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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ERTE를 활용한 코로나 위기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둔 스페인의 비즈니스 잠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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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ERTE를 활용한 코로나 위기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둔 스페인의 비즈니스 잠재력

한승우 INDUSTRIAS GOL 법인장




스페인 정부의 임시고용해제(ERTE) 제도를 활용한 코로나19 위기 극복 사례와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 속 스페인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자.

코로나로 인한 침체기의 유럽경제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유행과 함께 유럽의 코로나 대응 상황은 처절할 정도로 참혹했습니다. 2021년에는 백신 접종과 함께 어두운 이 상황이 걷히기를 기대하나 여전히 우리는 Now Corona뿐만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를 심각하게 걱정하는 상황입니다.

지난 11월 IMF는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2020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4.4%로 제시했으며 스페인이 -12.8%로 가장 큰 역성장을 기록할 나라로 발표했습니다. 같은 시기에 EU집행위도 관광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스페인이 EU국가들 중에서 가장 큰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12.4%의 역성장을 전망했지만, 2021년은 다른 EU국가보다 높은 5.4%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또한 스페인 중앙은행은 수정 중기 경제전망자료에서 2020년 -9.0%~-11.6%를 예측하고 2021년 7.7%, 2022년에는 2.4%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우리 회사도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유례없는 시련을 겪었습니다. 공급망의 붕괴로 지역화 경제에 몰입하게 되면서 지역별 리스크 투명관리에 보다 집중하게 됐으며, 이를 위해 모든 고객들과 공급업체들에 긴급 공문을 발송해 물류, 배송, 품질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계속 강조해 왔습니다.

또한 매뉴팩처링 비즈니스의 한계를 뚜렷하게 인식하고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해 기회를 위한 선순환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는 각성의 기회로 삼기도 했습니다. 특히 스페인 정부가 2021년 1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용하는 임시고용해제(ERTE)를 2020년 2월 코로나 사태 직후 재빠르게 신청했고 정부 승인을 획득해 위기를 극복하는 하나의 축으로 긴요하게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ERTE 제도 실시로 인한 위기 극복 사례

우리 회사도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스페인 정부의 전면 봉쇄조치에 따라 공장 조업중단으로 이어지면서 3월 중순부터 비상경영계획에 돌입했습니다. 이와 같은 심각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일환으로 정부에서 공표한 임시해고제도를 신청했으며, 승인을 득해 직원들의 단축근무와 유연근무제도를 실행하면서 정부로부터 임금 일부를 지원받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이 제도는 타 유럽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연금과 사회복지 시스템에 철저하고 개인의 복지를 중시하는 스페인 정부가 대량 실직보다는 임시고용해제(ERTE)를 통한 방법으로 기업의 단기 유동성 위험을 회피하고 대규모 실업 사태 방지 및 고용 파괴를 최소화하겠다는 조치이나 기업의 위기가 극복된 후에는 근로자들을 다시 회사로 복귀시켜야 하는 것이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제도입니다.

3월부터 가중된 어려움으로 4월 초에 현지 기업이 정부에 신청한 건수가 27만 건으로 해당 인력은 200만 명을 초과했습니다. 이는 전체 급여 근로자의 15%에 해당될 정도로 높은 수치였으며, 4월부터 10월까지 1,438,591건으로 영업에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항공·호텔·유통·요식업 등의 업종의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모두 신청했을 정도로 심각한 경제 상황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임시고용해제(ERTE)는 회사가 지속적인 수익 감소 등 경영이 악화되는 경제적 요인과 인력조정 수요 발생의 기술적이고 구조적인 복합요인, 천재지변과 자연재해 등의 불가항력(Fuerza Mayor)적인 사유 등을 근거로 단기구조조정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써 기업들은 근로계약의 일시 중단과 근로시간 단축의 2가지 방식을 취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해당 제도는 대상자 측면에서 해고를 면할 수 있으며, 기업 입장에서는 근로시간 단축 또는 임시휴직을 통해 일정기간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입니다.

우리 회사의 ERTE 활용사례를 설명드린다면, 스페인 국가경계령(Estado de Alarma) 발령으로 인한 2주간의 영업 중지 상태에서 정부 승인을 위한 충족요건을 확인하고 신청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신청조건으로는 대상자가 회사 전체 근로자의 10% 이상이어야 하고 노조 또는 노사협의위원회와 7일 내에 협상을 통해 합의가 이뤄져야만 정부 승인을 득할 수가 있었습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근로자들은 회사의 독단적인 ERTE 진행 통보 시 20일 이내 결정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가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경영진과 노조 간 세 차례에 걸친 협의를 통해 최종 합의를 도출했으며, 정부제출 서류 준비를 변호사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였습니다. 많은 준비자료가 필요했던 바 경제적인 위험에 따른 신청개요(Plan Memoria), 회사-노조 간 합의계약서, 회사의 실적(매출손익) 예측분석 자료 및 정부(SEPE)에서 요청하는 모든 자료들을 철저하게 준비했습니다.

