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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키-빼빼로의 6년간 상표 분쟁 막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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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키-빼빼로의 6년간 상표 분쟁 막 내려

- 에자키 글리코, 포키의 제품 외형이 기능적이지 않음을 증명 못해 롯데제과 상대로 벌인 상표권 침해 소송 패소 -

- 트레이드 드레스의 기능성을 판단하는 법적 기준 심층 분석 -


에자키 글리코(Ezaki Glico)의 포키(Pocky)와 롯데제과의 빼빼 (Pepero)는 초콜릿 입힌 막대과자계의 오랜 라이벌이다. 내용물만 놓고 보면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유사한데, 누가 ‘원조’인지, 그리고 양사의 주력 상품이 어떻게 서로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시장에서 공존 가능한지 언뜻 궁금해진다. 아니나 다를까, 롯데제과보다 먼저 미국에 진출한 에자키 글리코는 2015년 7월 뉴저지 연방지방법원(U.S. District Court for the District of New Jersey)에 롯데상사 미주법인과 롯데제과를 상대로 포키 과자 모양 자체에 대한 상표권 침해 소송 Ezaki Glico Kabushiki Kaisha d/b/a Ezaki Glico Co., Ltd. and Ezaki Glico USA Corp. v. Lotte International America Corp. and Lotte Confectionary Co. Ltd., No. 2:15-cv-05477-MCA-LDW를 제기했었다. 6년여의 법정 공방과 항소 끝에 2021년 1월 26일 드디어 제3순회항소법원(U.S. Court of Appeals for the Third Circuit)의 최종 판결 Ezaki Glico Kabushiki Kaisha v. Lotte Int'l Am. Corp., No. 19-3010, 2021 WL 253451(3d Cir. Jan. 26, 2021)이 나왔고, 피고 롯데제과의 승소 확정으로 일단락되었다. 에자키 글리코가 등록된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다수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표 침해 공격에 실패했던 이유에 대해 이 글을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포키와 빼빼로 제품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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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3순회항소법원(1월 26일 자 판례)

포키-빼빼로 상표 분쟁의 발단


1978년부터 미국에서 포키 판매를 시작한 에자키 글리코는 포키 막대과자의 제품 외형(product configuration) 몇 가지를 미국 특허상표청에 트레이드 드레스로 등록했다. 본 소송의 근간이 된 에자키 글리코의 상표권 두 건은 (1) “초콜릿을 입힌 막대 과자(Chocolate covered candy stick)” 상품에 대해 1989년 2월 28일에 등록된 트레이드 드레스(등록번호 1527208)와 (2) “아몬드 조각이 섞인 초콜릿이나 크림을 부분적으로 입힌 막대 비스킷(Biscuit stick partially covered with chocolate or cream in which are mixed crushed pieces of almond)” 상품에 대해 2002년 9월 3일에 등록된 트레이드 드레스(등록번호 2615119)이다.

에자키 글리코의 등록 트레이드 드레스(등록번호 1527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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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특허상표청 웹사이트

에자키 글리코의 등록 트레이드 드레스(등록번호 261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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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특허상표청 웹사이트

한편, 롯데제과가 1983년에 한국에서 출시한 빼빼로를 미국으로 수출하기 시작한 해는 2000년이다. 에자키 글리코는 미국에 등록된 자사의 트레이드 드레스를 근거로 롯데제과 측에 미국 내 빼빼로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경고장을 1993년부터 1995년 사이에 여러 차례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롯데제과는 이에 굴하지 않고 빼빼로의 미국 수출을 계속 진행했는데, 에자키 글리코는 (2015년에 뉴저지 연방지방법원에서 소송을 걸기 전까지) 20여년 동안 별다른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소송 전개 내역


법정에서 양측의 열띤 변론을 청취한 뉴저지 연방지방법원은 2019년 7월 31일 자 판결문에서 포키의 제품 외형이 기능적이기 때문에 트레이드 드레스로 보호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원고 에자키 글리코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제3순회항소법원은 2020년 10월 8일에 다시 피고 롯데제과의 승소를 인정하며 하급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후 국제상표협회(INTA, International Trademark Association), 미국제과협회(National Confectioners Association), 몬델레즈 글로벌(Mondelez Global LLC)이 항소법원에 재심리를 청원하는 법정조언자 소견서(amicus curiae brief)를 각각 제출하며, 원고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항소법원은 전원재판부 재심리(en banc rehearing) 요청은 거부했지만 합의부 재심리(panel rehearing)는 수용했고, 2020년 10월 8일 자 판결문을 대체하는 새로운 판결문을 2021년 1월 26일에 발표했다. 혹시나 법원의 판단이 뒤집힐지 기대를 모았지만 소소한 수정사항을 제외하곤 대동소이한 내용이었고 최종 결론도 같았다.

