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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구속으로 '경영시계' 멈췄다...미래 먹거리·고용창출도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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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구속으로 '경영시계' 멈췄다...미래 먹거리·고용창출도 '빨간불'

법원, 이재용징역 2년6개월 실형…대규모 고용창출·투자 올스톱 위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관련 파기환송심 1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관련 파기환송심 1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재계 1위 삼성전자가 또 다시 '경영시계 제로' 상황에 빠졌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따른 대내·외 악재로 경영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법정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벼랑 끝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챙겨온 '반도체 비전 2030(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비롯해 5·6세대(5G·6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전기자동차 전자장비(전장) 반도체, 바이오 등 차세대 성장사업도 급제동이 걸렸다.

◇각계 호소 외면한 법원 판결에 삼성전자와 재계는 큰 충격


이 부회장이 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자 삼성은 그야말로 깊은 충격에 빠졌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는 이날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삼성준법감시제도를 이 사건 양형 조건으로 고려할 것인지에 대해 "삼성은 이 사건 범행 당시 준법감시제도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범행을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은 물론 재계는 이 부회장 실현 선고가 한국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이들은 재계와 업계, 심지어 일반 시민들까지 나서서 이미 1년간 수형 생활을 한 이 부회장에게 기업 활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호소를 저버린 법원 판결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이날 법원 판결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배상근 전경련 전무는 "이재용 부회장은 코로나발(發) 경제 위기 속에서 과감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진두지휘하며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데 일조해 왔는데 구속판결이 나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삼성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글로벌 기업의 위상 등을 고려할 때 이번 판결로 삼성 경영활동 위축은 개별기업을 넘어 한국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삼성이 한국 전체 수출의 28%, 증권거래소 시가총액의 37%(1월 8일 기준)를 차지하는 초일류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한 대목이다. 그만큼 삼성 리더십 부재가 미칠 파장은 경제계 전반에 클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삼성그룹의 경영 공백이 현실화된 것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경총은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타격, 세계 각국의 자국 산업 보호 중심의 경제정책 가속화 등으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기업의 경영 공백으로 중대한 사업 결정과 투자가 지연됨에 따라 경제·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이와 함께 한국상장회사협의회(상장협)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사태에도 지난해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전망치보다 놀라운 회복력을 보이는 중심에는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반도체와 가전 등의 성과가 밑거름됐다"고 설명했다.

상장협은 또 "이번 판결로 삼성전자의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삼성전자의 대외적인 이미지와 실적에 대한 우려뿐만 아니라 함께 상생하는 수많은 중견·중소기업 협력업체들의 사활도 함께 걸려있기 때문에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재계의 이러한 목소리는 이미 여러차례 표출됐다.

이 부회장 선고 전날인 17일엔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지난 7일엔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이 법원에 이 부회장의 선처를 요청했다.

또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15일 "그간 이 부회장을 봐온 한 사람으로서 삼성이 이 사회에 끼치는 무게감을 생각할 때 이 부회장에게 기회를 주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직접 탄원서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했다. 박 회장이 탄원서를 낸 건 2013년 8월 회장에 취임한 후 처음이다.

◇한국경제 선진화로 이끌 삼성전자 미래사업 '올스톱' 위기에 처해


3년만에 다시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은 삼성은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이날 이 부회장이 징역 2년6개월 선고와 법정구속이라는 상황이 빚어지자 삼성 관계자들은 "이런 결과가 나올 지 몰랐다" "참담한 심정"이라는 말만 내뱉었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건희 회장 타계 이후 삼성의 1인자로 이른바 ‘뉴삼성’을 본격 시동을 걸 계획이던 이 부회장의 구상은 시작부터 암초를 만난 셈이다.

특히 대규모 투자와 기업 인수합병(M&A) 등 이 부회장이 직접 챙겨야 하는 경영 의사결정이 모두 올스톱 됐다.

삼성 관계자는 "향후 한국경제를 최첨단 경제체제로 이끌 첨단 사업은 이 부회장이 직접 인재를 영입하고 해외 무대를 뛰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국이 저임금과 정부의 지원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치고 올라온 상황에서 삼성 총수의 법정구속은 삼성의 미래경영에 치명적"이라고 우려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지난 2017~2018년 수감 때처럼 ‘옥중 경영’에 나설 것으로 점친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옥중 경영은 면회 시간이나 횟수, 면회 인원 등에 제한이 있어 일분일초가 아까운 최첨단 기술 경쟁에서 자칫 뒤쳐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법원의 이번 결정이 자칫 국내 재계 1위이며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부상한 삼성의 경쟁력을 오히려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 SK, LG 등 국내 대기업이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 또는 협력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데 삼성만 발목이 잡힌 모습"이라며 "기업 경영의 위축이 삼성은 물론 국내 고용창출과 투자 등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한현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amsa091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