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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코로나 백신과 테이퍼 탠트럼 (Taper tan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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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코로나 백신과 테이퍼 탠트럼 (Taper tantrum)

미국 연준 모습  사진= 뉴시스 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연준 모습 사진= 뉴시스
한 해가 저 문다. 쥐의 해 경자년(庚子年)을 뒤로 하고 부지런한 소의 해라는 신축년(辛丑年)을 새로 맞는다. 2021년 신축년의 소망은 뭐니뭐니해도 코로나 퇴치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전세계 인류를 괴롭혔던 코로나가 신축년에는 완전히 물러갔으면 한다. 코로나 퇴치의 소망을 간절히 빌어본다. 일각에서는 백신 접종이 시작된 만큼 코로나가 곧 물러갈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가 사라지면 경제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다.

과연 그럴까?
백신이 나왔다고 코로나가 물러간다는 보장은 없다. 또 코로나가 물러간다고 경제가 반드시 좋아진다는 보장도 없다. 지구촌 곳곳에서 변종 코로나가 생겨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새해에도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특히 유동성 관리가 중요하다.

지난 1년 동안 전 세계는 돈을 푸는 방법으로 코로나 경제 위기에 대응해 왔다. 문제는 유동성 살포에는 엄연한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는 유동성을 늘리는 지금과 같은 경제 운영 이 한계 상황을 맞고 있다. 백신의 힘으로 새해에 코로나가 물러간다고 해도 이미 늘어난 유동성이 야기할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는 신축년 새해는 그야말로 유동성과의 전쟁이 될 수 있다.

테이퍼 탠트럼이라는 말이 있다. 영어 원어는 "Taper tantrum"이다. 테이퍼링이란 영어 단어로 "서서히 줄이다"라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이 말은 원래 운동 연습에서 나온 것이다. 마라톤이나 사이클 등 장거리 경주의 훈련 방식에 주로 이용되던 단어였다. 마라톤이나 사이클 같은 장거리 경주에서는 시합을 앞두고 훈련의 양을 줄인다.

테이퍼링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1947년 미국의 카릴레와 고턴이다. 카릴레와 고턴은 경기를 앞둔 상태에서는 훈련 양을 줄여야 본 시합에서 기록이 좋아진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처음 그들의 논문이 발표됐을 때 사람들은 테이퍼링의 효과를 믿지 않았다. 그러던 중 당대 최고의 육상선수였던 "체코 기관차" 에밀 자토펙의 우연한 경험이 테이퍼링의 효과를 입증하게 된다. 에밀 자토펙은 1950년에 열린 유럽 육상선수권을 앞두고 매일매일 고된 훈련을 했다. 너무 훈련을 고되게 하는 바람에 몸에 이상이 생겼다, 결국 몸살로 에밀 자토펙은 2주간이나 병원에 입원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경기를 앞두고 쉬었기 때문에 좋은 기록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알 았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자토펙은 본의 아니게 2주 동안이나 푹 쉰 덕분에 최고의 컨디션을 갖추게 되었다. 자토펙은 자신의 역대 최고 기록에 가까운 수준으로 5천 미터와 1만 미터 달리기에서 우승을 했다. 이를 두고 생리학자 네드 프레드릭은 "테이퍼링의 효과가 검증됐다"며 이를 "자토펙 효과" 또는 "테이퍼링 효과" 라고 불렀다.훈련한 기간이 길고 힘든 훈련을 거친 선수들일 수록 중요한 경기를 앞둔 상태에서는 막판에 훈련 양을 줄여야 본 시합에서 더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훈련의 양을 줄일 때에 대부분은 불안감을 느낀다. 이를 테이프 텐트럼 이라고 부른다.

이 테이퍼 텐트럼이 경제학의 영역으로 넘어온 것은 2013년이다. 그해 5월 23일, 벤 버냉키 의장이 미국 의회에서 통화 긴축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테이퍼 텐트럼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경제학에서 테이퍼링은 정부가 양적 완화의 규모를 줄여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푼 돈을 죈다는 뜻이다. 당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테이퍼링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난리가 났다. 주식과 채권이 급락했던 것이다. 이를 경제학에서 긴축 발작이라고 한다. ,

2013년 12월 벤 버냉키 의장은 테이퍼링을 실행에 옮겼다. 매월 850억 달러로 매입하던 자산 매입을 2014년 1월까지 월 650억 달러 매입 수준으로 낮추었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중국, 브라질 등이 큰 쇼크를 받았다. 달러화의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신흥국의 주가와 채권 가격이 폭락했다. 이를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이라고 불렀다.
뉴욕타임스(NYT)는 올해 증시로 쏠린 투자자들이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을 연상시키는 수준의 거품을 만들어냈다고 보았다. 풀린 돈이 거품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거품이 터지면 경제는 한꺼번에 아수라장이 될 수 있다. 거품이 터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테이프링이다. 코로나가 물러가면 또 한번의 테이프링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올들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15% 올랐면서 전통적인 측정법에 의하면 닷컴 버블 붕괴가 시작됐던 지난 2000년 수준에 증시가 근접했다고 지적했다. S&P 500에 편입된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2 이상이다. S&P 500 기업들의 PER이 이런 수준을 꾸준히 유지한 것은 지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 기업공개(IPO)에 나선 기업은 447개이다, 이들은 165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1999년 547개 기업이 IPO로 1천670억 달러를 모은 이후 21년 만에 최대치다. 노무라증권 뉴욕지사의 시장분석가 찰리 매켈리고트는 NYT에 "뉴욕증시는 분명히 입에 거품을 물고 있다"고 말했다. 보스턴 소재 자산운용사 GMO의 벤 잉커 자산배분 대표는 "인터넷 버블 이후 미국에서 이런 종류의 광란을 본 적이 없다"며 "과거 일어났던 일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제이 리터 플로리다대 교수는 "버블의 영역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2021년은 세계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충격파를 떨치고 대유행 이전으로 돌아가는 '포스트 코로나19'의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그렇다고 모든 경제 상황이 코로나19 이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글로벌 기업은 내년에도 재택근무를 유지하거나 병행할 계획이고, 코로나19의 타격이 심했던 업종과 계층으로선 고통스러운 시간의 연장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도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직후 어마어마하게 풀린 유동성이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미 자산시장을 들쑤셔놓은 거대한 유동성이 자산 거품이 어느정도로 늘릴 것인지 또 그 거품이 언제 어떤 식으로 터질 지가 주목된다.

올들어 미국에서는 M2 기준으로 통화가 20%나 급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7년에 걸쳐 풀린 유동성의 70%가 이번에는 1년도 안 돼 시장에 쏟아져 들어왔다. 넘쳐나는 유동성은 경기 회복의 마중물이 되었지만 그와 동시에 지구촌 곳곳에서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변동성을 높였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