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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SK이노 '배터리 전면전' D-4...美 ITC 판결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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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SK이노 '배터리 전면전' D-4...美 ITC 판결 시나리오

美 ITC, 11일 배터리 소송 최종 판결
LG에너지·SK이노 서로 "내가 이긴다"
시나리오 다양…최선은 '원만한 합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회사 상징(CI). 사진=각 사이미지 확대보기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회사 상징(CI). 사진=각 사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3년 동안 벌인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나서 "낯 부끄럽다"라며 합의를 종용했으나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7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오는 10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린다. 한국시각으로는 11일 오전 쯤으로 예상된다.

◇ 메디톡스-대웅제약 '보톡스 소송', SK이노엔 '청신호'?


ITC는 지난해 2월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Default Judgement)을 내렸다. 이후 ITC는 그해 10월 5일로 예정된 최종 판결을 같은 달 26일, 그리고 12월 10일로 두 차례 마뤘다가 올해 2월 10일로 다시 연기했다.

두 회사는 서로 유리한 상황으로 받아들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ITC가 조기패소 결정을 최종 판결 단계에서 뒤집은 적이 거의 없다고 강조한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사례 처럼 예비 판결과 최종 판결이 일부 달라질 수 있다는 데 기대를 건 모양새다.

ITC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보톡스 원료인 균주 도용 문제를 놓고 벌인 소송에 대해 지난해 12월 메디톡스 손을 들어줬다.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면 앞선 예비 판결과 최종 판결은 다소 온도차가 있다. 예비 판결은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균주를 가져가 제품을 만들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봤으나 최종 판결에서는 균주가 영업비밀은 아니라는 판단이 나왔다. 다시 말해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균주를 가져다 쓴 것까지만 인정했다.

ITC가 최종 판결을 연기하자 SK이노베이션은 조기패소한 예비 판결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기대를 품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단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일정이 밀린 것이라는 입장이다.

◇ 정황은 LG에너지 편? 변수가 너무 많다…장기화 가능성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우세를 점치는 분위기다. 정황이 그렇다는 얘기다. ITC 예비 판결에서 승기를 잡은 LG에너지솔루션은 비슷한 사건인 배터리 양극재 특허 무효 심판(IPR)에서도 미국 특허청 특허심판원(PTAB)으로부터 유리한 결정을 얻어냈다.

PTAB는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을 상대로 제기한 IPR 8건 모두에 대해 조사 개시를 거절하고 각하했다. 쉽게 얘기하면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에 출원한 특허가 SK이노베이션 특허를 침해한 것인지 다툴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물론 ITC와 PTAB 결정이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별개 사안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ITC가 LG에너지솔루션 손을 들어주더라도 변수가 많아 섣불리 전망을 내놓기는 어렵다. ITC 결정은 최종 판결이 내려지고 60일 이후 효력이 생기는데 미 행정부가 그 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두 회사가 극적 합의를 이뤄내는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최종 판결에 불복한 쪽이 미 연방법원에 항소하거나 ITC가 '제3의 판결'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州)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고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사를 설립하는 등 양사 모두 미국 지역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양사가 합의하지 않는 이상 사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합의가 끝내 불발되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모두 '소송 리스크(경영상 위험 요인)'를 안고 가야 해 한국 배터리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거라는 우려가 나올 전망이다.


성상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