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은행원, AI로 대체되나…2년 차 직장인 '몰리' 신한은행 근무 중

공유
3

은행원, AI로 대체되나…2년 차 직장인 '몰리' 신한은행 근무 중

'챗봇'으로 낮은 비용에 효율성·포용성·신뢰성 제고
신용평가·여신심사·보험인수·자산운용 등 업무 가능

신한은행 '쏠(SOL)' 캐릭터 중 탐험대장인 북극곰 쏠의 친구로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똑똑한 박사 캐릭터 '몰리'. 사진=신한은행이미지 확대보기
신한은행 '쏠(SOL)' 캐릭터 중 탐험대장인 북극곰 쏠의 친구로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똑똑한 박사 캐릭터 '몰리'. 사진=신한은행
AI 은행원 몰리가 신한은행에 입사한지 2년 차를 맞았다. 몰리는 신한은행이 작년 11월 금융권 최초로 도입한 AI 채팅형 지식관리시스템(KMS)이다. 도입 당시 AI 은행원으로 이목을 끌었고 '88881520'이라는 행원 번호도 받았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지점에선 이제 직원들이 대출 상담을 앞두고 보조자료를 출력하는 일이 없어졌다. 2년 차 직장인이 된 몰리가 은행원의 단순 반복 업무를 도와주면서 자가학습을 통해 점차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20세기 말 ATM(자동입출금기)이 반복적인 입출금 업무를 대체하면서 은행 지점당 은행원 수가 감소한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신용평가·여신심사·보험인수·자산운용 등 업무 가능

몰리는 이제 입사 만 1년이 지난 막내급 행원이지만 능력은 상당하다. 무기는 신속함과 정확함이다. 은행원들의 업무 내비게이터 역할은 기본이다. 신한은행은 은행원 개인의 실수를 없애고, 전반적인 업무 시간을 줄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몰리는 실시간으로 금리와 환율 등을 알려주고, 소비자별 실명 확인 서류를 조회한다. 대출 심사에 필요한 서류를 찾아주거나 최적의 전세대출 상품도 추천해준다. 기업 신용평가를 할 땐 재무제표를 자동으로 입력해준다.

가장 많이 물어보는 업무 위주로 사전에 추천 검색어 기능도 제공된다. 예를들어 주택담보대출 조회 메뉴에 들어가 부동산 주소만 입력하면 지역별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에 적용되는지를 판별한다.

'탁상감정'도 자주 이용되는 기능이다. 서류상으로 부동산에 대한 대략적 감정 결과를 보여주는 업무다. 몰리는 5000만 건의 전국 부동산에 대한 예상 감정가를 실시간으로 적용해 업무를 도와준다.
신한은행 직원 1만 3000여 명 중 금융 소비자들과 창구에서 대면하는 직원 수는 약 1만 명에 달한다. 신한은행은 몰리가 1년여간 4만 4000여 시간에 해당하는 업무를 줄였다고 보고 있다. 1년간 직원 20명 이상의 업무량을 소화한 셈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몰리를 도입한 초기에는 13가지 업무를 지원했지만, 기능이 점차 개선돼 지금은 지원 업무가 32개로 늘었다"고 말했다.

◇'챗봇'으로 낮은 비용에 효율성·포용성·신뢰성 제고

타 금융기관들도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도입하고 있고 챗봇(채팅 로봇), 로보어드바이저, RPA(로봇프로세스 자동화) 등 그 활용 영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챗봇'은 단순히 고객이 제시한 키워드에 답변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고객이 질문하는 의도를 파악해 답을 제시할 정도로 똑똑해졌다. 이런 챗봇의 활약은 은행의 24시간 고객 응대체제를 구축할 뿐만 아니라, 금융사고나 전산장애 시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국내 은행업계에서 챗봇이 등장한 것은 지난 2017년 우리은행이 '위비봇'을 내놓으면서다. 3년여의 시간이 지나 현재 주요 4대 은행 모두 챗봇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사기대출 차단 AI 시스템을 개발했고, AI 기반 챗봇인 '리브똑똑'을 개발했다. 올 하반기 들어서는 AI 인사 시스템을 구현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음성봇 '쏠리'를 고객센터 상담서비스에 도입했고, AI 적용 자금세탁방지 고도화 프로젝트를 성공했다.

하나은행은 AI 챗봇 서비스 '하이(HAI)'를 출시했으며, RPA 도입으로 업무 프로세스 자동화에 나섰다. 금융사기 감지를 위한 AI 시스템 구축도 완료했다.

우리은행은 디지털금융그룹 내 'AI 사업부'를 신설했다. 보이스피싱 방지용 전기통신금융사기 AI모니터링을 구축했고, 수출입 선적서류 심사에 AI 제재법규 심사시스템을 도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AI를 통해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고 고객 편의성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향후 지식 공유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도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ohee194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