제3순회항소법원의 판결 논거


그렇다면 롯데제과보다 먼저 포키를 만든 에자키 글리코의 트레이드 드레스권 침해 주장이 실패한 원인은 무엇일까? 트레이드 드레스의 기능성을 판단하는 법적 기준을 재정립하고 이를 포키의 제품 외형에 적용한 결과, 롯데제과의 손을 들어주게 된 제3순회 항소법원의 판결 논거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보자.

1. 기능성을 판단하는 법적 기준


'유용한(useful)' 디자인은 특허법에 의해 디자인 특허로 보호받지만, 트레이드 드레스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 즉, 기능성 원칙(functionality doctrine)에 의해 특허법과 상표법의 경계가 나뉜다. 기능적인 대상은 상표로 등록이 불가하며, 상표가 등록된 이후라도 동 상표가 기능적이라는 점을 입증하면 상표권 침해 주장을 성공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때문에 후발주자의 카피 상품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설령 상품의 출처를 혼동하게 만들더라도, 특허받지 않은 기능적인 디자인 요소에 대해서는 경쟁자들이 얼마든지 법에 저촉 없이 카피가 가능하다.

이 소송에서의 핵심 쟁점은 포키의 트레이드 드레스가 과연 기능적인가이다. 그런데 상표법 Lanham Act는 '기능성(functionality)'을 별도로 정의하고 있지 않다. 에자키 글리코는 이를 판단하는 데에 있어 기능적인 성격이 제품에 얼마나 '핵심적(essential)'인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의역하자면 제품 외형에 있어 기능성이 얼마나 지배적인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에자키 글리코가 이해한 기능성의 판단 기준이 지나치게 한정적이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사전이나 권위있는 학술서(treatise) 등 여러 문헌 자료에 비추어 보면 기능성은 실용성·유용성을 나타내는 ‘practical’, ‘utilitarian’, ‘useful’에 의미상 가깝고, 이 같은 해석이 기존 상표법 판례들에도 부합하며, 에자코 글리코의 주장처럼 ‘핵심성 여부(essential)’가 기능성을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실제로 연방대법원 판례 Qualitex Co. v. Jacobson Products Co. Inc.TrafFix Devices, Inc. v. Marketing Displays, Inc. 는 기능성을 가리는 기준으로 특정 제품 형태가 해당 물품의 사용이나 목적에 있어 핵심적인지 뿐만 아니라, 물품의 가격과 품질에 영향을 주는지, 또는 어떤 제품 형태를 독점적으로 사용하도록 제한하는 것이 동종업계 경쟁자들로 하여금 명성과 관련되지 않은 중대한 불이익을 가져다주는지 등 여러 가지를 제시한 바 있음에 주목한 것이다.

또한, 제3순회항소법원은 제품이나 제품의 형태 전체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그 형태를 구현하기 위해 선택된 구체적인 디자인 단위(the level of the particular design chosen for feature(s))”로 기능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어떤 외형을 만들기 위해 특별히 고른 모양과 형태가 얼마나 유용한가를 각각의 구성요소마다 살펴야 한다는 의미이다.

2. 포키의 트레이드 드레스가 기능적인 이유


법원은 기능성을 입증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네 가지를 대표적인 예시로 제시했는데, 포키의 제품 외형에 적용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어떤 형태나 디자인으로 인해 제품의 작동이 용이해진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기능성을 증명할 수 있다. 포키의 경우, 소비자들이 초콜릿을 묻히지 않고도 손으로 과자를 쥐고 먹을 수 있게 해주는 형태로, 초콜릿을 바르지 않은 손잡이 부분이 상당히 유용하다. 또한 막대과자의 긴 모양은 손으로 잡기 편리하고 다른 이들과 나눠먹기 좋게 디자인되어 있다.

둘째, 해당 제품 형태가 유용하고 실용적임을 제조자가 마케팅에 널리 활용할 때 이는 기능성을 드러내는 증거가 된다. 에자키 글리코는 포키의 편리한 디자인과 실용적인 이점을 다년 간 홍보해왔다. 특히 포키가 손에 초콜릿을 묻히지 않고 멀티태스킹을 가능하게 해주며, 간편하게 휴대 가능한, 깔끔한 손잡이의 과자라는 점을 광고에서 강조하고 있는데, 법원은 이 같은 자료가 포키 디자인의 기능성에 더욱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고 보았다.

