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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지연, 예산낭비' 장기계속공사 많은 한국판뉴딜 제때 완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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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지연, 예산낭비' 장기계속공사 많은 한국판뉴딜 제때 완수될까

장기간 공공건설에 매년 배정 받은 예산만큼 공사 진행 "공기 길어지고 사업비 늘어"
경실련 "100억 이상 49건 중 84% 차지...공사비 1~5% 확보로 공사돌입 만연" 폐지 요구
정부·공기업 "예전 사업 지연·예산 증가 풍조 많이 사라졌다...문제점 개선방안 검토 중"

국가철도공단의 경북 영천시 대구선 복선화사업 공사 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국가철도공단의 경북 영천시 대구선 복선화사업 공사 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정부 주도의 공공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사업이 대부분 사업비 일부만 확보한 상태에서 착공하는 '장기계속공사' 방식으로 진행돼 예정보다 사업이 길어지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진행 중인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와 '한국판 뉴딜'의 상당수 공공건설사업도 이같은 장기계속공사 방식으로 추진돼 예산 추가투입, 공사기간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2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경실련은 지난 20일 '공사지연·예산낭비 주범, 장기계속공사제도 폐지하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고 장기계속공사제도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장기계속공사제도는 수년에 걸쳐 진행되는 공공 건설공사에 총 공사금액을 정해 발주하되 매년 예산을 배정받아 해당 예산만큼만 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반대 개념인 계속비제도는 수년에 걸친 사업의 전체 비용을 미리 국회로부터 승인 받아 총사업비를 하나의 계약으로 체결하는 방식이다.

장기계속공사제도는 전체 사업비가 미리 확보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차별로 공사가 종료되고 이듬해 다시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예산이 부족한 해에는 공사가 중단되고, 이 때문에 총 공사기간이 당초 계획보다 늘어나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중단 기간에도 시공사는 시설물을 보호하고 자재, 장비 등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간접비' 등 비용이 당초 계획보다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경실련은 2019년 준공된 총공사비 100억 원 이상의 공공건설공사 49건을 분석해 장기계속공사제도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경실련이 국토교통부 지방국토관리청 21건, 국가철도공단 22건, 한국도로공사 6건 등 총 49건을 분석한 결과, 84%에 해당하는 41건이 장기계속공사 방식으로 발주됐다.

이 가운데 26건은 공사비 확보가 5%도 안된 상태에서 착공됐고, 더욱이 14건은 공사비 확보가 1%도 안된 상태에서 공사에 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분석대상 49건 중 41건은 당초 계획보다 공사기간이 연장됐고, 49건 중 44건은 1건당 평균 119억 원의 공사비가 증액됐다.

대규모 공공건설공사의 상당수가 장기계속공사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공기 연장과 공사비 증가가 만연돼 있음을 입증하는 결과인 셈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장기계속공사 방식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적용되는 방식"이라며 "공기 지연과 공사비 증액으로 혈세 낭비를 부추기는 장기계속공사 제도를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와 한국판 뉴딜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 주도 공공건설사업도 장기계속공사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는 2019년 1월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서울을 제외한 전국 23개 SOC 사업에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면제한 사업이다.

23개 사업 중 가장 진행속도가 빠른 '동해선 포항~동해 간 172.8㎞ 구간 전철화 사업'은 총 사업비 4662억 원으로, 지난해 6월 착공돼 내년 완공될 예정이다.

이 사업은 장기계속공사 계약 방식으로 착공됐지만 사업비는 모두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동해 전철화 사업을 주관하는 국가철도공단 관계자는 "정부와 협의를 거쳐 사업비는 모두 확보한 상태"라며 "전철화 사업은 기존 노선에 전기시설만 추가하기 때문에, 당초 예정대로 진행되는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사업인 경남 '국도20호선 산청 신안~생비량 도로건설공사' 사업은 현재 시공사가 선정돼 착공을 앞두고 있지만, 사업비가 모두 확보되진 않았다.

역시 장기계속공사 방식으로 계약된 이 사업은 총 사업비 1779억 원이 투입돼 오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사업은 현재 대부분 설계 단계에 있다.

경실련 관계자는 "장기계속공사 방식인지 계속비 방식인지는 사업별로 계약 내용을 확인해 봐야 알 수 있지만,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사업 23개 중 약 20개, 한국판 뉴딜 SOC 사업은 약 80% 정도가 장기계속공사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공기업계 한 관계자는 "10여 년 전에는 사업비 확보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착공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지금은 그런 풍조가 많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장기계속공사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