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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개발 포기한 세계 2위 제약사 머크의 새로운 도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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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개발 포기한 세계 2위 제약사 머크의 새로운 도전은?

세계에서 가장 큰 제약 회사 중 하나인 미국 제약회사 머크(Merck). 사진=Merck이미지 확대보기
세계에서 가장 큰 제약 회사 중 하나인 미국 제약회사 머크(Merck). 사진=Merck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은 결국 백신 개발을 통한 세계적 접종을 통해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엔 화이자와 모더나, 존슨앤존슨(J&J), 노바백스, 사노피, 아스트라제네카, 시노백,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 제약사들이 적극 뛰어들어 일부 기업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 자사의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런 와중에 그동안 명성을 공고히 했던 초우량 백신 개발회사 머크(Merck)는 코로나19 국면에서는 경쟁에 뒤처지고 말았다. 머크는 지난해 83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제약업체들 중에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이런 이력을 지녔지만, 머크는 지난해 자체 백신 개발에 나섰다가 실패한 뒤 입장을 바꿨다. 경쟁 제약사들의 백신 생산을 돕기로 하고 미국 연방정부와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1891년에 창립된 머크는 백신 개발 역사만 100년을 넘기고 있다. 에볼라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백신을 개발하는 등 현대 백신 개발의 증인이었다.

이런 회사였기에 지난해 5월 경쟁사들에 비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뒤늦게 뛰어들 때도 결국 승자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최초 개발회사는 안 되더라고 세계2위 백신 제조회사로서 그 위상을 다시 굳건히 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지난 1월 머크는 백신 개발을 포기했다. 2종의 백신 후보물질에 대한 초기 임상이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자체 개발을 포기하고, 경쟁사들에게 백신을 생산해 공급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엔 머크가 1년이 안 되는 동안에 직면한 어려움과 대처 방식이 잘 드러난다.
머크의 실패엔 여러 배경이 작용했지만, 영국 옥스퍼드대학과의 초기 대화 실패도 주요 원인이 됐다. 옥스퍼드대학은 머크와 공동개발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이 대화는 실패로 돌아갔다.

옥스퍼드대학은 결국 아스트라제네카를 파트너로 삼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머크의 마이클 낼리 최고마케팅경영자(CMO)는 지난 1월 “우리는 정부와 보건당국, 백신 최고 전문가들과 정기적 대화를 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현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머크 측이 구체적인 대화 상대와 어떻게 백신 생산을 도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백신 생산 경험과 기술을 지닌 입장을 충분히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낼리 CMO의 입장 표명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에 직면해 제약업계 내부에서 머크의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 와중에 나왔다.

빌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지난 2월 초 “머크가 백신 개발에 성공하지 못했다”며 “다른 종류의 백신을 개발하려고 하고 있는데,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연방정부는 머크에 ‘아니다”고 말해야 한다”며 “백신 물량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머크는 (백신 개발에 실패했지만) 백신을 생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조 바이든 정부는 모두 화이자와 존슨앤존슨의 백신을 생산하는 과정에 머크를 협력회사로 등재하는 문제를 고려했다.

머크는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백신 생산 물량 확대와 변이 바이러스 출현에 적극 대응해야 하는 미국은 물론, 백신 물량 자체가 부족한 세계 각국에서의 역할은 더 중요하다.

최종 결정과 백신 제조 공정의 복잡성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움직임까지는 몇 개월이 걸릴 여지도 있다.

앞서 사노피와 노바티스는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백신을 포장하는 등 백신 생산 공정의 마지막 단계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백신 물량이 부족하고, 백신 포장 등의 과정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역량을 발휘하겠다는 것이었다.

머크가 미국 등 세계가 직면한 코로나19 사태 해결에 어떤 방식으로 힘을 보탤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이 되지 않았지만, 백신 명가로서 그 경험의 일부를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게 다수 제약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그런 경험이 머크의 미래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유명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yo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