 되어서는 문학사상, 창작과비평 등 출판사에서 나온 문학전집을 읽다 소설 속 주인공에 빠져들었으나 나중에는 함축적이면서도 그 안에 많은 의미를 담아낸 시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고 했다. 그가 말한 시의 매력은 따뜻함이었다. 시를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했다.

시의 한 구절을 활용해 건배사를 제안하기도 하는 등 그의 시 사랑은 금융인으로 지내면서도 계속 됐다.

2010년 우리은행 본부장으로 재직 당시 그는 우리은행 창립 111주년을 기념해 고객들에게 시 111편을 엄선해 시집을 만들어 선물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져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가 되어_우리은행이 사랑하는 詩 111선’이 출간됐다. 여기에 담긴 시 111편은 김 고문이 우리은행 임직원에게 추천받은 시를 간추리고 정리해낸 것들이다.

김 고문이 글을 쓰게 된 것은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도 계기가 됐다. 손녀에게 본인이 어떠한 사람이었는가를 글로서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는 “‘손녀딸에게 내가 특별히 물려주거나 선물해줄 만한 것이 없다. 글을 쓰기로 마음먹기 전 할아버지가 살면서 경험한 이야기, 느낀 점을 전해주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김 고문은 어려운 이웃을 돌아볼 줄 아는 마음을 무엇보다 중요시한다. 책에는 폐지 줍는 노인, 디지털 금융에 소외된 노인, 보육원 퇴소 청소년, 폐업을 하게 된 자영업자 등 다양한 이웃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김 고문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둘러봐야 할 소외계층이 너무도 많지만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서로 잘 살 수 있는 방안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처럼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고 다투는 어수선한 시기에 서로를 품는다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가. 이제 우리 사회도 약자를 보듬고 품어야 산다”며 서로를 품는 삶에 대해 강조했다.

‘품어야 산다’를 읽다 보면 이 같은 저자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그는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리어카에 광고를 수주해 수익을 창출해낸 서울대학교 사회공헌 동아리 ‘인액터스’의 사연을 소개하는 등 서로 상생하는 방안을 계속해서 고민 중이다.

한편 김 고문은 1956년생으로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마산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경동고를 거쳐 한국외국어대를 나왔다. 우리은행 부행장을 거쳐 우리아비바생명 대표이사, 우리프라이빗에퀴티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지금은 우리자산신탁 상임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이보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br0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