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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 성장통]"간호사 경력? 품질 감안해 가격 더 쳐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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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 성장통]"간호사 경력? 품질 감안해 가격 더 쳐드리겠습니다"

- 간호사 경력으로 글로벌 의료 산업계로 침투 성공 -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부총장(전무)이미지 확대보기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부총장(전무)

"신과장님! 회사가 제시한 가격이 너무 낮습니다. 제품 수준과 품질에 비해서"
"네? 무슨 말씀이신지요?"라며 되물었다. 귀를 의심했다.

미국의 의료용품 다국적기업인 'U&I(가칭)'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제품개발 책임자인 '미스터 피(Mr. P)'가 시제품을 검토한 이후에 내놓은 답이었다.

"우리가 원하는 아이디어를 완벽하게 실현해 줄 회사도 많지 않고 이만큼 만족할 만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해줄 수 있는 회사가 드물기에 자부심을 가져도 됩니다. 본사 승인은 내가 책임질테니 좋은 제품만 꼭 만들어주시면 됩니다" 가슴 벅찬 일이었다.

■간호사 6년 경력 두고 미지의 현장으로

신소령(가명) 과장이 근무하고 있는 'MD(가칭)'사는 태국에 있는 한국계 회사로 의료용품과 의료 교육, 의료 실습용 도구를 직접 개발하거나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ODM(원천디자인제조) 회사다. 창업 역사도 짧고 인원도 10명 안팎인 스타트업이었다. 의사나 간호사 교육, 실습과 모의 경험에 직접 사용되는 다양한 제품들이기에 신체 각 부위와 유사한 질감과 모양을 만들어 내는 것이 사업의 승패를 좌우하는 CSP(Critical Success Point)이자 핵심역량이었다.

신 과장은 지난 2018년 8월 대우세계경영연구회 글로벌청년사업가(GYBM)양성과정에 도전했다. 그는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했고 서울대병원 등에서 6년 넘게 간호사로 근무했다. 한때는 외교부 산하 공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저개발국에 나가 의료활동도 경험했다. 남다른 장점은 어떤 일이라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하고 스피치도 잘해 간호사나 의료진교육을 도맡았다. 해외로 나가 남다른 일을 해보고 싶은 터에 GYBM 태국과정을 만난 것이다. 1년간의 현지어, 영어, 직무, 리더십교육등을 마치고 이듬해인 5월에 지금의 MD에 취업했다.마침내 본인의 의료관련 업무 경력과 같은 맥락의 일을 찾은 것이다.
■세계 최고 글로벌 기업 만나 벽 허물었다

처음에 소개한 상황은 신 과장이 입사한지 6개월 만에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 학회에서 고객사 제품 개발 담당자로부터 들은 말이다. 그는 입사한 지 1개월 지난 시점인 지난해 6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글로벌 최고급의 다국적 기업 U&I 아시아태평양미팅에 초대를 받아 참여하고 단독 부스로 전시하고 프레젠테이션했다 거기에서 미스터 피가 아시아지역에 처음으로 선보일 모의 실험(시뮬레이션) 모델 개발을 해달라는 주문을 했다. MD사는 최고의기회를 잡은 것이다.

주문을 받은 즐거움도 잠시였다. 이메일과 통화를 반복하며 시제품을 개발해 보냈으나 질감과 상황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제대로 되질 않았다. 발주자의 본제품조차 신제품이어서 이해부족이 더 컸다. 다행히 샘플을 직접 만져보고 비교할 기회를 주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본제품의 강점을 부각하도록 시뮬레이션모델을 개발하겠다는 취지로 간곡하게 부탁한 결과 본제품을 개발 기간 동안 대여받을 수가 있었다.

그 때부터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마침 미스터 피는 "시뮬레이션 모델 개발자가 의료인이고 제품의 기능을 완벽하게 이해해 줘서 고맙다"면서 품질이 좋으니 가격을 더 쳐주겠다고 해다. 세계 최고의 글로벌 기업에 납품하는 기회와 최고의 고객만족을 경험한 것이다. 그 이후 순조롭게 이어져 계속 반복 주문이 됐고 미국 본사 제품개발에도 MD사를 소개했다. 무엇보다 개발자인 신 과장을 제대로 알아봐준 미스터 피가 정말 고마웠다. 좋은 성과로 이어져 미스터 피의 회사 내 입지가 좋아졌다는 말이 가장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러면서 태국에 첫 발을 내디딘 2019년이 마무리됐다.

■후배들아! 기회의 땅에 도전하라.


소감을 물었더니 두 가지로 당차게 말했다.

첫째, 간호사와 의료 관련 현장 경험만 있어 사무나 영업 관련 업무의 미숙함이 걱정이었다. 그러나, 간호사라는 장점이 회사와 고객사에 큰 힘이 된 이 일로 걱정은 뒤로 했으며 자신감을 가졌다. 절대 강점은 없었다. 비교우위 인 간호사 경험은 태국, 동남아에서 큰 무기가 됐다. 덕분에 입사 1년 반이 지난 지금은 제품개발, 영업, 마케팅, 통관, 식약청(T-FDA)관련 업무 등으로 맹활약을 하고 있다.

둘째, 한국의 많은 간호사들이 의료현장에서 적응이 어려워 고민하는 후배들이 많다. 더 넓은 개념의 의료현장, 즉 의료용구나 모의 경험용구, 의류나 잡화, 장비, 환자 보조 장구 등의 의료 산업에도 길이 많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에서 이런 사업은 가격 경쟁력이 없다. 그러나 동남아에 나오면 기회가 무궁무진하다.

듣고 보니, 대단한 기회를 잡았고 짧은 시간에 참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마디 거들었다. "U&I의 미스터 피가 진정한 비즈니스맨이다. 좋은 인연이고 좋은 모습을 본 것이 가장 큰 자산이다. 좋은 인연으로 이어가며 배우기 바란다"

전화를 끊으려는 데 그는 "전무님, 우리 태국반 과정이 지난해 없어 많이 서운했습니다. 이번에 오는 4기 연수생들 잘 키워주세요"라며 밝은 목소리로 한 마디 거들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에 치료제나 백신을 맞은 것 같았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