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인간은 성욕 아닌 '우월성' 추구가 삶을 움직이는 기본 동력

공유
3

인간은 성욕 아닌 '우월성' 추구가 삶을 움직이는 기본 동력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202)] 아들러와 사회적 관심

오스트리아 조폐국이 지난 2018년 개인심리학이라는 학파를 창시한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를 금화로 만들어 공개했다.이미지 확대보기
오스트리아 조폐국이 지난 2018년 개인심리학이라는 학파를 창시한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를 금화로 만들어 공개했다.
요즘 정신의학과 마음의 건강 영역에서 새롭게 조명받는 선구자가 있다. 바로 '개인심리학'이라는 학파를 창시한 아들러(Alfred Adler)이다. 일반적으로 아들러는 프로이트의 제자이었다가 제일 처음 그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이론을 세운 사람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그의 이론의 뼈대가 되는 주요한 생각들이 프로이트와 만나기 이전에 발표한 저서에 이미 나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최초의 변절자(變節者)'라는 오명을 벗고 있다.

아들러 자신도 프로이트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나는 프로이트의 과오로부터 득을 보았다"하고 말하면서 프로이트의 핵심적인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프로이트가 신경증의 원인으로 성(性)을 특히 강조한 것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1911년 헤어진 두 거장은 절대 화해하지 않았고, 프로이트는 체구가 작은 아들러를 '난쟁이'라고 부르면서 "내가 난쟁이를 위대하게 만들었다"고 혹평했다. 아들러도 이에 지지 않고 "거인 어깨 위에 서 있는 난쟁이는 그 거인보다 훨씬 더 멀리 볼 수 있다"라고 맞받아쳤다.

아들러, 마음 건강서 새롭게 조명 받는 선구자


인간관계는 차치하고, 두 거장의 이론만 살펴보아도 함께 갈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인다. 프로이트가 인간 행동의 가장 근원적인 힘은 '욕망' 그중에서도 '성욕'을 만족시키는 것에서 나온다고 주장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아들러에 의하면, 사람은 성욕이 아니라 '우월성(優越性)'의 추구가 인간의 삶을 움직이는 기본적인 동력이다. 아들러에 의하면, 인간의 삶은 "우월에 대한 추구 없이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모든 사람은 '위대한 향상의 욕구(great upward motive)'를 공유하고 있다. 이 욕구는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아래에서 위로, 그리고 미완성에서 완성으로 나아가는 동기이다.

아들러의 이론 중에서 제일 관심을 끄는 것은 '사회적 관심(social interest)'을 건강한 사람의 핵심 특징으로 삼은 것이다. 아들러는 프로이트가 인간의 마음을 '본능', '자아' 그리고 '초자아'로 나누어 이 세 가지 요소들의 관계 양상이 사람의 정신건강과 행복을 좌우한다고 주장한 것이 반대해 사람의 마음을 요소들로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통합적인 단위로써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개인을 더 작은 단위로 쪼갤 수 없는 가장 기본적인 연구 단위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 아들러의 이론을 '개인심리학(Individual Psychology)'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삶은 통합적인 '나'와 '너'의 관계로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이론에서 '사회적 관심'이 중요한 개념으로 떠오른다,

'사회적 관심'에 대한 강조는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아들러의 강한 신념을 반영한다. 그는 '공선사후(公先私後)' 즉, 사람은 사회의 이익을 위해서 개인적인 이익을 포기하는 선천적 사회적 본능에 의해 동기 유발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사회적 관심을 중요시했다. 즉 사람을 충분히 이해하려면 다른 사람과의, 또 그가 사는 더 큰 사회문화적 맥락과의 관계를 살펴보아야 한다.

사회적 관심의 발달은 당연히 사회적 환경에서 이루어진다. 갓난 어린이가 처음 접촉하는 사회적 환경은 가정이다. 그 중에서도 갓난아이와 맨 처음 접촉하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어머니이기 때문에 사회적 관심의 발달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주는 사람은 '어머니'이다. 어머니의 영향을 강조한 아들러의 생각은 성격 발달에서 아버지의 영향을 중요시했던 프로이트의 이론과는 상충된다. 가부장적 질서가 강한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에서 성장한, 불과 14세의 나이 차이밖에 나지 않는 두 유대인(프로이트는 1856년, 아들러는 1870년 출생)이 이처럼 서로 다른 이론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기까지 하다.

