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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혼다 CR-V 하이브리드, 조용하고 편안한 '패밀리 SUV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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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혼다 CR-V 하이브리드, 조용하고 편안한 '패밀리 SUV 교과서'

혼다코리아, CR-V 하이브리드 국내 출시
안정감과 성능 사이, 균형 잡힌 주행 질감
넉넉한 실내와 필요한 건 다 갖춘 편의성
오래 타도 안 피곤한 '패밀리 SUV의 표준'

혼다코리아가 출시한 '뉴 CR-V 하이브리드'가 지난 4일 전남 해남군 해안도로에서 주행 중이다. 사진=혼다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혼다코리아가 출시한 '뉴 CR-V 하이브리드'가 지난 4일 전남 해남군 해안도로에서 주행 중이다. 사진=혼다코리아
조용하고 편안했다. 오래 타도 운전에 따른 피로감이 적었다. 화려하기보다는 오히려 투박함에 가까웠지만 과장되지 않고 진득했다.

혼다코리아가 지난달 28일 출시한 '뉴 CR-V 하이브리드'는 전형적인 패밀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R-V에 전기 모터와 배터리를 얹어 고유의 장점을 극대화한 차량이다. 가족이 편안하게 탈 수 있으면서 경제성과 주행 성능까지 겸비했다.
뉴 CR-V 하이브리드는 혼다가 처음 내놓은 하이브리드 SUV다. 지난해 출시된 CR-V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 '뉴 CR-V 터보'에서 갈라져 나왔다.

혼다를 대표하는 세단이 '어코드'라면 SUV에는 CR-V가 있다. 혼다코리아는 지난달 28일 뉴 CR-V 하이브리드와 어코드 하이브리드 출시 행사에서 올해 차량 판매 목표가 3000대라고 밝혔다. 그 주축 중 하나가 CR-V다.

지난해 혼다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겹악재 속에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런 가운데 혼다코리아가 내놓은 병기(兵器)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혼다 '뉴 CR-V 하이브리드' 테일게이트를 개방한 모습.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성상영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혼다 '뉴 CR-V 하이브리드' 테일게이트를 개방한 모습.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성상영 기자

◇ 서킷에 도전장 낸 자신감의 근거를 찾아서


기자가 뉴 CR-V 하이브리드를 만난 곳은 전남 영암군 영암 국제자동차경주장이었다. '파워풀 하이브리드(The Powerful Hybrid)', '역동적인 퍼포먼스'라는 수식어와 더불어 서킷에 차량을 올려놓아 동력 성능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한 듯하다.

대개 하이브리드 전기차라고 하면 출력이 약하지 않을까 생각하기 십상이다. 통념과는 달리 배터리가 살아있어 전기 모터가 엔진을 보조해주는 동안 일반 가솔린 차량보다 가속에 유리하고 동급 디젤 엔진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성능을 체험하기 위해 서킷으로 진입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EV(전기) 모드'를 활성화해 저속으로 주행했다.

혼다 뉴 CR-V 하이브리드는 모터 2개가 돌아가는 '혼다 스포트 하이브리드 i-MMD' 시스템을 탑재해 시속 40km까지 엔진 동작 없이 전기 모터로만 달린다.

모터 최고출력은 184마력, 최대토크는 32.1kg·m로 초반 가속에서 부담 없이 밀어줬다. 전기 모터 특유의 순간적으로 발진하는 느낌이 제법 괜찮았다.

단계를 거듭하면서 서서히 속력을 높여갔다. 시내 주행에서 가장 일반적인 시속 60km 안팎으로 트랙을 달렸다.

이 구간에서는 2.0리터 DOHC 'i-VTEC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모터가 본격적으로 호흡을 맞췄다. 계기판을 힐끗 보니 모터(배터리)와 엔진에서 바퀴로 동력 흐름이 전달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시속 120km까지 속력을 높였다. 모터와 엔진 모두 바쁘게 돌아갔다. 이 구간까지는 차가 힘들어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몸을 뒤로 강하게 잡아끌지는 않았으나 운전자가 생각한 대로 착실하게 치고 나갔다.

혼다 '뉴 CR-V 하이브리드' 엔진룸.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성상영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혼다 '뉴 CR-V 하이브리드' 엔진룸.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성상영 기자

◇ 하이브리드 진가는 공도(公道)에서 드러난다


기자는 서킷에서 준비운동을 마치고 도로로 나섰다. 영암국제자동차경주장에서 해남 땅끝마을까지 왕복 200여km에 이르는 꽤나 긴 거리였다. CR-V 하이브리드가 어떤 성격을 가진 차량인지를 생각하면 진가는 여기서 드러난다.

