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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RE100' 도입에 한전·에너지공단 역할 확대 기대...'우려'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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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RE100' 도입에 한전·에너지공단 역할 확대 기대...'우려' 목소리도

글로벌 RE100 캠페인보다 참여 기준 완화한 '한국형 RE100' 올해 본격화
한전 '녹색 프리미엄' 제도 신설, 에너지공단 'RE100' 등록·인증 업무 확대
"소비자 선의·자발적 참여에 의존" 한계 지적...한전 발전사업 참여 우려도

부산항 국제선용품유통센터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시설 모습. 사진=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이미지 확대보기
부산항 국제선용품유통센터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시설 모습. 사진=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정부가 국제사회의 'RE100' 캠페인에 부응해 '한국형 RE100' 제도를 올해부터 도입하기로 해 신재생에너지 거래의 중추를 맡고 있는 한국전력과 한국에너지공단의 역할이 확대될 전망이다.

RE100은 기업, 기관, 단체 등이 사용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자발성 캠페인이며, 한국형 RE100은 글로벌 캠페인을 우리 실정에 맞게 참여 기준을 완화하거나 좀더 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즉, 글로벌 RE100 캠페인은 연간 전기사용량이 100기가와트시(GWh) 이상인 기업만 참여 가능하고 별도의 선언이 필요하지만, 한국형 RE100은 전기사용량과 무관하게 기업 등 산업용 전기 소비자와 빌딩·상가 등 일반용 전기 소비자 누구나 별도의 선언 없이 한국에너지공단에 등록만 하면 참여할 수 있다. 또한, 글로벌 캠페인 기준과 동일하게 오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목표로 하지만, 그 이전까지 중간목표는 참여자의 자율에 맡긴 점도 특징이다.

그럼에도 한전의 역할이 커지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는 지적과 함께 제도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움직임도 있어 '한국형 RE100'의 정착까지는 다양한 의견 수렴과 함께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부터 '한국형 RE100(K-RE100)' 제도를 본격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내 산업용·일반용 전기 소비자가 RE100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도록 3가지 제도를 새로 마련했다.

첫 번째는 한전이 올해부터 운영하는 '녹색 프리미엄' 제도이다.

녹색 프리미엄 제도는 전기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한전으로부터 구매하고, 전기요금과 별개로 재생에너지 전력요금(녹색 프리미엄)을 한전에 납부하는 제도로, 소비자는 녹색 프리미엄 납부액에 해당하는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RE100 인증에 활용할 수 있다.
전기 소비자가 가장 쉽게 RE100에 참여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전기 소비자가 지불한 녹색 프리미엄은 에너지공단에 출연돼 재생에너지 투자사업에 활용된다.

녹색 프리미엄 판매량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등에 따른 연도별 재생에너지 발전량에 따라 결정되는데, 올해 녹색 프리미엄 판매물량은 총 1만 7827GWh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형 RE100 이행의 두 번째 수단은 올해 상반기 중에 도입될 예정인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 제도이다.

현행법상 전력 판매는 한전이 독점하고 있지만, 제3자 PPA 제도를 통해 전기 소비자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다만 한전이 필수 중개자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완전한 PPA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세 번째 이행수단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거래 확대이다.

그동안 REC는 일정규모 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 등 RPS 의무 부담자만 구매해 재생에너지 사용 인증에 사용할 수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기업 등 전기소비자도 REC를 구매해 RE100 인증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에너지공단은 기업 등의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을 확인해 확인서를 발급하고, 이 확인서는 글로벌 RE100 이행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환경론자들은 한전의 전력 독점 제공에서 벗어나 전기소비자가 재생에너지를 선택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소비자의 선의와 자발적 참여에 의존하는 한국형 RE100 제도 도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후솔루션 관계자는 "한국형 RE100 제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한전의 중개 없이 전기판매자와 구매자가 자유롭게 재생에너지 PPA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형 RE100 제도가 널리 활용되기 위해서는 한전의 전기요금보다 재생에너지 비용이 낮을 수 있다는 확신이 제공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배출권거래제 규제 강화, 화석연료에 대한 과세 강화를 통해 환경비용이 화력발전의 발전단가에 제대로 반영되는 시장 구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반면, 풍력 등 민간 재생에너지업계에서는 한전의 역할 확대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기 판매사업자인 한전이 제3자 PPA 제도를 통해 여전히 발전사업자와 전기소비자간의 거래에 개입할 뿐 아니라, 해상풍력 등 직접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참여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한전은 이미 RPS 제도 하에서 REC 거래가격에 심의·검토·비용평가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 곳곳에서 '심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여권과 한전이 추진하는 대로 한전이 발전사업에 직접 진입할 경우, '선수' 역할을 하는 현 발전공기업·민간발전기업과 공정한 경쟁·상생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