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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중국 마오쩌뚱의 우주 굴기와 달 나라 선녀 창어(嫦娥)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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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중국 마오쩌뚱의 우주 굴기와 달 나라 선녀 창어(嫦娥)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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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우주굴기와 창어 5호, 김대호 박사의 진단
요순(堯舜) 시대라는 말이 있다. 중국의 요와 순 이라는 임금이 통치한 때를 말한다. 중국 역사가 사마천이 지은 사기(史記)에 나오는 전설상의 통치자들이다. 요(堯)와 그 다음을 이은 순(舜)을 아울러 흔히 '요순의 치(治)'라고 한다.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천자상(天子像)으로 알려져 왔다.

사기에 따르면, 요의 성은 도당(陶唐), 이름을 방훈(放勳)이다. 우리 식으로 읽으면 도당방훈이 된다. 오제(五帝)의 한 사람인 제곡(帝嚳)의 손자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총명하고 예의가 발랐다. 제위에 오른 다음 희화(羲和) 등에게 명해 역법(曆法)을 정했다. 효행으로 이름이 높은 순을 등용해 자기 두 딸을 아내로 삼게 하고 천하의 정치를 섭정(攝政)하게 했다. 요가 죽은 뒤 순이 천자에 올랐다. 임금의 자리를 세습이 아니라 덕 있는 사람에게 물려주는 것을 '선양(禪讓)'이라고 한다. 중국 역사상 최초의 선위가 바로 요순 시대에 일어났다.
중국의 고서 회남자(淮南子)에는 대예사일(大羿射日)이라는 신화가 전해온다. 요(堯) 임금 때 하늘에서 느닷없이 열 개의 해가 떠올라 곡식과 초목이 모두 타 버렸다. 다급해진 요 임금은 화살을 잘 쏘기로 유명한 천하의 궁수 후예(后羿)를 초빙했다. 후예는 하늘에 뜬 열 개 중 아홉을 맞췄다. 그 후예 덕분에 나라는 다시 평온해졌다. 후예는 본디 하늘 나라의 천신이었다. 후예가 떨어뜨린 9개의 태양은 바로 천제의 아들들이었다. 후예는 천제의 자식을 죽인 죄로 아내 항아와 함께 인간 세상으로 쫒겨 났다. 아내 항아 역시 하늘의 천신 즉 선녀였다. 인간 세상에 온 항아는 다시 신이 되기를 열망했다. 그 상아를 위해 예는 곤륜산의 서왕모에게 3000년에 한번 꽃을 피우고 3000년에 한번 열매를 맺는 불사나무의 열매로 3000년 걸려 만든 불사약을 받아온다.

그 불사약은 둘이 먹으면 불로장생하는 것이었다. 혼자 먹으면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갈 수 있다. 상아는 이 불사약을 후예가 없는 틈을 타 가지고 달로 도망간다. 후예를 배신한 상아는 본래의 아름다운 모습을 잃고 두꺼비의 모습으로 변했다. 남편을 버리고 달로 달아난 두꺼비 모습의 항아를 창어(嫦娥)라고도 부른다. 한국 사람들은 달을 보면서 옥토끼를 연상하지만 중국 사람들은 항아가 변신한 두꺼비를 먼저 생각한다.

중국의 우주 프로젝트의 이름 '창어'는 바로 이 전설에서 유래한 것이다. 중국의 무인 달 탐사선 이름도 창어(嫦娥)이다. 이 창어 5호가 17일 새벽 달 표면 샘플을 싣고 무사히 귀환했다. 중국 관영 신화 통신을 비롯해 주요 매체들은 달 탐사선의 무사 귀환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창하는 우주 강국의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갔음을 자축했다.

중국은 달 샘플 채취에 성공하면서 미국과 구소련 이후 3번째 달 탐사에 성공한 우주대국이 됐다. 더구나 창어 5호는 여태껏 인류가 탐사한 적 없는 용암 평원인 '폭풍우의 바다'에 착륙했다. 샘플의 무게가 2㎏에 이르는 등 '인류 최초' 기록을 갈아 치웠다. 중국은 달 샘플 채취를 위해 초대형 로켓인 창정(長征) 5호 발사 시험을 3차례나 했다.

