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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한달 새 유럽 증시 1위 자리 런던서 암스테르담으로 이전…탄소 시장도 뒤따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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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한달 새 유럽 증시 1위 자리 런던서 암스테르담으로 이전…탄소 시장도 뒤따를 듯

브렉시트 한 달 만에 런던을 제치고 유럽 증시의 중심지로 떠오를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이미지 확대보기
브렉시트 한 달 만에 런던을 제치고 유럽 증시의 중심지로 떠오를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

유럽 증권거래소 1위 자리가 런던에서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으로 옮겨간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이탈한 지 한 달 만에 오랫동안 유럽 금융의 중심으로 군림해온 두 도시의 입장이 뒤바뀐 것이다.

프랑스 경제지 ‘레 제코’에 따르면 두 도시에서 거래소를 운영하는 CBOE(시카고 옵션 거래소)의 유럽 데이터에 따르면 1월 주식매매액은 암스테르담이 하루 92억 유로(약 12조3,090억 원)였던 반면 런던은 86억 유로(약 11조 5,063억 원)를 기록했다. 암스테르담의 거래 규모는 지난해 12월의 4배 이상 크게 늘어난 반면 런던은 146억 유로(약 19조 5,339억 원)에서 86억 유로로 40% 넘게 감소했다.

영국의 EU 이탈이 개시된 1월 4일에는 런던으로부터 60억 유로(약 8조276억 원) 이상의 유로 표시 주식거래가 하룻밤 새 EU의 거래 플랫폼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고객을 잃는 것을 피하려 CBOE, 터키, 아퀴스 등 런던을 거점으로 하는 대안 운영자가 유럽 대륙에 플랫폼을 개설한 가닭이다.

그리고 누구나 놀란 일이지만 유럽 이외의 고객을 포함한 거의 모든 고객이 시장의 단편화를 피하려 이를 따르고 있다. 유동성이 유동성을 끌어당겼다고 리서치 책임자들은 말한다. 또 유럽증시감독국(ESMA)은 런던에서 EU 역내로의 주식거래 이동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항구적이라고 분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네덜란드의 금융자본이 엄청난 기세로 자금을 끌어모으며 돌진을 하는 가운데 프랑스도 지지는 않았다. 유로넥스트 파리(파리 증권거래소)와 아퀴스(핀테크 플랫폼)의 하루 거래대금이 60억 유로(약 8조260억 원)를 돌파하며 지난해 12월 수준의 1.5배 이상을 기록했다. 이로써 파리는 거래규모로 프랑크푸르트를 제치고 3위에 올라섰다.

■ 탄소거래 시장 중심도 이전

암스테르담과 런던의 격차는 앞으로 더욱 벌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2월 8일 미국의 세계 최대 거래소 그룹인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는 CO2 배출량과 유럽 탄소 선물시장을 2분기 중 런던에서 암스테르담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ICE 탄소 시장은 하루 평균 10억 유로(약 1조3,377억 원)가 거래되는 최대 시장 중 하나다. 이것이 무엇인가 하면 ‘CO2로 오염될 권리의 매매’다. 선진국은 쿄토 의정서에 근거해 CO2의 배출량의 상한이 정해져 있다. 그러나 자국의 배출 삭감 노력만으로 삭감할 수 없는 분에 대해 배출범위에 못 미친 나라의 배출량을 거래할 수 있다. 이 배출량을 기업이나 국제간 유통 시 CO2 배출범위·탄소 크레디트로 취급한다.

EU는 기후변화와의 싸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1997년 교토의정서에 이은 회의는 2015년 파리에서 ‘유엔 기후변화 회의’로 개최되었으며 통칭 ‘파리협정’이 체결됐다. 탄소 시장은 과거 5년 동안 2배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적 금융데이터 전문회사 레피니티브(Refinitiv) 조사에 따르면 유럽의 탄소 크레디트 시장(ICE와 경쟁사 포함) 전체 가치는 2019년 1,690억 유로(약 226조645억 원)에서 2020년 2,010억 유로(약 268조8,697억 원)로 크게 올랐다고 한다. 이런 초대형 시장도 암스테르담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이 이전 결정은 런던 증권거래소만의 타격은 아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최근 ‘그린 파이낸스’의 세계적 리더가 되겠다며 독자적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비전을 밝혔지만, 큰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르 피가로’지가 보도했다.

