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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누구나 퍼실리테이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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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누구나 퍼실리테이터가 될 수 있다

박진 퍼실리테이터
박진 퍼실리테이터
퍼실리테이터 10년 차가 되면서 회사 안팎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납니다. '퍼실리테이션'이라는 용어가 낯설다 보니 '퍼실리테이션이 무엇인가요?' 그리고 '어떤 사람이 퍼실리테이터가 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사실 퍼실리테이션이라는 용어가 낯선것 뿐이지 실제로 퍼실리테이션을 접하거나 퍼실리테이터가 되는 장벽은 높지 않습니다.

하루는 시어머니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퍼실리테이션'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시어머니의 통장 경험을 되살렸고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필자: 어머님 통장일 하시면서 동에서 주민들 의견듣는다고 주민센터 가신 적 있잖아요. 예전에는 공무원이 나와서 줄줄줄 설명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의견을 내라고 하기도 하고..

어머님: 맞아 맞아! 나 가서 동그랗게 앉으라고 해서 앉아서 얘기도 하고 또 듣고 그러다 왔잖아. 재밌더라고. 모여서 얘기도 하고 그런데

필자: 네, 어머님 제가 그렇게 사람들이 모여서 얘기를 하는 프로그램도 만들고, 워크숍 기획하고 운영하고 하는 일을 해요.

어머님: 아! 재밌는 일을 하는구나, 퍼실리테이터라고 해서 뭔가 어려운 일 같았는데 나도 알고 있는 일이네!

마을에서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거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퍼실리테이션을 하기도 하고,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자치 활성화를 위해 학급 회의나 학생 활동을 하는데 활용하기도 합니다. 가정에서는 가족 회의를 하면서 여름 휴가지를 정하기도 하고 회사에서는 복잡한 신제품 기획부터 간단하게는 체육행사 계획 수립하는 회의를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활동을 하는데 사람들의 참여를 촉진하고 진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게 돕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퍼실리테이터입니다.
일상 속 퍼실리테이션이 확장되고 퍼실리테이터들이 많아지면서 2019년에는 한국직업사전에 직업으로 등재됐습니다. 퍼실리테이터는 직업이 됐고 원한다면 누구나 퍼실리테이터가 될 수 있고 퍼실리테이션을 할 수 있습니다. 거창하게 워크숍을 설계하거나 계획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질문을 하고 회의에서 나온 대화를 요약하고 정리하는 패러프래이징(Paraphrasing)을 통해 퍼실리테이션을 할 수 있습니다. 또 비싼 교육을 듣거나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더라도 퍼실리테이터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물론 원한다면 개인의 선택에 따라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자격 인증을 받고 퍼실리테이터로 활동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격인증을 받은 퍼실리테이터라고 해서 절대적으로 퍼실리테이션을 잘하고, 자격 인증이 없다고 해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참여자들의 참여를 촉진하고 결과물을 이끄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누구나 퍼실리테이터가 될 수 있습니다.

누구나 퍼실리테이터가 될 수 있다고 하면 보통은 회의 할 때 이끄는 사람이나 기록하는 사람을 떠올립니다. 이 때 '이 사람이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회의를 이끌거나 기록하고 있는가?'라는 기준으로 퍼실리테이터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의견이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중립을 지키고 발언을 안배하면서 회의를 이끕니다. 기록할 때는 기록자의 언어나 의견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발언자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해 기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록 내용이 발언자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 되면 올 한해 무엇을 했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회사에서는 11월부터 시작한 올 해의 성과를 분석하고 내년의 전략을 수립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가정에서는 올 한해 가족들과의 추억들을 돌아보고 다가오는 2021년의 가족계획을 세우는 시기입니다. 이 때 우리 모두 퍼실리테이터가 되어 구성원들의 참여를 촉진하고 함께 결과물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박진 퍼실리테이터(플랜비디자인 전문위원, 『퍼실리테이션을 만나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