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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주택연금 가입해서 종부세 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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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주택연금 가입해서 종부세 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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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희한한 금융상품에 관한 보도가 있었다. 은행이 각종 부담금과 보험료 등 준조세(準租稅)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게 돈을 빌려준다는 금융상품이었다.

대출을 받고 싶은 중소기업은 최근 납부한 ‘준조세 내용과 영수증’을 은행에 제출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 은행이 금리를 연 0.5%포인트 낮춘 저리자금을 대출해준다는 것이었다. 은행돈을 꿔줄 테니 그 돈으로 준조세를 내라는 얘기였다.
당시 어떤 기업의 경우는 세금의 갑절이나 되는 돈을 준조세로 부담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을 정도였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컸던 셈이다. 이런데도 기업을 제대로 꾸리기는 힘들었다. 준조세가 과다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금융상품은 애당초 없었을 것이다.

당시를 떠올리도록 만드는 법안이 지금 발의되고 있다. 주택연금에 가입해서 세금을 내라는 법안이다.

보도에 따르면, 여당 국회의원이 주택연금을 통해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덜어주는 한국주택금융공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한다.

일정한 소득이 없는 1주택자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납부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한 경우, 주택 가격과 관계없이 주택연금 신청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공시가격 9억 원 넘는 고가주택에 대해서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도’는 세금 납부금액 만큼이라고 했다.

종합부동산세 납부 인원은 2016년 27만3000명에서 2019년에는 51만7000명으로 89%나 늘었다고 했다. 또 종부세 납세자 가운데 1주택자는 6만8000명에서 19만2000명으로 180%나 증가했다. 이렇게 부담이 늘어났으니 주택연금에 가입해서 세금을 해결하도록 해주겠다는 개정안이었다.

실제로, 늘그막에 종부세는 부담스럽게 작용하고 있다. 얼마 전, 어떤 ‘은퇴자’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는 글이 그랬다. 이 은퇴자는 “퇴직자는 강남에 살 수 없나”고 반문하면서 “은퇴하고도 종부세 납부하려고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하나” 항의하고 있었다. 이 은퇴자도 법이 개정되어서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종부세를 납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주택연금이 뭔가. 주택연금은 집을 담보로 죽을 때까지 연금을 받다가 그 집까지 날리고 떠나라는 제도다. 가입자는 세금 내려고 주택연금에 가입했다가 결국 집까지 포기할 수밖에 없다.

개정안의 취지는 좋았지만, 어렵게 마련한 집까지 포기하도록 만드는 개정안이 아닐 수 없다. 종부세가 과다하지 않았더라면, 애당초 필요도 없었을 개정안인 셈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