공도(公道)로 올라오니 서킷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점들이 보였다.

우선 하이브리드차답게 조용했다. 시속 80~100km에서 음악을 듣거나 옆 사람과 대화를 할 때 소리를 크게 키우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모터 도움으로 엔진을 쥐어짤 일이 잘 없기 때문인 듯했다.

엔진 소음이 억제된 탓에 상대적으로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이 나왔다. 그러나 불쾌할 정도는 아니었다. 차량을 시승한 날 유독 바람이 강하게 분 것을 고려하면 맞바람 치는 소리도 심한 편은 아니었다. 꽤나 정숙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한참을 달리던 중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를 만났다. 브레이크를 밟기 전에 회생제동 기능을 사용해봤다. 운전대에 달린 왼쪽 패들쉬프트를 당기니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통해 회생제동량이 표시되며 차량이 속력을 줄이기 시작했다.

회생제동은 차량이 정지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을 역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술이다. 회생제동량을 최고 단계인 4단계로 높이자 속력이 확연하게 떨어지며 배터리가 충전됐다. 도로 상황에 따라 알맞게 사용한다면 시내 주행은 물론 장거리에서도 유용할 듯했다.

신호가 바뀌고 다시 가속 페달을 밟았다. 페달을 밟는 깊이에 꼭 알맞게 움직였다. 흔히 말하는 반응이 좋다는 뜻이다.

특히 초창기 하이브리드차는 모터에서 엔진으로 주도권을 넘겨주는 순간에 한 번 턱 하고 걸리는 느낌이 들었는데 CR-V 하이브리드는 매우 자연스럽게 엔진이 동작했다.

엔진과 맞물린 연속가변변속기(CVT·무단변속기)는 차량이 변속하는 느낌 없이 엔진이 최고 효율을 내는 회전 수를 유지했다. 그 덕분에 상당히 가속이 부드러웠다.

혼다 '뉴 CR-V 하이브리드' 실내.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성상영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혼다 '뉴 CR-V 하이브리드' 실내.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성상영 기자

◇ 운전자·탑승객 둘 다 만족할 듯…"실용성 인정"


어느덧 반환점인 땅끝마을에 다다랐다. 편도 100km, 시간으로는 약 1시간 30분이 걸린 만만한 거리가 아니었으나 딱히 피곤하지 않았다. 시간도 잘 갔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이 갖는 이점을 잘 살린 덕분이기도 하겠거니와 정숙성, 승차감 같은 요소도 운전자 체력 보존에 도움이 됐다.

영암에서 해남으로 넘어가는 왕복 4차로 국도는 노면 요철이 많아 상태가 썩 좋지 않았는데 차량이 충격을 받아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아무래도 차체가 높은 SUV여서 상하좌우로 흔들림이 있었지만 둔탁하지는 않았다.

뉴 CR-V 하이브리드는 주 이용층이 가족 단위인 만큼 안전과 실용성에도 신경을 썼다.

차급에 맞는 넉넉한 2열 좌석과 적재 공간을 갖춰 편하게 탈 수 있을 뿐 아니라 큰 짐을 싣는 데에도 문제가 없었다. 제원상 실내 탑승 공간은 2914리터이고 적재 공간은 2열 좌석을 접었을 때 1945리터까지 늘어난다.

아울러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외부 상황을 인지하고 사고 예방을 돕는 주행 보조 시스템 '혼다 센싱'을 기본으로 탑재했다. 혼다 센싱에는 ▲자동 감응식 정속 주행 장치(크루즈컨트롤) ▲차로 유지 보조 시스템(LKAS) ▲추돌 경감 제동 시스템(CMBS) ▲차선 이탈 경감 시스템(RDM) ▲자동 상향등(오토 하이빔) 등이 포함됐다.

서킷과 공도에서 한나절 동안 경험한 뉴 CR-V 하이브리드를 간단히 요약하면 '패밀리 SUV의 교과서'랄까. 가족이 타는 차로서 갖춰야 할 기본기에 충실한, 또한 그것이 매력인 차였다.

뉴 CR-V 하이브리드는 ▲4WD EX-L(4510만 원) ▲4WD 투어링(4770만 원) 두 가지 트림(등급)으로 판매된다.

혼다 '뉴 CR-V 하이브리드' 2열.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성상영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혼다 '뉴 CR-V 하이브리드' 2열.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성상영 기자



성상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