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도라도는 캐딜락 브랜드를 한 차원 진화시킨 빌 미첼(William L. Mitchell)의 디자인이며 그는 전설의 콜벳 스팅레이(Corvette stingray) 63년형의 디자인 주역이기도 하다. 재규어(Jaguar)의 총괄 디렉터 이언 칼럼(Ian Callum)은 빌 미첼을 가리켜 대량 생산 제품에 품격과 우아함을 추구한 디자이너로 극찬하기도 했다.
대량 생산 시기의 제품 디자인을 보면 현대 가전의 디자인 방법론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교과서 같은 굳 디자인 이론을 정리한 디터 람스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이른바 타임리스 디자인, 즉 시간을 초월한 디자인 작품으로 유명한데 “더 적지만 더 좋게“(less but better)를 모토로 독일 브라운(Brown)사의 디자인 철학을 구축하고 나아가 현대 산업 디자인의 표준을 제시했으며 대량 생산 제품이 갖춰야 할 올바른 자세에 대해 탐구하고 이를 실현한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대량 생산 시기의 디자인은 기계적 논리를 디자인 논리에 반영시킨 기계적 합리주의 시대였고 양산 제품은 디자인 대상에 대한 문제를 합리적으로 분석한 결과에 가까웠다. 따라서 합리주의 관점에서 설계하고 양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기계 미학 시기의 프로세스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볼 수 있으나 산업혁명 시기처럼 생산비를 낮추려고 미적인 형태에 대한 고민이 전무한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게다가 이 시기는 제품에 대한 상품성 개념이 광고나 마케팅으로 영역을 넓혀 중요성이 고조되는 시기로서 디자인이 상품성에 미치는 영향 또한 커지는 시기였다.
포터블 오디오(Portable Audio)의 역사를 바꾼 소니(Sony)의 워크맨(Walkman)과 값비싼 손목시계를 실용의 영역으로 대중화시킨 세이코(Seiko)의 아스트론(Quartz Astron) 역시 마케팅의 덕을 톡톡히 본 제품들이다.
양산 기술의 발달에 따라 디자인도 발전을 거듭했지만 상품성 개선을 위한 마케팅 요소일 뿐, 디자인이 핵심은 아니었다. 기능주의적 사고의 배경에 깔린 기계적 합리주의는 기능적인 디자인을 확립하였지만 그 이면에는 제한적인 양산 체계와 그에 따른 제조비용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고 이후 컴퓨터의 보급과 3차원 설계로 프로세스가 최적화될 때 까지는 그야말로 혼돈의 시기였다.
김정한 씽크디자인연구소 대표(계원예술대 산업디자인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