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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파나소닉, 창업 103년 만에 ‘사업 흔들’...CEO 교체 ·지주회사 전환, 기사회생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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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파나소닉, 창업 103년 만에 ‘사업 흔들’...CEO 교체 ·지주회사 전환, 기사회생하나

창업 103년의 파나소닉이 흔들리고 있다. CEO 교체와 지주회사 전환을 발표한 파나소닉이 기사회생할지 주목된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창업 103년의 파나소닉이 흔들리고 있다. CEO 교체와 지주회사 전환을 발표한 파나소닉이 기사회생할지 주목된다. 사진=로이터
혁신적인 가전제품을 선보이는 것으로 정평이 난 일본의 전자업체 파나소닉이 흔들리고 있다. 주로 들리는 이야기는 사업철수 소식이다. ·

일본 NHK방송이 최근 지주회사 전환과 조직개편을 발표한 파나소닉을 진단하는 이 같은 내용의 뉴스를 22일 내보냈다.
지난 10월에 발표한 2020년 4~9월까지의 중간 결산에서 파나소닉의 최종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1% 감소한 488억 엔을 기록했다. 연간 영업이익률은 2% 수준으로 전망된다. 회사 가치를 나타내는 주식의 시가총액은 2조 9100억 엔 남짓으로 경쟁사인 소니 시가총액 13조 1200억 엔의 4분의 1 이하다. 다이킨(6조 4700억 엔), 무라타(6조 300억 엔), 히타치(4조 400억 엔) 등에도 못미친다.

파나소닉의 어려움의 시작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마쓰시타전기는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만들었던 ‘사업부제’의 폐해로 큰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사업부제란 TV, 냉장고, 세탁기 등 제품 마다 개발부터 생산, 그리고 영업까지 모두 관리하는 구조다. 사업부 마다 서로 경쟁하는 시스템으로, 당시에는 수많은 히트 상품이 태어나 마쓰시타전기는 일본의 전자산업을 대표하는 존재가 됐다.

그러나 회사의 성장과 함께 사업부는 엄청 늘어나고, 다른 사업부가 같은 상품을 개발하는 비효율적인 상황이 빈발했다. 개발과 판매 등 모든 업무는 중첩되고 고질병으로 고착됐다.

2000년에 취임한 나카무라 구니오 사장은 ‘파괴와 창조’를 내걸고 사업부제를 폐지히고 조직을 개편했다. 대규모 명퇴의 모집 등 고통을 수반하는 개혁도 진행돼 회사는 결국 V자 회복을 기록했다.

나카무라 사장은 플라즈마 TV 사업을 고집했다. 평판 TV의 패권을 잡으려고 플라스마에 거액을 투자, 제품 개발에 에너지를 쏟았다. 플라즈마는 어두운 영상 표현력이 뛰어난 등 화질의 좋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주요 업체들이 저가 LCD TV를 팔면서 플라스마는 열세에 놓였다. 거액의 투자가 족쇄가 돼 후임 오츠보 후미오 사장도 철수하지 못하고 적자만 쌓였다. 철수를 결단한 것은 지금의 쓰가 카즈히로 사장이다.

2012년 취임한 쓰가 사장은 컴퍼니제를 도입해 실질적으로 사업부제를 부활했다. 그리고 B2B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천명하고 B2C에서의 전환을 추진했다. 미국 테슬라와 제휴해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실시한 것도 이 정책의 일환이었다. 도요타와도 배터리로 제휴를 맺었다.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에도 800억 엔 이상을 출자했다.

그러나 쓰가 개혁의 이념이나 비전은 옳았지만 실행에는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많다. 개혁을 뒷받침해 실행할 임직원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파나소닉의 직원들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인재를 수혈해 변혁해야한다’는 사람들과 ‘보수 마쓰시타’ 직원이다. 마쓰시타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다수파이며 회사를 바꾸는데 부정적이라고 한다.

파나소닉은 고위직 인사와 함께 2022년 4월 지주회사로 이행하는 조직개편을 발표했다. 지주회사 파나소닉홀딩스 산하에 8개 사업회사를 두고 각각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고 의사결정을 앞당기려는 의도다.

차기 사장으로 내정된 구스미 유키 상무는 핵심사업은 육성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은 신속 과감하게 퇴출시킨다고 밝혔다. 채산성이 없으면 매각 등으로 처분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벌써부터 조직 내에 갈등이 싹튼다고 한다.

파나소닉은 여러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어떻게 회사의 성장에 결부시켜 갈 것인가가 관건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경제가 본격 회복될 때 글로벌 경쟁에 도전할 수 있는 체제 마련과 경영 실행력이 관건이 될 것이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