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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등산 시작 전 하산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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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등산 시작 전 하산 준비해야"

류호택 (사)한국코칭연구원 원장
류호택 (사)한국코칭연구원 원장
평생 그 자리에 있을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사람이 모인 곳이라면 어느 곳에서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상에 올랐다면 언젠가는 내려와야 한다. 정상에 오른 사람은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삶은 등산을 닮았다. 오름길에도 내리막이 있지만 내림 길에도 오르막이 있다. 정상에 올랐다면 언젠가는 내려와야 한다. 산이 높으면 높을수록 더 빨리 하산을 서둘러야 한다. 높은 산에서는 해가 늦게 진다. 정상에서 저녁노을을 보았다는 것은 이미 평지에서는 해가 넘어갔다는 것을 뜻한다. 산골짜기의 어둠은 시내보다 훨씬 어둡다. 발을 헛디뎌 다칠 수도 있고, 산 짐승을 만날 수도 있으며 동행인이 없을 땐 무섭기도 하다.
등산하는 사람은 우리의 삶처럼 산을 오르기 전에 하산을 준비한다. 스틱 또는 헤드램프를 준비하기도 하고 동행할 사람을 구하기도 한다. 혼자 하는 야간 산행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외롭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이처럼 등산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하산을 준비하지 않고 정상에 오래 머문 사람이 보통사람과 어울리지 못하고 은둔자 생활을 하는 사람을 보았을 것이다. 지하철을 탈 줄도 모르고 은행에서 돈 찾을 줄도 모르는 사람 말이다. 모든 것은 운전기사나 비서가 해 주다 보니 정작 살아가면서 필요한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 것이다

이런 현상은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해당하지만, 학식이 높은 사람이 그런 경우가 있다. 사기꾼에게 가장 속기 쉬운 사람들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세상살이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다. 이런 지식은 최소한 정상에 서 있을 때 배우고 연습해야 한다.

실제 이런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동국제강 그룹 회장 비서실장일 때 이야기다. 장상태 회장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내가 언제까지 그룹 회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머지않아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고 난 후에, 나는 보통사람처럼 살아가야 한다. 그 연습을 보통사람이 된 후에 하면 늦다. 그래서 지금부터 보통사람이 살아가는 연습을 하기 위해 비행기를 탈 때도 VIP가 아닌 보통사람처럼 탐승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보는 눈이 많아서 하지 못하지만, 일본에 가면 버스도 타고 지하철도 타고 다니는 연습을 지금부터 해야 한다. 그래서 메고 다니는 가방을 준비했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실제로 출국하실 때는 가방을 메고 출국장을 향하는 모습을 보여 주셨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반면에 아무 준비 없이 전문경영인인 CEO 자리에 오래 머물러 있다가 내려온 후에 일상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분도 봤다. 조직에서 아래 사람을 짓밟고 정상에 오래 있다 보니 찾아오는 사람도 없다고 쓸쓸함을 호소하는 분도 봤다.

정상에 있을 때는 지위 때문에 누구나 존경의 예의를 갖춘다. 하지만 지위를 잃었을 때, 지위와 함께 모든 것을 잃는 사람이 있다.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다는 말을 듣는 사람도 있다.
등산하는 사람이 하산을 준비하듯 정상에 선 사람도 그곳에 있을 때, 아니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정상에 오르기 전부터 하산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이런 준비를 하는 사람은 지위가 낮은 사람이라고 해서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지 않는다. 늘 주위를 돌아보고 챙긴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정상에서 내려왔을 때도 존경받는 리더가 된다. 하지만, 이런 행운은 아무에게나 찾아오는 행운이 아니다. 쉽게 얻을 수 있는 행운도 아니다. 그런데, 누구나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행운이기도 하다.

꽤 오래전 코칭했던 한 분이 작년 말 고위직에서 은퇴한 후 지금은 대학의 겸임교수로 발령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분의 목표 중 하나는 은퇴 후에도 존경받는 선배로 남고 싶다는 것이었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은퇴 후에 밥 한번 함께하고 싶은 선배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후배의 성장과 성공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해 주고 있음을 그의 말이나 행동에서 느낄 수 있었다. 참으로 멋진 목적을 가졌고 이루신 분이다.

조직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삶의 목표 중에 한가지로 이런 목표를 가지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구성원들을 짓밟고 올라섰거나 앞날을 망쳐놓고 내려온 사람의 미래가 어떤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리더라면 은퇴 후에 벌어질 상황을 생각해 봐야 한다. 그렇게 하면 구성원들이 다르게 보일 뿐만 아니라 그들을 어떻게 지원하면 성장할 수 있을지도 보게 된다. 그들이 자신의 은퇴 모습을 환하게 지켜보고 격려해 주는 모습을 그려보면서 오늘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보면 많은 해답을 얻게 될 것이다. 이런 일은 직장에서뿐만 아니라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지속성장 가능한 천년기업을 만들겠다는 꿈을 가진 사람이라면 여기에 더하여 마지막 과업인 후계자를 멋있게 육성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류호택 (사)한국코칭연구원 원장('지속가능한 천년기업의 비밀'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