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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곡물 가격이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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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곡물 가격이 심상치 않다

코로나19로 생산 줄고 물류까지 막혀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한 노동자가 수확한 밀을 체로 거르고 있다. 기후변화와 토지 및 기타 자원의 소모로 식량 시스템이 훼손됨에 따라 인류가 먹고 살 수 있는 식량을 공급하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경고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한 노동자가 수확한 밀을 체로 거르고 있다. 기후변화와 토지 및 기타 자원의 소모로 식량 시스템이 훼손됨에 따라 인류가 먹고 살 수 있는 식량을 공급하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경고했다. 사진=뉴시스
식량 가격이 심상치 않다. 이상 기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앙이 이어지면서 식량 생산이 줄고 물류가 막히면서 세계 곳곳에서 식량 가격이 오르고 있다. 거기에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각국 정부의 유동성 살포까지 겹쳐 가격이 천정부지로 뛸 조짐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 식량가격 평균 지수는 11월 말 현재 105를 기록했다. FAO는 1990년 이후 24개 품목에 대한 국제가격 동향을 모니터링해 5개 품목군별로 가격 지수를 매월 작성해 발표하고 있다. FAO 식량가격 지수 5개 품목군인 곡물, 육류, 유제품, 유지류, 그리고 설탕 등이 모두 올랐다. 5개 품목군이 모두 오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평상시에서는 식량 품목 상호 간에는 상호 대체 관계가 두드러져 특정 품목 군이 오르면 나머지 품목군은 내리는 경향을 보이곤 했으나 이번에는 모든 오른 것이다.
곡물군의 가격 지수는 114.4로 평균지수인 105보다 높았다. 최근의 코로나 쇼크가 기초 곡물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곡물중에서도 밀과 옥수수 등이 특히 많이 올랐다. 유지 품목군은 121.9 전월보다 14.5% 올랐다. 그중에서도 팜유는 6개월 연속 상승했다. 대두유와 유채씨유 그리고 해바라기씨유도 공급량 부족으로 가격이 많이 올랐다. 설탕은 기상 악화로 생산량 감소가 예측되면서 전월보다 3.3% 올랐다. 유제품은 버터와 치즈등을 위주로 105.3로 상승했다. 육류는 0.9% 상승했다. 쇠고기와 양고기의 공급량이 많이 줄었다. 돼지고기는 독일·폴란드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아시아 지역 수출이 금지됐다.

국제 선물시장에서도 밀·콩·옥수수 등 주요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콩의 내년 1월 인도분 선물이 부셸(27.2㎏)당 11.816달러로 치솟으면서 2016년 7월 후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콩과 밀, 옥수수는 최근 6개월간 가격 상승폭이 38%, 31%, 20%에 각각 이르렀다.

최근의 식량 가격의 상승은 이상기후에 따른 생산량의 감소 우려와 코로나에 따른 물류의 마비 우려에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대표적인 기상관측 연구기관인 코페르니쿠스에 따르면 올해 1, 5, 9월은 해당 월로서는 사상 최고로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러시아 중동 남미 호주 등에서도 이상 고온 현상이 목도됐다. 기온이 높아지면서 폭염과 집중호우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 발생 빈도는 더 잦아지고 있다. 미국은 가을 전 국통의 43%가 가뭄을 겪었다. 미국 해안 지역에서는 100년여 만에 가장 많은 열대 폭풍과 토네이도가 발생했다. 중국 양쯔강 유역에서는 두 달간 기록적 폭우가 이어졌다. 인근 일대 농경지는 완전 초토화됐다. 아프리카와 중국, 그리고 파키스탄 등에는 대규모 메뚜기 떼가 출현했다.

코로나19로 충격도 적지 않다, 코로나 확진을 우려해 국경 폐쇄를 하면서 국가·지역 간 이동이 제한됐다. 수확철을 맞아 외부에서 조달하는 계절 노동자들의 공급이 끊어졌다. 방역으로 항만의 물류 처리 속도가 크게 늦어졌다. 운송비는 대폭 올랐다. 상당수 항구들은 병목 현상으로 고전하고 있다.

곡물 가격이 오르면서 일부 국가들은 ‘식량 안보’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해외 수출 물량을 줄이고 비축량을 늘이고 있는 것이다. 자국 내에서의 식량을 늘리고 자체 공급망 확보에 애쓰고 있다.

중국은 식량 공급 불확실성을 예방한다면서 아프리카와 아시아 곳곳의 농지를 사들이고 있다. 중동 산유국은 ‘오일머니’를 식량에 쏟아붓고 있다. 식량 기업들의 분을 사들이는가 하면 농업기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최근 세계 4대 곡물기업 중 하나인 프랑스 루이드레퓌스의 지분 45%를 사들였다. 농산물 장기 공급 협정을 맺었다. 사우디는 사우디 국부펀드(PIF)를 통해 인도 쌀 생산기업인 다왓푸드의 지분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싱가포르는 도시농업, 대체육, 식물성 단백질 생산 등 식품 연구 프로그램에 1억 달러 이상을 배정했다. 아르헨티나는 바이오기업들이 개발한 유전자조작(GMO) 밀에 대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를 승인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어기구 민주당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보고 받은 ‘국내 식량자급률 및 곡물자급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5.8%이다. 10년 전인 2009년 56.2%에서 무려 10.4%포인트나 낮아졌다.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9.6%에서 21.0%로 8.6%포인트 하락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그룹이 최근 발표한 세계식량안보지수(GFSI)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9위이다. OECD 회원국 중 최말단이다, 신용평가사 피치 산하의 시장조사업체 피치솔루션스는 식량 위기가 일어날 경우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국가로 한국, 일본, 중국을 꼽았다.

코로나 상황에서 곡물 대란 까지 일어난다면 그야말로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에 미리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코로나 백신도 중요하지만 식량안보도 결코 놓칠 수 없는 우리의 생존 과제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