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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땅, 땅' 의사봉 세 번에 '기업규제 쓰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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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땅, 땅' 의사봉 세 번에 '기업규제 쓰나미'

상법·노조법 등 '기업규제法' 일사천리 통과…경제계 '초토화' 시간문제
"투기자본 공격 우려" '3%룰' 유예 없이 시행
입맛대로 만들다 넉 달 만에 재입법 사례도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통과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통과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제계가 새해를 앞두고 초상집 분위기다. 내년 '기업규제 쓰나미'가 몰려오기 때문이다.

기업 규제법을 탄생시킨 국회 본회의장 의사봉은 너무나 가벼웠다. 경제계가 하루가 멀다 하고 과도한 규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으나 지난 9일 이른바 '기업규제 3법' 중 하나인 상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쉽게 통과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상법 개정안 핵심은 '3%룰'과 감사위원 분리 선임,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이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감사위원 중 최소한 1명은 이사회 이사와 분리해 선출해야 하고 사외이사 가운데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의결권을 각각 3%로 제한한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지분(상장사 0.5%, 비상장사 1%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취지는 좋았다. 대주주가 감사위원 독립성을 해치는 등 전횡을 막고 소수 주주 권익을 보호해 기업의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한다는 게 골자다.

재계는 상법 개정안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 왔다.

해외 경쟁사에서 산업 스파이를 국내 기업 이사로 보내 기밀을 유출하려고 시도하거나 소버린이나 엘리엇 같이 투기성이 짙은 외국계 투기자본이 3%씩 지분을 쪼개 경영권을 위협해 오면 기업으로서는 방어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주들이 자회사 경영진의 불법 행위로 손해를 입었을 때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재계는 소송 남발로 기업의 법무 부담이 증가하거나 투기자본이 단기간에 모회사 지분을 매입해 자회사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같은 날 국회는 노동조합과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도 가결했다.

노조법 개정안은 해고자와 실업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노조 전임자 급여를 사용자 측이 지급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이 삭제됐다.

재계는 노조 파업 때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사업장 점거는 금지하며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직접 형사처벌 폐지 등 사용자에게 최소한 대항 수단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그나마 탄력근로제 시행 기준이 되는 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려 이전보다 유연하게 근로시간 조절이 가능해진 점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기업을 옥죄는 법안'이 한꺼번에 국회를 통과하면서 재계는 깊은 시름에 빠졌다. 더구나 상법 개정안은 따로 유예기간이 없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이 공포하면 곧바로 시행된다.

일사천리로 법안을 법안을 찍어내다 보니 국회가 만든 법안을 몇 달도 안 돼 다시 손질하는 일도 벌어졌다.

최근 숱한 논란을 낳은 전동 킥보드 관련 법안이 그 예다.

지난 10일부터 시행된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운전면허가 없는 만 13세 이상 미성년자도 전동 킥보드를 포함한 '개인형 이동장치(PM)'를 탈 수 있다.

그런데 내년 4월부터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가 있어야 PM을 이용할 수 있다. 무면허 운전을 허용하면서 안전사고가 급증할 것이라는 비판이 빗발치자 국회가 법을 다시 바꾸면서 빚어진 일이다.

단순히 신개념 이동수단 보급을 확대하고 이를 운영하는 대여 업체를 육성해 소위 '4차 산업혁명'에 발을 맞춰야 한다는 강박이 불러온 '입법 참사'라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서는 정부나 정치권이 규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너무 안일한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재계는 상법 개정안, 노조법 등과 관련해 유예기간이라도 달라는 입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보완대책 마련을 위해 법률 시행시기를 1년씩 연장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성상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