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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공공의 힘'] 공기업 심장을 가다 (4)한국전력 전력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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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공공의 힘'] 공기업 심장을 가다 (4)한국전력 전력연구원

60년간 발전·송배전 기술 개발...한전의 세계최고 전력망·전기품질 숨은 공신
초전도 케이블·태양전지 등 '세계 최초'·'최고 성능' 기술 잇따라 개발·상용화

한국전력은 전국 송전선로 총 연장 3만 5000서킷킬로미터(c-㎞: 송전선로의 길이 단위. 회선 수에 길이를 곱한 값), 배전선로 약 51만c-㎞, 변전소 870개소, 변압기 220만대 등을 운영하는 '국가 에너지 대동맥 기업'이다.

아울러 방대한 규모의 송변전·배전설비를 운영하면서 전압유지율, 송배전 전력손실률, 가구당 정전시간 등에서 글로벌 톱 수준의 전기품질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일본 해외전력조사회(JEPIC)의 국가별 송배전 손실률 조사에서 한전은 3.5%의 손실률을 기록해 영국 7.9%, 프랑스 7.7%, 미국 6.2%, 일본 4.8%보다 탁월한 수준의 전력망 관리능력을 보여줬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망과 전기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한전의 비결은 설비 고장을 자동 복구하는 '셀프 힐링 시스템'을 비롯해 ▲한국형 배전 자동화 시스템 ▲고효율 기자재 ▲전력망 지능화 등 꾸준한 기술개발에 있다.

이같은 한전의 기술력과 다양한 에너지 신사업 발굴 뒤에는 한전의 연구개발 핵심조직인 '한전 전력연구원'이 자리잡고 있다.

◇ 한전 전력연구원, 세계 최초·최고 성능 신기술 잇따라 개발·상용화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한국전력 전력연구원 전경. 사진=한전 전력연구원 이미지 확대보기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한국전력 전력연구원 전경. 사진=한전 전력연구원

한전 전력연구원의 모태는 지난 1961년 한국전력 전기시험소로 출발한 한전 기업부설 연구소이다.

지난 60년 동안 초고압 송전기술을 비롯해 다양한 송배전 기술과 발전기술 개발은 물론, 차세대 배전 지능화 시스템, 블록체인, 로봇·드론 등 미래 에너지전환 시대를 대비한 기술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조직 인프라로는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본원을 비롯해 전북 고창 전력시험센터, 강원 춘천 기초전력연구센터 등에 대규모 연구동과 실내외 시험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석·박사급 연구인력 500여 명을 합쳐 총 600여 명의 인력이 움직인다.

오는 9월 한전 본사가 있는 전남 나주의 10만 5425㎡ 규모 부지에 원천기술 실증연구·상용화를 연계하는 거점시설인 '에너지신기술연구소'를 준공할 예정이어서 정부와 한전의 에너지전환과 그린뉴딜 정책에 큰 힘이 실릴 전망이다.

전력연구원은 ▲신재생에너지 ▲디지털솔루션 ▲기후환경 ▲발전기술 ▲차세대송변전 ▲스마트배전 등 에너지 전 분야에서 세계 선도기술 또는 '꿈의 기술'로 불리는 다양한 미래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 인공지능(AI) 전력수요 예측 시스템 세계최초 개발 성과 올려

한국전력 김종갑 사장(오른쪽 3번째)이 2019년 11월 5일 경기도 용인시 흥덕에너지센터에서 열린 세계 최초 초전도 송전 상용화 사업 준공식에서 커팅식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전력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전력 김종갑 사장(오른쪽 3번째)이 2019년 11월 5일 경기도 용인시 흥덕에너지센터에서 열린 세계 최초 초전도 송전 상용화 사업 준공식에서 커팅식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전력


올해 초에는 인공지능(AI)으로 전력수요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 시스템은 인공지능의 자동 재학습 기능을 활용해 매월 수백억 건의 한전 전력데이터를 분석해 계절·사회 요인 등에 따라 수시로 변화하는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배전선로 부하상태를 89% 정확도로 알아내는 시스템이다. 현재 실증사업을 완료하고 올해 중 한전의 모든 사업소에 시스템을 보급할 계획이다.