■ 런던은 왜 이렇게 됐나?

수천조 단위의 거래가 런던을 떠나 바다를 건너 암스테르담으로 찾아왔다. 유럽 금융의 중심지 런던과 영국의 쇠락이 이렇게 빨리 드러날 줄이야. 왜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는가. 프랑스 경제지 ‘레 제코’는 금융분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소개했다.

첫째, 정치 역학은 아일랜드 국경에 주목을 끌게 했기 때문에 상품 무역에 주목받았다. 다음으로 금융위기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은행을 위한 좋은 거래라는 측면에서 영국 정부는 분명히 우선순위가 낮았다. 그리고 뭐니 뭐니해도 영국의 정부나 규제 당국은 당초부터 EU와 나라의 경제에 있어서 중요한 이 분야에서 자율성의 유지를 바라고 있었다. 다시 말하면 지금까지는 EU 단일 패스포트를 공유하며 독자 통화 파운드도 유지해 왔지만, 그 상태조차 싫어하며 새로운 자율성·독립성을 자청했기 때문에 이렇게 됐다는 것이다.

■ EU측과 진전되지 않는 교섭

런던과 브뤼셀 사이에서는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장기적인 관계를 매듭짓기 위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3월 완료될 예정인 협상 결과는 불투명해 보인다. 논의의 내용은 ‘동등성’의 문제이다. ‘동등성’이 무엇인가 하면 자기 나라(또는 지역)의 감독 기관이 외국의 규제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자국과 ‘동등’하다고 인정할 경우에 한해 자국 시장의 액세스를 인정하는 구조다.

영국은 지난해 11월 동등성 평가를 EU에 일방적으로 부여했다. 그러니까 EU의 기업은 영국에서 지금까지와 같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 영국 정부는 EU가 같은 혜택을 영국에도 베풀 것을 촉구해 왔다. 그러나 다급하게 서둘러 지난해 12월 24일 타결된 자유무역협정에는 금융서비스업의 동등성을 인정하는 내용이 없었다.

지금은 3월까지 협상 기간이지만 EU 측에서 서두르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2월 잉글랜드 은행 총재 앤드루 베일리는 비현실적이고 위험한 EU의 요구를 비난하며 금융 분야에서 영국과의 갈등을 풀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원래 영국은 ‘EU의 단일 패스포트 제도’를 대체할 수 있는 ‘상호 승인 제도’가 아니라 핵심적인 금융서비스에 대해 모든 범위를 포괄적으로 커버하지 않는 ‘동등성’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자율성을 유지하는 것을 바라는’ 행위였을 것이다.

앞으로 런던이 동등성의 혜택을 받게 되더라도 암스테르담이나 파리로 옮겨버린 거래를 되살리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다 더욱 걱정스러운 점도 있다. 유로 표시 금리 스와프 거래에서 런던거래소의 점유율은 1월에 40%에서 10%로 급전직하했다. 그러나 이 움직임은 유럽 이상으로 미국에 혜택을 줄 것으로 보여 EU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 돌고 도는 역사의 이아러니

100년 단위로 역사를 되돌아보면 감회가 새롭다. 자본주의 역사는 서장이 베네치아공화국 등 도시국가라면 1장이 네덜란드, 2장이 영국, 3장(현대)이 미국이다. 지금 다시 네덜란드가 복권되고 있으니 역사의 묘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업계단체인 ‘The City UK’가 2019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영국 세수 전체의 10.9%를 금융서비스업이 차지했다. 따라서 이가 줄어들면 영국에 더 큰 타격이 될 것이다. 런던의 쇠락도 영국의 쇠약도 불을 보듯 뻔하다. 브렉시트에서 영국의 많은 경제업계 단체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EU 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 만이 아니다. 원래 요구가 모순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국제 비즈니스 관련자나 이를 이해하는 사람치고 EU 이탈을 원한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영국 정계와 영국 경제계의 요구는 합치하지 않고, EU 측에 있어서는 이상한 일이 되었다. 그러나 광대하고 자원도 식료도 풍부한 미국과 달리 영국은 국제 비즈니스를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나라다. 브렉시트에서 도대체 영국의 누가 이득을 봤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