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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스포츠 24] 다시 확인된 토트넘 월드 클래스 수비…딜레마에 빠진 첼시 (EPL 매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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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스포츠 24] 다시 확인된 토트넘 월드 클래스 수비…딜레마에 빠진 첼시 (EPL 매치 리뷰)

한국시각 30일 열린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 첼시와의 원정경기에서 토트넘의 공격수 손흥민이 재빨리 수비에 가담해 상대 공격을 밀착 마크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시각 30일 열린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 첼시와의 원정경기에서 토트넘의 공격수 손흥민이 재빨리 수비에 가담해 상대 공격을 밀착 마크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 첼시-토트넘전이 한국시각 30일 첼시의 홈구장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려 득점없이 0-0 무승부로 끝났다. 첼시는 60% 이상의 볼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수비를 굳힌 토트넘의 아성을 끝까지 무너뜨리지 못했다. 프랭크 램퍼드와 조제 무리뉴 감독의 사제 대결은 승점 1점씩을 가져갔고 토트넘이 하루만에 리그 선두에 복귀했다.

■ 첼시 경기만 지배했을뿐 실속은 없었다

첼시로서는 최근 몇 경기에서 티모 베르너를 왼쪽 윙으로 기용하는 ‘4-3-3’ 전형의 방향성은 잡혔지만, 아직 팀에 익숙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결코 나쁜 결과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프랭크 램퍼드 감독은 이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눈치다. 시합 후 회견에서 “우리는 게임 대부분을 지배했고 상대 역습의 위협을 정말 잘 무효화했다고 생각한다. 이길 수 있었고, 아마 이겨야 할 경기였다”라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렇게 램퍼드 감독이 언급한 것처럼 첼시는 자기 진영 깊숙히 수비 라인을 낮춘 토트넘에 대해 경기의 대부분을 지배했다. 경기 내내 첼시 선수들의 빠르고 템포가 좋은 패스 교환은 상대에게 볼 탈취의 과녁을 좁히지 못하게 했다. 또 역습의 기점이 되는 손흥민에 대한 패스는 은골로 캉테가 차단하고 해리 케인에 대해서는 3명이 포위하는 등 앞서 라운드의 맨체스터 시티처럼 토트넘에 역습을 허용하지 않았다.

■ 토트넘 수비 무너뜨리려면 마법과 운 필요

그러나 한편으로 공간 창출이 여의치 않으면서 왼쪽 윙어 베르너가 살아나지 못했다. 대면한 SB 세르주 오리에에게 단단히 봉쇄되면서 독일 대표팀 공격수는 지난 24일 스타드 렌과의 경기(UEFA 챔피언스리그)처럼 약동할 수 없게 됐다. 그렇다고 오른쪽 윙 하킴 지예흐도 아약스전에서 홀린 듯한 플레이를 발휘하지 못했다. 대해에서 좁은 수조 속으로 빨려 들어가 제대로 수영을 못하는 물고기 같았다.

램퍼드 감독은 이 경기를 승리하기 위해서는 박스 안과 주위에서 좀 더 마법과 운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뭔가 돌발적인 사태라도 일어나지 않으면 무리뉴의 수비 블로킹을 뚫을 수 없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최종 라인은 물론이고 후반 40분이 지나도 무사 시소코와 피에르 에밀 호이베르그의 ‘더블 볼란치’는 계속 강도를 높였고 손흥민은 끝까지 수비로 돌아와 대면하는 사이드백 벤 칠웰이 제대로 오버래핑을 하지 못하게 마크했다.

후반 36분엔 메이슨 마운트가 드리블에 이은 페널티 박스 밖에서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날렸지만 위고 요리스에게 막혔다. 램퍼드 감독은 이 슈퍼세이브를 월드 클래스라고 평가했지만, 사실은 토트넘 수비 전체가 월드 클래스였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유럽 어느 팀도 이날의 토트넘을 무너뜨리기 어렵지 않을까.

■ 실속을 챙긴 무리뉴의 노련한 전술운용

경기 후 무리뉴 감독은 “첼시는 보통 더 위험을 감수하지만, 오늘의 그들은 주의 깊었다. 좀 더 모험적일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듯 첼시 역시 역습을 경계하며 경기를 진행했다. 그러나 만약 볼을 빼앗겼을 때를 고려하지 않은 개방적인 전개에 들어간다면 그야말로 무리뉴가 파 놓은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첼시가 조금 더 모험을 할 수 없었던 것은 역시 스피드가 뛰어난 베르흐바인이나 손흥민의 역습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고, 이 같은 위협적인 역습이 갖춰졌기 때문에 토트넘의 수비 블록은 월드 클래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 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다고 해서 베르너를 왼쪽 윙에 두는 ‘4-3-3’의 가능성이 끊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후반 들어 크리스티안 풀리시치, 올리비에 지루, 카이 하베르츠로 선수가 바뀌어도 팀 전체의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 시합에 한해서는 스코어 상으로는 0-0으로 비겼지만, 토트넘이 승점 1포인트를 챙기면서 정상을 지킨 것을 감안하면, 젊은 첼시의 지휘관에 비해 경험이 풍부한 무리뉴가 교묘하게 가져간 ‘승리’였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