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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금융당국 투기 억제 위해 부동산 대출 총량 규제 단행…30년 전 일본 거품 붕괴 ‘데자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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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금융당국 투기 억제 위해 부동산 대출 총량 규제 단행…30년 전 일본 거품 붕괴 ‘데자뷰’

중국 금융당국이 투기 억제를 위해 부동산 대출 총량 규제를 단행하면서 30년 전 일본 거품 붕괴 때와 닮은꼴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금융당국이 투기 억제를 위해 부동산 대출 총량 규제를 단행하면서 30년 전 일본 거품 붕괴 때와 닮은꼴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중국 금융당국이 은행의 부동산 대출 규제를 단행했다. ‘총량 규제’를 보도한 신문의 제목에 30여년 전 일본이 단행했던 총량 규제와 너무 닮았다는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당시 일본의 규제는 땅값 거품이 꺼지면서 1년 9개월에 풀렸다.

중국 중앙은행 인민은행과 은행‧보험 감독 관리위원회(은보감회)는 지난해 12월 31일 은행을 규모별로 5등급으로 나눠 부동산 대출과 가계주택 대출에 각각 상한선을 두겠다고 발표하고 다음 날인 1월 1일부터 실시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알려진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중국 칭화대 연구자들과 ‘Peak China Housing’이라는 논문을 발표하고 중국 부동산 가격이 불안정의 절정에 있다고 경고를 날린 것은 지난해 8월이다. 다음 달에는 중국에서 톱 3에 들어가는 부동산 대기업 항대(恒大) 그룹이 채무를 줄이기 위한 자금 융통에 보유 물건을 일률적으로 30% 할인 판매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그 무렵부터 중국 당국의 부동산 버블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이 강해지고 있다. 11월 말에는 궈수칭 은보감회 주석이 “부동산 시장이 금융 리스크를 가중시키는 최대의 회색 코뿔소”라고 언명했다. 여기서 ‘회색 코뿔소’란 큰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지만 간과되는 위험을 말한다.

이어 12월 중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결정된 2021년 경제정책 기본방침은 8개 중점시책 중 하나로 대도시 주택 돌출문제 해결을 꼽고 ‘주택은 살기 위한 것이지 투기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명시하고 (투기 대상이 되지 않는) 장기임대주택 건설 등에 주력하기로 했다.

이번에 단행한 총량 규제도 투기 억제책 일환이다. 1등급은 중국 공상은행 등 6대 국유 상업은행과 국가개발은행 등 7개 은행으로 전체 대출에서 부동산 대비 40%, 주택담보대출은 32.5%가 상한선이다. 2등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7.5%, 20% 상한선 등 5등급까지 소규모 은행일수록 대출한도의 천장이 낮아지는 설정이다.

이는 부동산 대출이 부실해지기 쉬울 것으로 내다본 당국이 은행의 체력 차를 고려한 것이다. 거품기 일본의 총량 규제는 1990년 3월 말 대장성(현 재무성 금융청)의 은행 국장 통달로 발령돼 금융기관 규모와 관계없이 부동산 대출 증가율을 총대출 증가율 이하로 억제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듬해 땅값이 약세를 보였고 1991년 12월 규제가 풀렸다.

하지만 해제 후에도 땅값 하락은 멈추지 않아 총량 규제가 땅값 거품 붕괴의 신호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규제대상이 아닌 농협 계통 금융기관이 주택금융 전문회사(주전) 등에 빌려주면서 거액의 부실채권이 발생해 공적자금 투입으로 이어졌다.

로고프 논문은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가격의 부정합과 지역적인 수급의 미스 매치가 있어, 조정은 필요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빈집(실) 비율의 높음이나, 가계 소득의 침체, 주택 구매 연령층(20-50세)의 인구 감소 등도 이유로 들었다.

유령마을이 발생하는 등 지방 도시부터 집값 하락이 시작되고 있고 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1선 도시 일부에서도 가격 하락이 알려졌다. 거품이 가득찬 상태에서의 총량 규제 도입은 30년 전의 일본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버블 붕괴 시기나 규모를 올바르게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만, 로고프 교수 등은 만일 부동산 활동이 20% 떨어지면, 중국의 GDP를 5~1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