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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엔비디아의 ARM 인수, 반독점 장벽에 성사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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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엔비디아의 ARM 인수, 반독점 장벽에 성사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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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로이터
손정희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자사 계열의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업체 ARM을 미국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 엔비디아에 넘기는 협상을 지난해부터 순조롭게 진행해온 것으로 보였으나 막판에 ‘반독점 논란’에 휩싸이면서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앞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RM을 400억 달러(약 44조2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지난해 9월 발표했다. 다만 황 CEO는 영국은 물론 주요 관련국에서 반독점 관련 심사를 통과한 뒤 최소 18개월 후에 인수가 확정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황 CEO가 덧붙인 것처럼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는 문제는 소프트뱅크가 지난 2016년 ARM을 인수했을 때와는 사정이 다르다”면서 영국, 중국, 유럽연합(EU), 미국 등에서 반독점 규제 장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고 2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990년 영국에서 창업한 ARM은 전세계에 공급되는 모바일용 반도체의 95%가량을 설계하는 세계 1위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로 애플, 퀄컴, 삼성 등에 설계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지난 2016년 비전펀드를 통해 314억 달러(약 34조7000억 원)를 주고 ARM 지분 전량을 인수하면서 소프트뱅크 자회사가 됐다.

엔비디아는 반도체업계의 전통적인 강호 인텔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 반도체 기업으로 지난해 7월 등극하는 등 급격히 사세를 넓혀가고 있는 곳이다.

절차가 마무리된 것으로 보였던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가장 먼저 보낸 곳은 영국의 반독점 당국이다.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지난 6일 낸 발표문에서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반도체 시장의 공정 질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를 올해 말께 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반독점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어찌보면 예정된 일이었다는 게 닛케이의 분석이다.

닛케이는 “소프트뱅크가 2016년 ARM을 인수했을 때 반독점 시비가 일지 않은 것은 소프트뱅크 계열사 가운데 ARM의 고객사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영국 반도체 업체가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ARM을 인수하기로 한 엔비디아는 퀄컴, 인텔, AMD, 삼성전자 등 ARM의 주요 고객들과 직접적으로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사정이 많이 다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인수합병 전문 법률가의 말을 인용해 소프트뱅크의 ARM 인수는 소프트뱅크 계열 세계 최대 벤처투자펀드인 비전펀드를 통한 투자활동의 일환으로 간주가 돼 문제가 없이 넘어갔지만 엔비디아의 ARM 인수는 반도체 시장의 공정질서를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를 피해가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