4월부터 7월까지의 4개월간의 1차 ERTE를 신청해 승인을 받았으며, 그 후 8월부터 12월까지의 2차 ERTE도 승인을 받았으나 8월부터 매출과 생산이 증가하고 경영 상황이 호전되면서 9월 말에 ERTE 해제를 요청해 6개월만에 임시고용해제(ERTE)를 종료했습니다.

ERTE 진행 과정에서의 중요한 사항들을 정리해보면,

첫째로, 근로자에 대한 총 급여 및 정부 지원금에 대한 내용입니다. 우리 회사 1차 ERTE에서는 전체 직원들의 임금을 예전 대비 80% 지급(급여가 20% 삭감)되는 것으로 정하고 기준비율은 회사 40%, 정부(STATE SEPE) 60%의 비율로 정해 정부 지급 60%는 근무시간의 60%로, COMPLEMENT는 부양가족 수(최대 자녀 2명)에 따라 지급액이 차이가 나는 경우 80% 급여에 맞추는 것으로 설정했습니다. 근무시간은 주 40시간의 40%만 근무하는 단축 근무 방식에 합의해 시행했습니다. 그 후 2차 ERTE는 1차 ERTE와 같은 조건이었으나 점차 호전되는 경영상황을 반영해 근무시간은 60%로 늘렸습니다. 물론 회사가 부담하는 사회안전보장세 납부 의무는 그대로 유효한 것으로 적용했습니다.

둘째로, 근로자들의 가장 큰 우려는 정부 지급 실업수당으로 인해 퇴직 후에 수령하는 연금이 감소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감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변호사의 의견을 청취, 현 상황이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므로 정부가 임의로 차감하는 것은 어렵다는 최종 유권해석을 받았습니다.

세 번째로, ERTE 기간 중 근로자에 대한 해고를 할 수 없다는 협약과 함께 삭감된 급여에도 불구하고 최저급여인 1300유로 유지 및 모두가 용인하는 최악의 상황이 아닌 경우 2021년 임금 인하를 단행하지 않는다는 것에 상호 합의했습니다. 어떤 사회적 이슈가 제기되는 위기의 경우에도 개인의 권익과 공평, 형평성을 중요시하는 EU국가인 스페인 국민들의 단면을 정확하게 느낄 수 있었으며 모든 임직원들이 혼연일체된 마음으로 가장 힘들었던 4~7월의 긴 터널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기업의 상황과 대응 - 나무 위에 올라가서 숲을 보자


2021년은 코로나 사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2020년의 역성장에서 벗어나 양호한 성장을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나 곳곳에 많은 지뢰들이 매설돼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낙관적 유럽식 사고를 바탕으로 강하고 느린 유럽의 경기침체(Recession) 우려, 반세계화 및 신보호무역주의로 인한 다운사이징 추세, 여전히 잠복 중인 유럽과 미국 간 교역규모 5800억 달러에 이르는 무역 전쟁, 늘어나는 기업 파산, 디지털화와 기후 변화 등이 우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우려가 위기 요인에 해당될 것입니다.

사실 기업의 성장과 쇠퇴시기가 급속도로 빨라진 시점이 2000년과 2010년 이후였으나 코로나 이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모든 기업에 깊숙하게 침투했고 자동차산업과 자동차 플랫폼산업이 동일한 궤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여 자동차 시장의 진화가 새로운 각도로 전개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2020년은 스페인 정부가 또 여러가지 지원법을 발표한 매우 의미있는 해이기도 합니다. 전체 GDP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200만 명 이상이 종사하는 자동차산업에 37억5000만 유로 규모의 지원계획을 발표, 친환경 차량 생산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미래 핵심산업으로 수소경제를 선정하고 89억 유로 규모의 대대적 투자계획도 발표했습니다.

기후 변화와 에너지 전환법도 마련해 2050년까지 탄소 중립 실현, 신재생 에너지 확대, 내연기관 자동차 규제, 화석연료 지원 중단과 함께 유럽 그린딜과도 연계한다는 구상이며, ‘Digital Spain 2025’ 투자계획 및 원격근로에 관한 긴급 입법을 통해 근로 조건의 유연한 변경을 통해 기존의 출석 근로와 동등한 입법적인 지위와 권리를 부여하겠다는 방침도 공표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스페인의 유망 비즈니스와 그 기회

스페인은 제조업도 발달한 나라로 유럽 내 2위의 자동차 생산 규모와 5위의 소비시장입니다. 따라서 코로나 이후의 유망 비즈니스 전개에 대한 소견을 자동차산업에 국한해 말씀드립니다.

