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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화이자 코로나 백신 접종과 싱가포르 리센룽 (李顯龍)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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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화이자 코로나 백신 접종과 싱가포르 리센룽 (李顯龍) 리더십

싱가포르가  아시아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사진=CNBC캡쳐이미지 확대보기
싱가포르가 아시아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사진=CNBC캡쳐
전 세계가 코로나 백신 확보 전쟁에 돌입한 가운데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의 '코로나 리더십'이 주목 받고 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코로나 백신을 확보했다.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을 싱가포르 항공을 통해 수송해 온 것이다. 싱가포로는 조만간 일반 시민들에게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코로나 백신 접종을 하는 것이다. 싱가포르가 코로나 백신 생산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백신의 조기 확보는 매우 이례적이다. 리셴룽 총리는 자기의 페이스북에서 "백신 첫 공급 분을 실은 비행기가 싱가포르에 도착했다"면서 "고대하던 '선물'을 받게 돼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정부는 영국과 미국에 이어 14일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승인했다. 이번에 싱가포르 항공 화물기를 이용해 벨기에로부터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1차 분을 들여왔다. 벨기에에는 화이자의 백신 제조공장이 있다. 싱가포르는 전체 인구 585만 명 전원에게 무료 접종을 한다. 싱가포르는 화이자 백신이 섭씨 영하 70도의 초저온 상태에서 유통·보관돼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여 창이 국제공항의 지상 업무를 지원하는 SATS에 하루 4톤의 드라이 아이스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
월드오미터 집계에 따르면 이날 현재 싱가포르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5만8432명이다. 사망자는 29명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확진자 비율과 사망자 비율이 현저히 낮다. 그 만큼 코로나 방역을 잘 해왔다는 얘기다.

현지 언론들은 싱가포르 정부가 지난 4월부터 백신 확보 계획을 가동했다고 전하고 있다. 다른 나라보다 먼저 백신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확보에 들어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리셴룽 총리의 리더십이 특히 돋보인다. 리셴룽 총리는 공공 및 민간분야에서 18명의 과학자 및 임상의들로 백신 및 치료법 전문가 패널을 구성했다. 이들로 하여금 전 세계의 모든 코로나19 백신 후보들을 점검했다. 이 패널은 당시 개발 중이던 다양한 백신 방식을 모두 고려했다. 그 결과 리보핵산 (RNA) 방식을 선택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패널이 추천한 백신 후보들에 대해 전략적으로 구매 협상을 할 '백신 및 치료법 기획단'을 구성했다. 리셴룽 총리는 이 과정에서 강소국 싱가포르 경제의 힘을 지렛대로 활용했다. 레오 입 기획단장은 "백신 개발업체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하는 데 경제개발청(EDB) 관리들의 힘을 빌었다"고 밝히고 있다. 세계 유수의 제약바이오 업체들과 EDB 사이에 오랫동안 형성 유지해온 강고한 관계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약 40개의 비공개 협정 코로나 백신 도입 협정을 맺었다. 이를 통해 백신 개발 과정에 대한 기밀 데이터에 더 빨리 그리고 심도 있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싱가포르는 지난 6월에 미국 제약업체 모더나와 선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을 확실히 하기 위해 계약금도 지불했다. 입도선매를 한 것이다.이후 싱가포르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중국의 백신 개발업체 시노백 등 최소 2개 업체와도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그뿐 아니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확보한다는 계획에 따라 다른 백신 후보들을 계속 추리면서 확보 노력을 계속했다. 입 단장은 "유망한 백신이라 하더라도 성공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백신 후보들에 대해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입 단장은 특히 "끊임없이 그리고 조용히 막 후에서 노력해 온 수십 명의 공무원과 전문가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를 중재 조정해 준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리셴룽은 1952년 생이다. 올해 68세의 지도자이다. 싱가포르 인민행동당 당수이면서 2004년부터 싱가포르 제3대 총리를 맡아 왔다. 싱가포르의 초대 총리인 리콴유의 장남이다. 사실상 리콴유의 뒤를 이은 싱가포르의 세습 권력자인 셈이다. 세습권력임에도 국민들로 부터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트리니티 칼리지 수학과를 졸업했다.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군에 입대해 싱가포르군 국방참모차장실 참모차장보과 국방참모차장 그리고 합동작전기획국 국장, 국방부 장관 정무비서관, 23포병대 사령관, 육군 준장등을 거쳤다. 전역후 국회의원과 통상산업부 정무장관, 국방부 정무장관, 경제위원회 위원장, 통상산업부 장관, 부총리, 싱가포르 중앙은행 의장을 역임했다.

부인 호칭 여사이다. 처음에 의사인 웡밍양(黃名揚) 여사와 결혼했으나 심장마비로 사망한 이후 호칭(何晶) 여사와 1985년 재혼했다. 호칭 여사는 1953년생으로 국립싱가포르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수석 졸업하고 스탠포드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수재이다. 국방부 군수동원국장으로 재임하다가 당시 군 참모차장이던 리셴룽과 1985년에 결혼하였다. 호칭 여사는 싱가포르 최대의 기업인 '테마섹 홀딩스'의 CEO로 재임 중이다. 호칭 여사와의 사이에서 리홍이(李鴻毅, 1987년생), 리하오이(李浩毅, 1989년생) 2남을 더 낳아 리셴룽의 자녀는 모두 3남 1녀 이다.

코로나 백신의 발빠른 도입은 리셴룽의 탁월한 식견과 리더십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여야가 구분없이 리셴룽의 코로나 백신 도입을 칭송하고 있다. 코로나 백신 도입이 늦어지면 정치공방을 벌이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완전 딴판이다.

원희룡 제주 지사는 페이스북에 '비겁한 대통령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원 지사는 특히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코로나19 백신, 치료제와 관련해 대통령이 백신과 치료제 확보를 독려했고 11월에는 '과할 정도로 백신을 확보 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원희룡 지사는 그러면서 "대통령 지시에도 아무도 대통령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내용을 청와대 대변인이 공개하는 건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 '거역'이냐, '기망'이냐"고 물었다. 그는 또 "백신 정책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대통령 지시를 책임을 회피하는 알리바이로 이용하려는 의도였다면 비겁하고 무책임하다"고 꼬집었다. 원 지사는 이어 "성과를 내라고 말하는 것으로 리더의 책임이 끝난다면 초등학생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실패한 정책을 두고 부하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코로나19와 전쟁을 치르는 수장의 태도로는 최악"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실패의 책임을 참모에게 미루고, 참모는 희생양을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