아들러 "신경증의 원인 性 강조는 수용 못해"


어머니의 임무는 아이가 협동심, 연대감, 동료의식을 가지도록 키워야 한다. 이상적으로 어머니는 아이에게 진실하고 깊은 사랑을 보여 주어야 한다. 이런 건강한 애정관계는 사람들에 대한 진실한 관심으로부터 발달하고 어머니가 아이의 사회적 관심을 육성하게 해준다. 어머니가 자기 남편, 다른 자녀, 일반적인 사람에 대해 갖는 애정이 그 아이에게는 본보기가 되며, 아이는 어머니가 보여주는 이런 시범적인 넓은 사회적 관심으로부터 이 세상에 다른 중요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배운다.
물론 어머니의 생활양식 태도가 어린이의 사회적 관심을 억제하기도 한다. 만일 어머니가 단지 자기 아이에게만 몰두해 있다면 그녀는 아이들이 사회적 관심을 타인에게 돌릴 수 있도록 가르칠 수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만일 그녀가 남편만을 사랑하고 아이들과 사회를 피한다면 아이들은 자기가 쓸모없는 존재이며, 기만당했다고 느낄 것이다. 따라서 어린이의 사회적 관심에 대한 잠재력은 발달하지 못한 채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아이들이 거부당하고 사랑받지 못했다고 느끼게 만드는 부모의 행동은 자율성이나 협동 능력의 결핍을 초래한다.

두 번째 중요한 인물은 '아버지'이다. 아버지는 우선 부인, 그의 일, 사회에 대해 긍정적 태도로 가져야 한다. 또 그는 자녀들과의 관계에서 그의 성숙한 사회적 관심을 나타내어야 한다. 아들러는 이상적인 아버지란 자녀들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고 부인과 동등한 위치에서 협력하며 자녀를 돌보는 사람으로 보고 있다,

아버지의 정서적 격리(隔離)나 가부장적 권위주의와 같은 잘못을 피해야 한다. 아버지의 정서적 격리는 어린이가 사회적 관심을 두는 것을 방해하는데, 아버지의 격리를 경험한 아이들은 사회적 관심을 기초로 하지 않은 개인적인 우월감을 위한 목적만을 축구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권위주의도 잘못된 생활양식을 초래하게 되는데, 즉 그의 아버지가 폭군인 아이들은 사회적 우월감이 아닌 권력과 개인적인 것을 추구하는 법을 배운다.

모든 사람 '위대한 향상의 욕구' 공유


세 번째로 부부관계가 아이의 사회적 관심의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만일 부모의 결혼생활이 불행할 경우, 아이들은 사회적 관심을 발달시킬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한다. 만일 부인이 그녀의 정서적인 지지(支持)를 남편에게서 돌려 아이들에게로 향한다면 과잉보호가 되고 그것은 사회적 관심을 억누르게 된다. 만일 남편이 부인을 공공연히 비난한다면, 아이들은 부모에 대해 존경심을 갖지 못한다. 만일 부부가 불화하면 아이들은 부모를 서로 이간시켜 중간에서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는 것을 배운다. 이 경우 피해를 입는 것은 역시 아이들이다. 즉, 부모들이 서로 사랑하지 않을 때 자녀들이 피해를 입는 것은 불가피하다.

아들러는 사회적 관심의 수준은 개개인의 심리적 건강을 측정하는 훌륭한 척도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사회적 관심의 수준은 개인의 삶의 가치를 판단하는 준거가 된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 자신의 삶은 타인의 삶에 가치를 부여할 경우에만 가치가 있는 것이다. 정상적이고 건강한 사람들은 본래 다른 사람에 관심이 있고, 그들의 우월성의 목표는 사회적이며 모든 사람의 안녕에 두루 관심이 있고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들은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인류의 운명을 향상할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결국 그들이 만일 동시대 인류의 삶에, 또 미래의 사람들의 삶에까지 공헌하지 못한다면, 그들 자신의 삶도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능력과 자격을 갖추기 전에 부모가 되어 자녀들에게 심각한 심리적 외상(外傷)을 입히거나, 더 나아가 학대로 목숨을 빼앗는 부모들을 목도하고 있다. 아들러는 아이에게 사회적 관심을 키워 주는 부모의 능력은 세 가지 중요한 인생 과업-일, 우정, 사랑과 결혼-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만이 갖는다고 보았다. 요즘 우리 사회에 다른 사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현저히 부족한 사람들이 유독 늘어나는 것은 '부모됨'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 한 원인일 수도 있다. 부모가 되기 전에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것도 성숙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