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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스포츠 24] 무리뉴의 필승 패턴 분석해 봤더니…이번 시즌 토트넘 리그 우승 확률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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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스포츠 24] 무리뉴의 필승 패턴 분석해 봤더니…이번 시즌 토트넘 리그 우승 확률 ‘껑충’

상대에 따라 극단의 ‘효율성 축구’를 구사하고 있는 토트넘의 조제 무리뉴 감독.이미지 확대보기
상대에 따라 극단의 ‘효율성 축구’를 구사하고 있는 토트넘의 조제 무리뉴 감독.

축구계 명감독들은 혁신적인 전술과 매력적인 축구, 비길 데 없는 승부수로 보는 이를 뜨겁게 달군다. 지금까지 다수의 빅 클럽 감독을 맡으면서 많은 타이틀을 획득했으며, 올 시즌 토트넘에서도 그럴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조제 무리뉴 감독의 비길 데 없는 승부수를 심층분석해 본다.

■ 철저한 상대 분석으로 정확하게 약점을 찌른다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 토트넘-맨체스터 시티전은 조제 모리뉴와 주제프 과르디올라의 라이벌 감독 간 대결이기도 했다. 결과는 2-0으로 스퍼스(토트넘 애칭)의 승리했다. 공을 지배한 곳은 맨시티였지만 “그렇게 공을 좋아하면 집으로 가져가면 된다. 나는 승점 3을 가지고 돌아가겠다”라며 무리뉴 감독은 그다운 한 마디를 남겼다.

맨시티는 왼쪽 사이드백(SB) 주앙 칸셀루가 공격 때 수비수로 뛴다. 과르디올라 감독다운 포지션 변화인데 무리뉴 감독은 착실히 그 자리를 파고들었다. 수비에서는 최종적으로 칸셀루가 왼쪽 SB로 돌아온다. 이 스리백에서 포백으로의 이행 때 약간의 불안정을 노출하게 된다. 그래서 평소 왼쪽 사이드에 있는 손흥민을 오른쪽에 놓아 칸셀로와 센터백(CB) 사이를 노리게 했다.

선취점은 칸셀루의 옆을 통과한 손흥민에게 탕귀 은돔벨레의 뜬공 패스가 찰떡처럼 수비 뒷공간으로 빠져나온 손흥민에게 전달됐다. 맨시티는 4명의 라인을 모두 갖추지 못했고, 손흥민은 선제골이 작렬한다. 이 상황에서 해리 케인은 뒤쪽의 9번 자리로 내려간다. 은돔벨레에는 마크를 떼어내는 드리블이 있다. 스리백 앞에서 찬스를 만들고, 그 사이에 손흥민이 칸셀루가 되돌아올 수 없는 공간을 노린다는 작전이었다.

무리뉴는 대전상대를 분석해, 정확하게 약점을 찔러 나간다. 하지만 토트넘에 온 이후의 무리뉴는 예전과 비교하면 둥글어진 느낌이 있다. 온화해진 무리뉴는 그답지 않아 보이지만 나이가 들었다기보다는 시대에 맞게 변한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토트넘에는 우승의 기회가 있다. 세계 최고의 케인과 손흥민이라는 콤비가 있다. 라이벌 맨시티, 아스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시즌 초반 대시에 실패했다. 또 디펜딩 챔피언 리버풀은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그리고 감독 취임 2년 차 때의 무리뉴는 대개 타이틀을 차지해 왔다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다.

■ 포르투 감독 시절 깨우친 강팀 상대의 방법

첼시 지휘봉을 잡았을 때 무리뉴는 스스로를 ‘스페셜 원’이라고 칭했다. 현재는 ‘익스피리언스드 원’이라고 한다. 감독으로서 부닥치는 상황마다 기시감이 있다고 한다. 그는 벤피카(포르투갈)에서 처음 지휘봉을 잡은 지 20년. 늘 유럽 축구의 최전선에 있었다. 축적된 경험치로는 세계 최고 수준일 것이다.

그는 가는 곳마다 수많은 타이틀을 획득해 왔다. 포르투(포르투갈)와 인테르(이탈리아)에서 UEFA 챔피언스리그(CL)에서 우승했고, 오랜 경력에 실패로 꼽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도 유로파리그(EL)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다.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를 모두 우승한 감독은 무리뉴가 처음이다.

