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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제정에 건축법 개정 움직임 ‘건설업계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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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제정에 건축법 개정 움직임 ‘건설업계 패닉’

국회 중대재해법 이번주 통과시킬듯…산업재해 발생시 CEO 책임 부과
중대사고로 근로자 사망 건설현장 영업정지 1→2년 상향 법안 발의돼
건설업계 “옥상옥 규제로 기업 생존권 위협...부실공사 역효과만" 반발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김하수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김하수 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 등 건설현장 안전관리 분야에 정부의 규제 수위가 높아지면서 건설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업계는 건설현장 근로자의 안전과 산업재해를 줄이려는 법 취지는 공감하지만 처벌이 과도해 기업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회는 여야 합의에 따라 오는 8일 본회의를 열고 중대재해법 등 민생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중대재해법은 안전조치 미비로 발생한 산업재해를 ‘기업범죄’로 보고 엄하게 처벌하는 법이다. 기업에 유해·위험방지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해 노동자의 사망 등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기업과 경영 책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여야가 합의한 중대재해법안에 따르면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하도록 했다. 해당 법상 경영책임자는 사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총괄하는 사람으로, 사실상 기업체 대표나 임원 등이다.

중대재해법 제정에 따라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인 건설업계는 ‘좌불안석’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9년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는 855명으로, 이 가운데 건설 노동자 사망자는 42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사망사고자 470명 중 절반 이상인 254명이 건설업종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업계는 중대재해법에 대해 처벌 대상과 수위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일부 조항이 사업자에게 과도한 업무를 부과해 형평성에 맞지 않고, 공사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표이사(CEO) 형사처벌 규정을 놓고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대재해법 처벌 대상에 경영자까지 포함되면서 안전사고 발생시 경영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건단연) 관계자는 “법안은 최고경영자가 개별현장을 일일이 챙겨 사고 발생을 막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는 현실적·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국내외 수십, 수백 개의 현장을 보유한 건설업체의 사정을 헤아리지 않고 책임을 묻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 규제와 중복된 ‘옥상옥(屋上屋)’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지난해 초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표를 7년 이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있기 때문에 중대재해법을 제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입장이다.

최근에는 ‘건설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라고 불리는 건축법 일부개정안까지 발의됐다. 이 법안은 중대사고 예방을 위해 대지안전과 토지굴착에서 중대한 과실로 주요 구조부 손괴가 발생하고 이에 따른 근로자가 사망하는 경우 영업정지 기간을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건설업계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봤을 때, 산업현장 사망사고 처벌 수위는 이미 높은 편이라는 지적이다. 건단연에 따르면, 사망사고 발생시 처벌 기준(산업안전보건법)은 우리나라가 7년 이하 징역으로 ▲미국·일본(6개월 이하 징역) ▲독일(1년 이하 징역) ▲영국(2년 이하 금고) 등과 비교해 높다.

건설업계는 국내 산업안전 정책이 ‘사후처벌’이 아닌 ‘사전예방’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대단지 아파트 현장의 경우 인력이 많이 투입될 때는 하루에 1000여명 이상씩 투입되는 데 각 작업인력에 본사 직원들이 이 1대1로 관리·감독하지 않는 이상 ‘사고율 제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건단연 관계자는 “정책 입안시 기업에게 강한 처벌을 부과하는 것보다는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기업의 존폐를 흔들 수 있는 규제일변도식 정책만 반복된다면 부실공사 등 공사의 품질만 저하되는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