전력연구원은 더 '신기한' 기술도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다. 한 예로 '균열 자가치유 콘크리트' 기술을 꼽을 수 있다. 만일 콘크리트 구조물에 균열이 발생하면 마치 유기생명체의 혈액응고처럼 콘크리트 구조물이 스스로 균열을 인지하고 치유(봉합)하는 기술이다.

이 신기한 기술은 미생물·무기재료·나노재료 등으로 만든 이른바 ‘자가치유 혼화재’를 섞은 콘크리트에 0.3㎜ 폭의 미세한 건물 균열이 발생하더라도 1개월 이내에 95% 이상 치유하는 기술로 이미 검증을 거쳤다. 더욱이 네덜란드 등 관련 기술을 보유한 선진국보다 앞선 세계 최고의 성능이라고 전력연구원은 자부한다.

앞으로 이 기술을 활용해 콘크리트 구조물의 유지 비용과 내구 수명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유지 보수가 필요없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실현한다는 게 연구원의 최종 목표이다.

전력연구원은 지난 2019년 20.3%의 세계최고 효율을 과시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했고, 같은 해에 '꿈의 송전망'이라 불리는 초전도 케이블을 세계 최초로 경기도 신갈~흥덕 변전소 사이에 상용화했다.

전력연구원의 끊임없는 혁신기술 개발에 힘입어 한전은 국제에너지기구(IEA)로부터 '세계 최초 초전도 상용국'으로 공식 인정 받은 것을 계기로 문산~선유 변전소에 초전도 스테이션을 건설하는 등 초전도 플랫폼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밖에 수압을 이용해 설치 비용과 공사 기간을 대폭 줄인 해상풍력 구조물 설치기술 '석션버켓 공법', 화재 위험이 낮고 대용량화가 용이해 차세대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불리는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VRFB)', 분리막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분리·포집 하는 '차세대 이산화탄소 분리막 기술' 등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을 가속화 시키는 신기술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전남 나주 한전 에너지신기술연구소 조감도. 사진=한국전력 이미지 확대보기
전남 나주 한전 에너지신기술연구소 조감도. 사진=한국전력

전력연구원은 개발한 신기술을 직접 해외 마케팅을 동원해 수출하거나, 한전이 수행하는 해외사업에 기술 지원 방식으로 대외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현재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중동, 미국, 중남미 등에 발전소 운영관련 기술을 수출해 왔으며, 올해 초 개발한 'AI 전력수요 예측시스템'도 베트남·미얀마 등으로 수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전력연구원 관계자는 "기업·대학·협회와 기술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전력산업 중앙연구소'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면서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변환의 전력산업 흐름에 적극 대응해 에너지 분야 글로벌 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하고 국가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 한전 전력연구원 김태균 원장 "유망기술 쉼없는 연구개발로 에너지전환 선제 대응"

김태균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장. 사진=한전 전력연구원 이미지 확대보기
김태균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장. 사진=한전 전력연구원


김태균 한전 전력연구원장은 "전력산업이 4차 산업혁명과 에너지전환 시대를 맞아 어느 때보다 큰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전력연구원이 이같은 변화의 격랑을 헤쳐나가는데 선봉장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한전에 입사해 전력연구원 전력계통그룹장, 차세대송변전연구소장, 연구전략실장 등을 거쳐 지난해 8월 제31대 전력연구원장에 취임했다.

연구원 업무 경험을 살려 전력연구원을 전력산업을 선도하는 '기술 두뇌'의 역할과 위상을 갖추는데 힘쏟고 있다.

김 원장은 "전력연구원이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 최고의 전기품질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왔다"면서 "이제 에너지전환시대를 맞아 마이크로 그리드(Micro Grid), 디지털 변전소, 주파수조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이산화탄소 포집, 해상풍력단지 계통연계기술 같은 차세대 전력기술로 선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에 부응해 해상풍력 설치 등 재생에너지 확대 기술을 집중 연구한 결과, 지난해 육상에서 해상풍력장치를 일괄조립한 뒤 배로 해상으로 운송해 한번에 설치하는 '해상풍력 일괄설치선박' 설계인증을 획득하는 성과를 거뒀다.

김 원장은 새해에는 전력연구원이 해상풍력설치 신기술 외에도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ESS(에너지저장장치), 초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 등 그린뉴딜과 기후변화 대응정책을 뒷받침할 유망기술 연구개발에 과감히 도전해 한전과 국내 전력산업의 미래를 주도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