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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반기는 넷플릭스 "OTT 시장 더 커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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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반기는 넷플릭스 "OTT 시장 더 커질 것"

韓 진출 가시화…'점유율 뺏기' 대신 시장 확장 기회
콘텐츠 특징 달라…이용자 요구 따라 복수 가입 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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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출시가 가시권에 들면서 통신업계 기대감과 함께 국내 OTT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넷플릭스는 OTT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각각 3일 진행한 2020년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는 모두 디즈니플러스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SK텔레콤은 "IPTV와 OTT 사업 제휴에 대해 열린 자세로 임하고 있다. 특정회사와 제휴는 사전에 언급할 수 없는 점 양해바란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특정회사'는 디즈니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디즈니플러스와의 협력은 논의 중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해 양 사 모두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KT 역시 디즈니플러스와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업계에서는 디즈니플러스가 국내에 서비스할 경우 넷플릭스보다 파급력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타워즈와 픽사,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 등 글로벌 인기 프렌차이즈 IP를 다수 보유한 디즈니는 국내에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 팬들도 다수 확보하고 있다.

특히 MCU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대작 영화들의 개봉이 미뤄진 가운데 페이즈4의 첫 작품이 돼버린 ‘완다비전’이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공개 당시 극장에서 MCU 영화를 보지 못한 국내 팬들이 VPN 우회로 대거 디즈니플러스에 가입해 높은 인기를 실감케 했다.

여기에 홈미디어 시장에 필수요소인 키즈 콘텐츠까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어 국내에 진출한다면 단시간 내 급성장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내 OTT 업계는 긴장하고 있지만 정작 넷플릭스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 한 관계자는 "디즈니플러스와 우리(넷플릭스)는 시청자 계층이 다르다. 점유율을 갉아먹는 경쟁을 하는 대신 OTT 시장이 지금보다 더 커지는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넷플릭스의 점유율이 30%를 넘어서고 있지만, 전체 브로드밴드 가입자의 20%도 되지 않는다. 앞으로 공략해야 할 시장이 여전히 넓은 셈"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북미 지역 유료 구독자 가구수는 7394만개에 이른다. 실제 이용자 수가 이보다 더 많다고 가정해도 약 1억명대 초반이다. 이는 미국과 캐나다 전체 인구수(약 3억8000만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또 세계 190여개국에 서비스하면서 유료 가입자수가 2억명인 것을 감안하면 넷플릭스를 포함한 OTT 서비스에게 시장은 넓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국내 시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 수는 330만명을 넘어섰으며 시장 점유율은 40% 수준이다. 전체 OTT 유료 가입자 수를 합산해도 1000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여기서 한 사람이 2개 이상의 OTT를 이용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실제 유료 가입자 수는 이보다 더 줄어든다.

아직 포화상태에 이르지 않은 국내 OTT 시장에 디즈니플러스가 합세할 경우 시장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특히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는 콘텐츠 성향이 차별화됐다는 점이 여기에 힘을 싣고 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디즈니플러스의 경우 다양한 연령층이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중심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수위 높은 장르물이 중심"이라고 밝혔다.

또 OTT는 자동차나 스마트폰처럼 한 번에 한 제품만 이용하는 형태가 아니라 한 사람이 동시에 여러 개의 OTT에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점유율을 갉아먹는 경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HBO맥스와 애플TV플러스,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등 대형 글로벌 OTT가 모두 국내 진출하고 국내 OTT의 경쟁도 심화될 경우 빠르게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를 수 있다.

OTT 업계 관계자는 "차별화된 오리지널 콘텐츠와 사업 전략을 통해 가입자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포화상태에 이른 후에는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본격적인 생존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