중국 창어 5호의 달 샘플 채취는 1976년 구소련의 '루나 24' 로봇 탐사 이후 44년 만이다.

중국이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인류역사상 3 번째로 달 샘플을 채취할 수 있은 비결은 전 국가 지원과 한 달에 2회 이상 로켓을 발사하는 부단한 '연습'에 있다. 중국은 2019년 1월 인류 최초로 창어 4호 탐사선을 달 뒷면에 착륙시켰다. 올 7월에는 중국 최초의 화성탐사선 톈원(天問) 1호를 쏘아 올렸다. 그 토대 위에 마침내 창어 5호가 달 샘플 채취에 성공했다.
중국은 앞으로도 우주 굴기를 위해 올해 달과 화성 탐사선 발사는 물론 신형 로켓 3기를 포함해 40기 이상의 로켓을 쏘아 올릴 계획이다. 지난해 27차례 로켓 발사를 통해 66기의 비행체를 우주로 보낸 중국의 우주 굴기에 대한 야심은 그 어느 국가보다 크다. 창어 5호를 실어 나른 로켓 창정 5호는 중국에서 '뚱보 5호'라고 불리는 매우 큰 초대형 로켓이다. 2017년 7월 엔진 문제로 발사에 실패했던 창정 5호는 두 차례 발사 실패를 극복하고 지난해 12월 27일 발사에 성공했다. 창정 5호의 최대 적재 중량은 지구 저궤도 25t, 정지궤도 14t에 이른다. 8.2t에 이르는 거대한 창어 5호를 달까지 보낼 수 있은 것은 창정 5호 덕분이다.

중국이 이처럼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연습을 거듭하며 우주 굴기에 집착하는 것은 미국과의 패권 대결에서 국내외 자신감을 획득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동서 냉전시절 미국과 구소련 간 치열하게 이뤄진 우주 탐사 대결을 연상케 한다. 중국은 창어 5호에 이어 달 연구기지 건설을 목표로 하는 후속 달 탐사선 발사계획도 수립했다. 창어 6호는 로봇을 이용한 달 샘플 채취에 나선다. 창어 7호는 포괄적인 달 탐사 임무를 각각 수행할 예정이다. 또 창어 8호는 달에 연구기지 건설이 가능한 지 탐사한다. 달에 거주하면서 사용할 3차원 인쇄(3D Print) 기술도 시험할 예정이다.

창어 5호가 가져온 달 토양 표본은 분석을 마치는 대로 베이징 국가박물관 등에 전시된다. 그중 일부는 중국의 국부 마오쩌둥의 고향인 후난(湖南)에도 보내 거기서 영구 보관할 계획이다.

마오쩌둥은 재임시절 '수조가두 중상정강산(水調歌頭 重上井岡山)'에 나오는 이백의 시를 유난히 사랑했다. '구천에 날아올라 달을 따다(可上九天攬月)'는 대목을 가장 많이 인용했다. 중국 당국이 달에서 온 표본을 마오의 고향인 후난에 보내 보관토록 하는 것은 구천에 올라 달을 따겠다는 마오의 웅대한 포부를 상기하기 위한 것이다.

창어 5호를 마오쩌둥과 연결함으로써 중화인민공화국의 높은 이상을 발현하겠다는 취지이다. 중국이 우주정거장 건설에 쓰일 중국 최대 로켓 창정5-B 발사에 성공했을 때에도 중국 관영 매체 차이나데일리는 "1958년 마오쩌둥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 ‘우리는 20t짜리 우주선을 쏘아 올릴 것’이라고 말한 후 62년 만에 그 꿈을 실현하게 됐다"고 대서특필했다. 마오쩌둥은 우주 개발에 대한 의지가 아주 강했다. 미국이나 소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주 개발 경쟁에서 앞서야 한다는 것이 마오의 지론이었다. 중국인들의 우주 개발에는 과학의 힘으로 달나라의 항아를 만나겠다는 꿈이 담겨있다. 과학기술에서 중국보다 앞서 있다고 자랑해온 한국의 우주개발 주소는 어디쯤 와 있을까?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