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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칼럼] 늙도록 일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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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칼럼] 늙도록 일하는 나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새해 들어 ‘일’을 연거푸 강조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죽은 뒤에야 일을 그만둔다’는 뜻인 “사이후이(死而後已)의 각오로 진력해나가겠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신축년(辛丑年) ‘신년사’에서도 “죽은 뒤에나 멈춘다는 사이후이의 새해 출사표 심정으로 진력하겠다”고 밝혔다. ‘경제 수장’으로서 올해 나라 경제를 위한 다짐이 이처럼 확고했다.

그렇지만, ‘보통 국민’도 늘그막까지 일을 많이 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전국사업체조사 잠정결과’에도 나와 있다.

발표에 따르면, 2019년 말 현재 대표자 연령이 60세 이상인 사업체 숫자가 96만1827개로 1년 사이에 3.7%, 3만4756개나 늘었다고 했다. ‘늙은 사장님’이 100만 명 가까이 되는 것이다.

노인들은 정부의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일자리를 작년 74만 개에서 올해는 80만 개로 늘린다고 했다. 사업별로 만 60∼65세 이상이 대상이라는 발표다.

보수는 시간당 9000∼1만 원이었다. 정부는 ‘쥐꼬리 닮은 연금’으로는 노후 대책이 제대로 되지 않는 노인들에게 이렇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취직 못한 자식들에게 용돈이나 구직활동비라도 보태주려고 나서는 노인도 없지 않을 것이다.

늘그막에도 일해야 하는 노인은 더 있는 듯했다. ‘세금’ 때문에 일하는 노인이다. 어떤 ‘은퇴자’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는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청원인은 “퇴직자는 강남에 살 수 없나”고 반문하면서 “은퇴하고도 종부세 납부하려고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하나”며 항의하고 있었다.

물론, 집을 처분하고 이사를 하면 세금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청원인은 그게 쉽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퇴직하고 삶의 뿌리를 옮기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생각은 해보지 않았나”고 한 것이다.

국민은 이처럼 늙도록 일을 하고 있다. 청년들만 예외일 뿐이다.

작년 말 발표된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2019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은 67.1%에 그쳤다. 이는 전년보다 0.6%포인트 낮아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32.9%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백수’다.

게다가, 올해도 고용 사정이 호전될 전망은 ‘별로’다.

지난달 전경련이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1.5%가 새해 경영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50.3%는 경영계획 초안만 수립했고, 21.2%는 초안도 세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영계획도 세우지 못한 상황에서 고용을 늘리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청년들은 올해도 야단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