스페인은 세계 2위의 관광대국이고 농업 또한 발달한 나라입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주요 수입원인 관광산업의 심각한 타격과 재정여력의 부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큰 과제로 대두됐습니다. 스페인은 EU국가 중 제조업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이점에 대해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인 Industrias Gol이 있는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역은 유럽 내 독일 다음의 제2의 자동차부품단지로써 스페인 자동차산업의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300개 이상의 자동차부품 기업이 포진하고 있으며 매출의 90%가 EU 및 범유럽지역, 기타 NAFTA 지역으로의 수출입니다.

자동차산업은 코로나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산업 중 하나로 향후 많은 변화가 예상되며, 특히 친환경차 수요는 점점 더 탄력받아 순수 전기차가 친환경시대의 문턱에서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에 따른 경제의 불확실성과 소비자 구매행태의 변화, 친환경과 기후 변화라는 핵심이슈의 부각으로 자동차업종에서도 향후 10년간 지속 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로의 전환에 대비하고 시장의 주도권 선점을 위한 쟁탈전이 보다 급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글로벌회계법인이자 컨설팅업체인 딜로이트는 향후 전기차 시장 성장률(CAGR)을 29%로 전망했습니다. 즉, 2030년에 신차 판매량의 42%, 2020년의 전기차 대비 10배의 생산대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따라서 유럽은 2021년 전면 시행하는 특히 탄소배출 기준 강화와 자동차 제조사에 무공해 자동차의 생산과 판매를 필수조치로 가속화할 것이므로 전기차 시장으로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위해 서유럽과 북유럽 국가들은 초기 성장율을 견인하기 위해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지원금 및 세제 혜택도 계속 더 늘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물론 스페인도 전기차 관련 각종 세금혜택과 구매보조금 등 각종 부양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의 자동차산업은 새로운 기회의 포착과 리스크 통제라는 큰 틀속에서 소비자의 인식 변화, 삶의 행태변화, 정부의 규제정책, 기후변화, OEM(완성차제조사)의 변곡점이 큰 투자전략으로 인해 변화의 회오리가 시시각각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

시장의 급속한 변화는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가지게 되는 바, 변화에 잘 대응하는 기업들에는 절대적인 생존의 보장과 기업가치 상승의 기회가 생길 것입니다. 이미 유럽의 선도 자동차업체 VW, BMW, Daimler와 Volvo는 2025~2030년 전기차 판매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공표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스페인의 경우도 국내 자동차 인프라를 활용해 전기차 부문의 많은 핵심기술에 선후 투자를 병행한다면 선도적인 국가로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부분이 배터리 부문, 디지털 소프트웨어 부문 그리고 중앙집중형 반도체 칩이 해당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부문에서의 스페인이 구체적인 로드맵을 갖고 보다 적극적인 투자 유치와 JV, 전략적 제휴를 추진한다면 배터리와 플랫폼을 기반으로 구축하는 소프트웨어, 빅데이터, 정보통신 등의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는 전환적인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행히 이 3가지 부분에서 한국은 앞서 있는 비즈니스 영역을 확보하고 있고 특히 배터리산업은 전 세계 정상의 위치에 있습니다. 인력과 자원 인프라가 좋은 스페인과는 양국 간에 비즈니스 협력모색과 제휴 및 확장 가능성의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한 특화생존을 위한 배터리 2차전지 분야 관련해서는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EU 9개 국가가 한국 등 아시아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공급능력 확보를 위해 공동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스페인 또한 적극 동참하는 것이 미래성장의 동력확보 차원에서 필요해 보입니다.

전기차 시장의 메카로 급부상하는 유럽에서의 전진기지 확보를 위해 스페인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글로벌 생산체제를 갖추는 기반 조성이 시급하며, 이의 빠른 진행은 그동안 차세대 성장 동력의 클러스터로 활용돼 온 헝가리, 체코, 폴란드 등의 동유럽 국가들보다 앞설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회사도 기존 생산 역량의 강점을 활용해 자동차용 배터리셀에 들어가는 양극제, 음극제 리벳 터미널의 시제품을 이미 생산하고 있으며, 모듈과 Pack and Rack에 있어서도 향후 비즈니스 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에 잘 적응하고 변신하는 국가와 기업이 돼야 경쟁력을 갖춘 선도적인 위치로 올라갈 수 있다는 확신 때문입니다.

※ 해당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