벤피카, 포르투, 첼시, 인테르,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그리고 현재의 토트넘 등 명문 클럽을 누비고 다녔지만 가장 무리뉴다운 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포르투다. 각자 모리뉴답긴 하지만 포르투는 원점이라 할 수 있는 팀으로 모리뉴의 생각이 짙게 반영돼 있었다.

2003-04시즌 포르투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이변이었다. 결승에서 만난 모나코(프랑스리그)도 우승 예상팀이 아니었기 때문에 결승전은 ‘자이언트 킬링’이 아니었지만 포르투는 16강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었다. 8강전에서는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스페인)가 AC밀란(이탈리아)을 이기고 모나코는 레알 마드리드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우승 후보로 꼽혔던 팀은 전멸했고 포르투, 모나코, 데포르티보, 첼시가 4강이었다.

■ 선 수비 후 역습 토트넘에서 화려한 날개

결승에서는 모나코를 3-0으로 꺾는 쾌승이었지만 그 이전에 포르투가 3골을 넣은 것은 조별리그 마르세유전뿐이었다. 결승전 3득점도 이 경기에서 날린 슈팅 3개가 모두 ‘원샷 원킬’로 이뤄진 것이었다. 이때의 13경기 전적은 7승 5무 1패. 무승부가 많았지만 진 것은 조별리그 레알 마드리드전뿐이었다(1-3). 그리고 7승 중 2점 차로 이긴 것은 8강 리옹전과 결승전뿐일 정도로 모두 박빙의 경기를 펼쳤다. 전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모든 경기를 균형 상태로 만들 수 있으며, 박빙의 승부에서 이길 수 있다. 이는 감독의 수완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무리뉴 감독은 자주 수비적이다는 비판을 들었지만, 대부분 빅클럽을 이끌었고 수비 플레이만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력이 월등히 높거나 동등한 팀과의 대전에서는 견고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속공을 메인으로 해 왔기 때문에, 수비적인 인상이 강한 것이다. 포르투도 수비적이지 못했다. 재미있는 것은 포르투가 수비가 강했지만, 속공의 팀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견수지공’이다.

무리뉴의 편성은 중심축을 단단히 만든다. 포르투에서는 골키퍼에 비트로바이아가 있고 CB는 리카르도 카르발료와 조르제 코스타. 마름모꼴의 미드필드의 바닥에는 코스티냐, 이 자리에는 반드시 수비력이 있는 선수를 사용한다. 맨 아래에 데쿠(이상 포르투갈), 에이스 스트라이커는 베니 매카시(남아공)였다.

안정된 골키퍼와 CB, 수비력 있는 앵커, 창의성 탑 아래, 득점력 있는 스트라이커라는 세로축을 탄탄히 만든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전통적인 편성이다. 거기에 다른 선수를 조합해 공수에 균형이 잡힌 팀으로 만든다.

포르투갈 팀답게 볼 점유율은 포르투의 특징이었다. 유별난 공격수가 없어 속공에 별 위력이 없는 대신 견고하게 빼앗으면 쉽게 잃지 않는다. 강팀을 상대로도 근소한 승부가 가능했던 것은 단지 지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볼 점유율로 상대 공격시간을 단축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바르셀로나(스페인)의 코치였으니까, 점유율 중시는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그것을 조금 다른 용도로 활용하고 있던 것이 무리뉴다움일 것이다.

모리뉴가 이끌었던 팀은 압도적인 전적을 남길 수는 있어도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이란 환상을 갖지 않는다. 정중하게 상대의 장점을 지우고 약점을 찌르다. 화려한 전적과 지나치게 튀는 개성과는 달리 참으로 견실하고 수수한 승리를 자랑하는 감독이다. 반드시 접전을 벌여 높은 확률로 이긴다. 모리뉴가 이노베이터였던 적은 없지만 명감독인 건 확실하다.

조제 모리뉴는?=본명 Jose Mourinho/1963년 1월 26일생/ 포르투갈 세투발 출신. 스포르팅과 포르투, 바르셀로나 어시스턴트 코치 후 2000년 벤피카에서 감독으로 데뷔했다. 포르투에서 2003-04시즌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해 주목받았고, 이후 첼시(2004-07, 2013-15), 인테르(2008-10), 레알 마드리드(2010-13), 맨체스터 유나이티드(2016-18) 등 빅 클럽 감독을 역임하며 숱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019년부터 토트넘 감독을 맡고 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