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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원 누적·재생에너지 지원 편중 논란 '준조세' 전력기금, 수술대 오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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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원 누적·재생에너지 지원 편중 논란 '준조세' 전력기금, 수술대 오르나

야당·경제계 개정 공청회 "정부 쌈짓돈처럼 사용...부담금 폐지하거나 완화 필요"
올해 재생에너지 지출 전체 47% 차지, 한전공대 설립 지원 위한 개정 움직임도
구자근 의원, 취지 안맞는 사업 삭제·기금운용심의위 신설 등 개정안 곧 발의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한 '전기사업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구자근 의원실 이미지 확대보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한 '전기사업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구자근 의원실
전기 사용자에 강제 징수하고 있는 준조세 성격의 ‘전력사업기반기금(전력기금)’ 상당액이 뚜렷한 운용 원칙 없이 신재생에너지 지원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형평성 문제 제기와 함께 전력기금 제도를 손질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요금에 기후환경요금을 별도로 부과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미
18일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실에 따르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력기금 중 사용자 법정부담금을 폐지하고 합리적인 전력기금 운용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전기사업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구 의원이 주최한 이날 공청회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가 공동 주관해 경제계도 전력기금 제도 개선 움직임에 힘을 실어줬다.

전력기금은 지난 2001년 한국전력 민영화 당시 한전이 수행해 오던 여러 공익사업이 중단될 가능성을 대비해 공익사업 지속을 위해 신설됐다. 전력기금은 법정부담금과 기타재산수입으로 구성되며, 전기 사용자에 부과·징수되는 전기요금의 3.7%가 법정부담금이다. 한전은 징수업무를 대행할 뿐이어서 전력기금 법정부담금은 사실상 모든 국민이 강제로 내는 준조세 성격을 띤다.

전력기금 법정부담금은 매년 2조 2000억~2조 3000억 원 규모 조성되며, 기금 지출보다 수입이 많아 현재 약 5조 원이 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준조세 성격의 전력기금이 명확한 원칙 없이 운용되면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특정분야에 집중적으로 사용해도 통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전기사업법과 시행령은 전력기금을 활용할 수 있는 대상 사업으로 ▲신재생에너지 지원 ▲도서·벽지 전력공급 ▲전력 관련 연구개발 ▲전기안전 지원 ▲전통시장 안전점검 등 10여 개를 규정해 놓았다.

그러나, 사업 분야별로 사용 규모의 비율이나 상한선을 둔 세부 규정은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올해 ‘재생에너지 지원’에 9616억 원을 지출했다. 해마다 지출하는 기금 사용액의 절반 가량을 재생에너지 지원에 투입한 것이다. 재생에너지 지원금액이 전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7년 32.4%에서 올해 47.2%로 늘었다.

반면에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은 2017년 15.4%에서 올해 9.4%로, ‘농어촌 전기공급 지원’은 2017년 7.4%에서 5.3%로 나란히 줄었다.

업계에 따르면, 전력기금의 여유 재원은 앞으로 5년간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산업부는 오는 2022년 개교를 목표로 하는 한전공대 설립사업에도 전력기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부가 기금 설립의 당초 취지인 ‘공익 사업’을 자의로 정의하고, 국민 세금이나 다름없는 전력기금을 입맛에 따라 쌈짓돈처럼 사용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7일 공청회에서 발표를 맡았던 법무법인 태평양 박진표 변호사는 “현행 전력기금의 목적은 지나치게 추상적·포괄적”이라며 “개별 용도의 헌법적 정당성 요건이 충족되는지 의문”이라고 밝히고 전력기금 운용의 효율성·투명성·공정성을 위한 법제화를 촉구했다.

중앙대 정동욱 교수(에너지시스템공학부)도 “정부의 다른 기금은 사업자가 부담하는 데 반해 전력기금은 이용자인 전기 소비자가 부담한다”고 지적한 뒤 “전력기금을 폐지하거나 전력사업자 부담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계도 전력기금 부담금 완화를 주문하면서, 그 근거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꼭 줄여야 하는 부담금의 하나로 전력기금을 들고 있음을 제시했다.

앞서 지난해 9월 감사원은 ‘기업불편·민원 야기 규제 운영실태’ 감사 결과에서 “여유자금이 과도히 누적되는 전력기금 부담금 요율을 적정한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산업부에 통보하기도 했다.

구자근 의원은 전력기금 부담금을 축소하거나 폐지하고, 기금 취지에 맞지 않는 사업을 삭제하며, 기금운용을 심의·의결할 기금운용심의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조만간 대표발의할 예정이다.

구 의원은 “공청회를 통해 전력기금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운영방안을 도출해 미래 세대에게 갚아야 하는 빚이 아닌 희망의 빛을 만드는 소중한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