셋째, 해당 형태가 관련 실용특허(utility patent)의 청구항에 포함될 때 이는 동 형태에 기능성이 있음을 암시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에자키 글리코는 2014년 7월 15일에 미국 실용특허 “막대 모양의 과자와 이에 대한 제조법(Stick-Shaped Snack and Method for Producing the Same)” (특허번호 8,778,428)을 취득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막대과자 모양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유용한 발명으로, 포키의 제품 외형 자체가 진보성의 근간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법원은 이 특허가 포키의 트레이드 드레스와는 확연히 구분되며, 동 소송에서 고려 요소가 아니라고 밝혔다.

에자키 글리코의 실용특허(특허번호 8778428)


자료 : 특허상표청 웹사이트

넷째, 어떤 제품을 디자인하는 방법이 소수의 몇 가지에 불과할 때 기능적 성격을 나타내는 증거물이 된다. 롯데제과의 경우 부분적으로 초콜릿 바른 과자를 얼마든지 포키와 다른 모양으로 디자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법원은 단지 이 요인만으로 포키의 디자인에서 기능성을 상쇄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법원은 위의 입증 기준을 포키의 트레이드 드레스에 종합적으로 적용해본 결과, 유용한 디자인이므로 기능적이고, 이 때문에 상표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으며, 따라서 롯데제과를 상대로 한 상표권 침해 주장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맺음말



트레이드 드레스의 기능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유용성으로 폭넓게 규정한 제3순회항소법원의 판결 덕분에 롯데제과는 미국 내 빼빼로 판매 전면 중단 및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 위기를 무사히 넘기게 되었다. 하지만 국제상표협회(INTA)를 대리하여 법정조언자 소견서를 제출했던 법무법인 데비보이스 & 플림턴(Debevoise & Plimpton LLP)의 데이비드 번스타인(David H. Berstein) 변호사는 1월 26일 판결이 나온 직후 Law360과의 인터뷰에서 “유용한 디자인이라 하더라도 상표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들이 다수 존재한다”며, “이번 법원 판결이 연방대법원의 기능성 분석 기준에 배치되기 때문에, 에자키 글리코가 조만간 연방대법원에 상고허가신청(petition for writ of certiorari)을 제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주 소송 변호사 P씨는 KOTRA 뉴욕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관련해 "항소법원의 민사 판결에 불복할 경우 판결 등록일(the date of entry of judgment)로부터 90일 이내에 상고 절차를 밟아야 한다"라고 의견을 덧붙였다.

제3순회항소법원의 판결 논거를 요약 정리하자면, 특정 모양으로 만들었을 때 제품이 더 잘 작동되거나, 사용하기 한층 더 편리해지거나, 제품 생산 비용이 절약되거나, 품질이 향상되거나, 그 모양을 나만 독점하고 남들은 못 쓰게 할 경우 경쟁자들이 중대한 불이익을 받게 될 때 그 디자인 요소는 유용하므로 기능적이라고 간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상표법의 보호가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사의 제품 형태에 대해 트레이드 드레스 출원을 고려하거나, 타사의 유명 트레이드 드레스와 비슷한 모양의 후발 상품 출시를 앞두고 사업 리스크를 검토 중인 우리 기업에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자료: 15 U.S.C. §§ 1052, 1115; 특허상표청 웹사이트(https://www.uspto.gov/), PACER(Public Access to Court Electronic Records, https://www.pacer.gov/), Qualitex Co. v. Jacobson Products Co. Inc., 514 U.S. 159(U.S. 1995); TrafFix Devices, Inc. v. Marketing Displays, Inc., 532 U.S. 23 (U.S. 2001); Ezaki Glico Kabushiki Kaisha v. Lotte Int'l Am. Corp., No. 19-3010, 2021 WL 253451(3d Cir. Jan. 26, 2021); Kaisha v. Lotte Int’l Am. Corp., No. 15-5477, 2019 WL 8405592(D.N.J. July 31, 2019); 3rd Circ. Won't Budge On Cookie-Shape Trade Dress Ruling, Law360(https://www.law360.com/articles/1348855/3rd-circ-won-t-budge-on-cookie-shape-trade-dress-rul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