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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 성장통]‘천∙지∙인(天地人)’의 행운과 완생(完生)에 근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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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 성장통]‘천∙지∙인(天地人)’의 행운과 완생(完生)에 근접

- 인도네시아 황무지에서 2년동안 2만명 규모 공장 셋업에 참여 -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부총장(전무)이미지 확대보기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부총장(전무)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진행하는 글로벌청년사업가(GYBM)양성과정 출신의활약상과 애환을 소개하는 이 컬럼이 40회를 넘어간다. 동남아에취업한 청년들의 활동을 객관화시켜 그들의 어려움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도전에 힘이 되고자 시작했다. 그런데, 되레 큰 힘을 받는다. 전 세계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사태로 지친 이 시기에도 꿈틀거리며 기대 이상으로 활약하는것을 보면 보약 한 첩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인 이순석 매니저는 우리 연수과정의 인도네시아반2기로 2016년 9월에 반둥에 발을 딛고, 다음해 연수가 끝나기 전인 3월, 현지의 한국 기업에 취업한 이후 현지 적응과 업무 숙달, 2년 간 공장증설 업무로 숨차게 달렸다. 지난해 이맘 때쯤 화교(華僑)계 여성을 만나 가정도 꾸렸다.
그가 근무하는 회사는 글로벌 스포츠브랜드 아디다스(Adidas)의 신발을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제조, 공급하는 주식회사 '화승'이다. 초창기에 인도네시아로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입지는 자카르타르를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에 집중됐다. 최근에는 경제 발전으로 인건비를 포함한 생산성을 감안, 외곽 지역으로 이전 혹은 확장전략을 택하고 있다. 화승도 한 걸음 먼저 중부 자바주(州)의 저빠라(Jepara)지역을 선정해 공장 증설을 추진했다.이매니저는 초기 단계에 자원하여 손을 들고 도전했다.

■공장의 이전과 증설 프로젝트에 도전하다


공장 증설 작업은 3단계에 걸쳐 진행되는 매머드급 업무였다.

1단계는 공장의 하드웨어를 구축하는 단계였다. 글로벌 신발 시장을 몇 년간 앞서 내다보며 현지의 경제동향, 특히 인건비의 상승을 감안한 대상 지역 선택과 부지 확보로부터시작했다. 공장 레이아웃을 설계하고 장비와 기계를 선행(先行)하여 발주했다. 건설 진도에 따라 배선과 기계장비, 공구를 설치하고 신규 인원을 고용하며 필요한 작업을 훈련시키고 적정 라인에 배치해 제대로 가동하는 것까지작은 것 하나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일들이었다.

공장 건설은 약 50헥타아르(ha)의 부지에서 진행됐다. 약 15만 평으로 4천 평인 서울 잠실운동장 경기장의 40배 크기에 해당한다. 2년 동안 매월 20개 라인을 증설, 셋팅했으니 규모가 짐작이 된다. 새로 선발해 투입한 인력만 2만 명에 이른다. 이매니저를 포함한 한국인 20여 명의 인원은 생활 기반이 열악한 오지(奧地)에서 전쟁을 치른 격이다. 일사불란하게 진행하는 업무속성으로 군대식 거친 문화가 불가피하다 보니 함께한 직원들의 퇴직율도 고공 행진하는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신규 건설 공장의 관문인 스마랑공항은 인도네시아 5대 도시에 있다. 그럼에도 시설이나 관리의 후진성과 공장으로 향하는 도로의 파손과 침수, 넓은 황무지를 보면서 손들고 참여한 게 금방 후회로 이어질 정도였다. 오로지 '남이 가지 않은 길'에 도전이라는 일념으로 일에만 집중하며 버텨 나갔다.

2단계는 공정매뉴얼을 만들고 생산성을 셋업하는 일이었다. 자재, 부품은 물론이고 완제품의 적정재고를 산정하며 공정의 최적화 작업을 해야했다. 공정의 사이클 타임과 회전율, 물류의 흐름을 잡아 나갔다. 그러나, 생산 조직은 만일을 대비해 설비와 자재 운용을 고집한다. 적정 수준에 어긋나 생기는 수급의 불안함과 정도 이상의 '돈'을 쌓아놓는 낭비라는 양면성을 띠고 벌이는 줄다리기는 치밀한 데이터만이 설득이 되는 일이었고 이매니저의 활약이큰 힘이 됐다.

마지막 3단계로 전자적자원관리(ERP)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었다. 공장 가동으로 생산에 들어간 1년간은 현장의 기초 데이터를 제때 입력,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제조 공정의 효율화 작업을 해나갔다. 자재, 생산, 출고, 영업, 재무, 인력으로 이어지는 최적의 숫자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데이터가 만들어지는 모든 현업 부서의 협조가 최우선이었다. 공부한 인도네시아어 실력이 빛을 발했다. 그 사이에 합류한 GYBM 후배들의 적극적 협조도 큰 힘이 됐다.

이렇게 숨가쁘게 2년간의 성장통이 끝나는 듯했더니, 이제 부서 이동이 있었다. 앞의 모든 단계는 산업공학(Industrial Engineering)팀의 일이었는데, 이젠 재무팀으로 옮겨 관리회계, 즉 원가(Cost)관련 업무와 세무, 재무업무를 담당했다. 물류의 흐름과 현금의 흐름을 이어주는 업무를 담당했다, 덕분에 지금은 데이터마이닝(Data Mining) 공부도 이어가고 있다.

■10년 배울 일을 2년 단기간에 경험

본인의 소감과 한국의 친구들에게 한 마디 하라고 했다. 회사의 미래에 맞춰 개인이 설정한 비전의 완성은 강력한 의지, 추진력과 인내력으로 돌파했다고 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에 함께 한 상사, 후배, 동료들의 팀워크의 발휘는 활발한 커뮤니케이션과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 겸손한 마음, 그리고 유연한 대응의 결과였다고 한다.

한국에서 취업한 친구들에 비해, 돈의 흐름을 알게 된 천운(天運)이 있었고, 동남아에 기회가 있다는 지리(地利)의 깨달음, 같은 팀원과 GYBM동문들을 만난 인복(人福)이라며 천∙지∙인으로 풀어서 설명했다.

알고 있는 이 매니저의 이력이 생각나 한 마디 거들었다. "가지고있는 백그라운드, 개인자원(personal resources)을 알차게도 써먹었구나. 덕분에 '완생의 꿈'에 한걸음 더 가까이 가고 있었네." 6년여 전에 히트를 친 '미생(未生)' 드라마에 빗댄 말이었다. 드라마 속의 회사가 '원인터내셔날'로 실제의 대우무역(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날)'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일이다.

이 매니저는 꿈을 이루지 못한 청춘의 안타까움이라는 미생에서 배운 것 모두를 알차게도 잘 써먹어 완생(完生)의 인생드라마에 근접하고 있었다. 대만에서 유학 경험으로 인도네시아 화교계 부인을 만났고, 학교에서 회계를 공부한 것으로 재무업무, 산업시스템공학을 공부한 것으로 산업공학(IE:Industrial Engineering)업무를 해냈으며, 대우의 GYBM 연수로 인도네시아 전문가라는 전천후 인재로 성장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