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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공사 골프장 '억지 소송전'...다윗에 패한 골리앗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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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공사 골프장 '억지 소송전'...다윗에 패한 골리앗 되나

기존 운영자 스카이72에 '지상물 소유권 이전 청구소송' 제기, 스카이72도 맞소송 예고
공사측 "부지 임대 만료, 시설물 무상인계 해야"...스카이72 "지상물은 우리 소유" 반박
권익위·법조계, 스카이72 주장에 동조 분위기...'갑질행위' 거액 보상금 줄 가능성 높아

인천 영종도에 있는 인천공항 골프장(스카이72 골프장)의 바다코스 클럽하우스 전경. 사진=스카이72골프앤리조트 이미지 확대보기
인천 영종도에 있는 인천공항 골프장(스카이72 골프장)의 바다코스 클럽하우스 전경. 사진=스카이72골프앤리조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인천공항 골프장의 운영사업자를 퇴거시키기 위해 '소송전'을 시작하면서 거대 공기업 대 민간 중소기업의 '다윗과 골리앗' 싸움이 예상된다.

17일 인천공항공사와 인천공항 골프장 운영사 스카이72골프앤리조트(스카이72)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4일 스카이72를 상대로 토지 반환과 지상물 소유권 이전을 청구하는 소송을 인천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말 골프장 부지 임대계약이 만료된 만큼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스카이72가 골프장 부지를 반납하고, 스카이72 소유인 클럽하우스 등 지상물의 소유권을 인천공항공사로 넘긴 후 퇴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스카이72 관계자는 "아직 소장이 도착하지 않았지만 소장이 도착하면 내용을 확인한 뒤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카이72는 지상물 매수 청구소송 등 맞대응을 포함해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공사와 스카이72가 소송전까지 가게 된 이유는 스카이72가 수백 억 원을 들여 조성한 클럽하우스 등 지상물의 소유권을 놓고 두 회사의 입장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2002년 스카이72와 체결한 실시협약은 민간투자법상 사업자가 건설해 운영한 후 소유권을 양도하는 BOT(건설·운영·양도) 방식의 계약이라며, 따라서 스카이72는 계약 종료 시 인천공항공사에게 건물과 시설물을 무상 양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저렴한 토지사용료에 상응하는 조건으로 실시협약 종료 시 시설의 무상 인계 또는 사업자가 비용을 부담해 철거하기로 상호 합의했다"고 말했다.
스카이72의 주장은 다르다. 실시협약은 BOT 방식의 계약이 아니라 단순 토지임대 계약이라는 반박이다. 인천공항공사 소유인 부지는 반환하되, 스카이72 소유인 지상물은 무상양도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스카이72 관계자는 "당초 공사측이 낸 사업자 모집공고에는 계약만료 시 부대시설을 '무상인계'한다는 문구가 있었지만, 이후 협상을 통해 최종 실시협약에는 '무상'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인천공항공사의 소송전이 '무리수'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법조계는 물론 공공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도 인천공항공사보다는 스카이72의 주장에 더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지난해 10월 권익위는 스카이72가 제기한 고충민원을 심의한 뒤 "골프장 시설은 민간투자법상 '사회기반시설'이 아니고, 인천공항공사는 민간투자법상 실시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당사자인 '주무관청'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인천공항공사와 스카이72의 실시협약은 (BOT 방식의 계약보다는) 민법상 임대차 계약으로 보는 것이 더 합당한 판단으로 보인다"고 스카이72에 유리한 유권해석을 내렸다.

아울러 권익위는 "계약상 우월한 지위에 있는 인천공항공사와 달리 스카이72는 임차인으로서 계약상 약자에 속한다"는 점을 환기시킨 뒤 "임차인 소유의 건물과 지상물 일체를 포기하는 약정은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으로, 민법에 따라 효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우선 존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권익위는 "월차임을 파격으로 저렴하게 하고 임대기간도 장기간으로 하며 임대인이 계약 만료 후 지상물을 철거할 것임을 사전에 임차인도 알고 있었다면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이라고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는 만큼, 실제 인천공항공사가 스카이72 소유의 지상물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했는지 등을 소송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의 무상반납 주장은 법원에서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만일 스카이72가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했거나 제5활주로 공사가 곧바로 시작된다면 계약만료 시 시설물을 모두 무상반납하는 것이 맞겠지만, 활주로 공사 착수여부는 정해지지 않았고 스카이72는 지금까지 매년 토지사용료는 물론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추가로 인천공항공사에 지급해 왔다"는 점을 근거로 꼽았다.

결국, 인천공항공사는 제5활주로 공사 개시가 아닌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스카이72의 퇴거를 요구한 반면, 지상물의 경우 활주로 공사 개시를 전제로 한 무상인계를 요구함으로써 임차인에게 극히 불리한 요구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법조계에선 법원에서 양측의 계약이 민법상 임대차 계약으로 다뤄진다면, 인천공항공사는 임차인에게 '갑질'을 한 행위로 최대 1800억 원 추정되는 막대한 보상비까지 국민 혈세로 물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스카이72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와 잘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인천공항공사가 아무런 협의 노력 없이 새로운 사업자 선정 절차를 강행했다"며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인천공항공사는 거대 공기업이고, 스카이72는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에 불과하지만 소송전을 벌이더라도 패소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