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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외투기업' 쌍용차, 서자(庶子)는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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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외투기업' 쌍용차, 서자(庶子)는 서글프다

새 주인 찾기, 속도와 내실 모두 챙겨야

산업부 성상영 기자.
산업부 성상영 기자.
한국 자동차 산업의 '아픈 손가락' 쌍용차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정부는 쌍용차에 대한 지원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유력한 새 주인 후보로 떠오른 미국 HAAH오토모티브홀딩스 역시 명확히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 3일에는 공장이 가동을 멈췄다. 유동성 악화로 부품업체에 결제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자 일부 업체가 부품 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설 연휴가 끝난 16일에나 생산을 재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안팎으로부터 충격을 받을 때마다 쌍용차는 유독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주인도 여러 번 바뀌었다.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로 쌍용그룹이 해체 수순에 들어가며 경영권이 대우자동차로 넘어갔다가 법정관리 끝에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로 인수됐다.

상하이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기다렸다는 듯 쌍용차에서 손을 털었다. 노동조합의 70일 넘는 파업, 다시 법정관리를 거쳐 2010년 인도 최대 기업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품었다. 마힌드라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글로벌 경제를 덮치며 경영 사정이 나빠지자 가장 먼저 외국에 투자한 기업들을 포기했다.

중국 기업은 쌍용차를 '먹튀' 대상으로만 여겼고 인도 기업은 처음 약속과 달리 지원을 충분하게 제공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자본은 국적이 없다는데 경제가 불안할 땐 팔이 안으로 굽는 모양이다.

지금 쌍용차가 겪는 위기는 자구 노력이 부족한 탓은 아니다. 자산을 매각하고 노조 동의를 받고 직원들이 고통을 분담한 쌍용차에 자구 노력만을 요구하는 것은 가혹하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해외 자본에 인수된 기업, 즉 '외투기업'으로서 한계를 드러낸 측면도 있다.
쌍용차가 한숨 돌리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대주주를 맞아 투자를 받아야 한다. 동시에 중요한 것은 쌍용차를 성장시킬 의지와 능력을 갖춘 기업을 찾는 일이다.

HAAH오토모티브에게 쌍용차는 서자(庶子)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성상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