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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유화학 ‘조카의 난’ 휘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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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유화학 ‘조카의 난’ 휘말려

회장 조카 박철완 상무, 특수관계 이탈·경영진 교체 요구...3월 주총서 표 대결 가능성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금호석유화학그룹이 이른바 ‘조카의 난’으로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박찬구(73)그룹 회장 조카 박철완(42)상무가 지분 관계의 변화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박 상무는 또 3월 주주총회에서 박 회장과 표 대결도 불사하겠다고 결의를 다져 경영권을 둘러싼 양측간 파열음이 커질 전망이다.

박 상무는 28일 박 회장과의 '특수 관계'에서 벗어나겠다고 선언한 후 경영진 교체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삼촌인 박 회장 측은 "말도 안되는 요구"라고 반박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박 상무는 전날 공시를 통해 "기존 대표 보고자(박찬구 회장)와의 지분 공동 보유와 특수 관계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박 상무는 또한 이사 교체와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는 주주 제안을 회사에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상무는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 아들이자 박찬구 회장 조카로 금호석유화학 지분 10%를 보유한 개인 최대 주주다.
이에 비해 박찬구 회장은 지분율 6.7%이고 박 회장 아들 박준경 전무가 7.17%, 딸 박주형 상무가 0.98%의 지분을 갖고 있다.

박철완 상무 지분은 지금까지 박 회장과 특별관계인으로 묶여 있었다. 그런데 박 상무가 박 회장과의 특수 관계를 해소하고 독자 행보에 나선다고 공시를 통해 밝힌 셈이다.

이는 지난해 7월 그룹 인사에서 박 회장 아들 박준경 전무는 승진하고 박 상무는 승진하지 못하는 등 균열 조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한진그룹으로 매각되면서 박 상무가 금호석유화학 경영권에 뛰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박 상무가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최근 금호석유화학 지분 3∼4%를 사들인 건설업체 IS동서와 연합해 이사 선임·해임 등을 두고 박 회장 측과 표 대결에 나서 박 회장을 해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박 회장 측은 이날 오후 언론에 배포한 '주주 박철완 상무의 주주 제안 관련 금호석유화학 입장'을 통해 최근 박 상무로부터 사외이사, 감사추천, 배당확대 등 주주 제안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그는 또 "회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주가 반영을 통해 주주 가치 극대화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박 상무가) 주주제안을 명분으로 사전협의 없이 갑작스럽게 경영진 변경과 과다 배당을 요구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특히 박 회장 측은 "주주제안을 경영권 분쟁으로 조장하며 단기적인 주가 상승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일부 세력 움직임에 동요하지 않기를 주주들에게 당부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사내임원인 박 상무가 일반 주주로서 주주제안으로 요청한 내용을 회사와 경영진은 구체적으로 검토해 신중하게 대처하겠다"며 "경영 안정성과 기업·주주가치 보호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금호그룹은 과거에도 친족 간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박인천 창업주 3남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4남 박찬구 회장 간 '형제의 난'이 2009년 있었기 때문이다.

금호그룹은 1984년 창업주 고(故) 박인천 회장이 세상을 떠난 후 고 박성용 명예회장과 둘째 고 박정구 회장, 박삼구 전 회장으로 형제경영 전통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박삼구 전 회장 다음으로 박찬구 회장이 바통을 이어받는 수순이었지만 박삼구 회장이 장남 박세창 금호산업 사장에게 경영권을 넘기려고 시도하자 형제간 갈등이 불거졌다.

두 사람은 오랜 기간 갈등을 이어오다 2015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분리됐다.


김민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entlemin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