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실적을 지탱하는 것은 콘텐츠 비즈니스다. 소니의 지난해 인기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 극장판은 흥행 수입이 개봉 73일 만에 324억 엔에 달해 국내 개봉한 영화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만들어낸 성과다. 소니가 공들여온 애니메이션·영화·음악·게임 등 콘텐츠 비즈니스가 시너지 효과를 냈다. 글로벌 인기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도 인터넷 연결 소프트웨어를 다운받는 콘텐츠 사업의 일종이다.
이 분야에서는 적극적인 M&A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AT&T의 애니메이션 전송사업 크런치롤을 1200억 엔에 인수했다. 크런치롤은 세계 200개 이상의 국가와 지역에서 애니메이션을 전송한다. 회원은 9000만 명이다.
19년 전, 주가가 1만 엔을 넘었던 2001년 5월 25일까지만 해도 소니는 하드웨어 업체였다. 2000년 매출 7조 3148억 엔 중 전자기기가 70%를 차지했고 게임은 9%, 영화와 음악은 각각 8%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해 전자기기 사업의 부진으로 실적 예상을 하향 조정하면서 주가는 4000엔 아래로 떨어졌다. 2008년의 리먼 쇼크도 타격이었다. 세계적으로 경기가 나빠지면서 가전 수요도 사라졌다. 소니는 2008년부터 4년 연속 적자에 빠졌다. 사상 최대인 4566억 엔의 적자가 발표된 2012년에 주가는 마침내 1000엔 밑으로 떨어졌다.
이 시점에서 소니가 택한 것은 과감한 하드웨어 사업의 철수와 함께 콘텐츠 비즈니스로의 대 전환이었다. 여기에 월정액을 받는 구독 서비스도 접목했다.
하드웨어 부문에서 소니의 가장 큰 수익원은 영상 센서다. 지난해 세계시장 점유율은 50%로 1위다. CES 2021에서는 개발 중인 자율주행 EV(전기차)의 공공도로에서의 주행 실험을 공개했다.
소니는 오는 4월 회사명을 ‘소니 그룹’으로 바꾼다. 전자기기 제조업이나 콘텐츠 비즈니스 모두 경쟁은 심화된다. 소니의 향방은 일본 기업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소니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