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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시진핑에게 영어로 된 전기 한권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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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시진핑에게 영어로 된 전기 한권 없는 이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어바인캠퍼스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제프리 와서스트롬 교수는 미국의 대표적인 중국학자.

그가 미국의 유력 시사전문지 애틀랜틱 최근호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 최고지도자 시진핑 주석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할만한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와 글로벌 패권을 다투는 나라의 지도자에게 어떻게 영어로 된 전기 하나 없느냐는 것. 시진핑이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세계인이 알 수 있는 통상적인 수준의 자료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비판한 셈이다.

와서스트롬 교수에게만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14년 프란츠 카프카상을 수상하고 오랫동안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돼온 중국 작가 옌롄커와 3년전 미 듀크대 상하이 캠퍼스에서 나눈 대화를 소개하면서 “중국에서 산다는 것은 북한에서 사는 느낌과 미국에서 사는 느낌을 짬뽕한 느낌”이라는 옌롄커의 말을 인용했다.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를 추구하면서도 강력한 공산당 일당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한지붕 두집살림’ 같은 중국 사회의 현실을 꼬집은 얘기다.

지난 2012년 최고 자리에 오른 시진핑 주석도 이율배반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다를 바 없다는게 와서스트롬 교수의 지적이다.

한편으로는 세계경제포럼(WEF) 같은 공개 행사에 종종 참석해 세계화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박수 갈채를 받는 대중적인 정치인의 이미지를 풍기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에 관한 정보는 최대한 노출하지 않아 지구촌 패권을 미국과 겨루는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기본적인 정보조차 파악하기 어렵게 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렇듯 시진핑의 실체가 서방사회에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의 정치적 행보가 소련의 개혁과 개방을 이끈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비슷한 개혁적인 것, 긍정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시각이라는게 와서스트롬 교수의 주장이다.

시 주석이 공산당 일당 체제에 반대하는 인사들을 탄압하고 헌법 규정을 고쳐 자신의 임기를 전임자들보다 크게 늘릴 수 있게 했고 역대 어떤 중국 지도자보다 중앙정부의 권한을 강화한 것 등은 북한 지도자 김정은보다 더하면 더하지 못하지 않다고 그는 비판했다.

시 주석이 이같은 철권 통치 강화를 통해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음에도 도마에 오르지 않는 이유는 현재 지구상의 몇 안되는 독재자로 불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에게도 영어로 된 전기 정도는 있지만 시 주석만은 예외일 정도로 개인사가 베일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라고 와서스트롬 교수는 강조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