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IT로 무장한 미얀마 젊은이들 SNS 통해 쿠데타 지휘부 약점 찌르며 '심리전' 민주화 요구

공유
0

IT로 무장한 미얀마 젊은이들 SNS 통해 쿠데타 지휘부 약점 찌르며 '심리전' 민주화 요구

양곤에서 군부 쿠데타 항의를 상징하는 세 손가락을 펼쳐들고 항의하는 미얀마 젊은이들.이미지 확대보기
양곤에서 군부 쿠데타 항의를 상징하는 세 손가락을 펼쳐들고 항의하는 미얀마 젊은이들.

미얀마군이 쿠데타로 전권을 잡은 지 3주 가까이 지났다. 군은 법률 일부를 정지하고 영장 없이 체포를 가능케 하는 등 반대 운동 옥죄기를 강화하고 있다. 또 사면을 준 다수의 전 수형자를 치안 부대에 투입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무성하다. 그러나 절대 군정시대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시작된 시민 불복종 운동은 세대와 직종을 초월해 확대되고 있다. 일부 공무원들은 항의 표시로 출근하지 않았고 상업은행은 ATM을 제외하고 업무가 중단됐으며, 철도 비운행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그래도 시민들의 불만은 높아지지 않았다고 한다.

1988년과 2007년 일어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때는 모두 군은 총을 겨눈 채 유혈 참사를 빚었다. 그 과거를 아는 20대는 치안 부대나 군과의 정면충돌을 피하면서 다양한 수단으로 연대를 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군 지휘부를 경계시키고 있는 것은 ‘묵은 세대’의 약점을 찌르는 그룹들의 수법이다.

미얀마에서 인터넷이 공식적으로 해금된 것은 최근 10년 정도의 일이지만 젊은이들의 IT에 관한 능력은 타국의 젊은이에게 뒤지지 않는다. 인터넷을 이용해 쿠데타에 항거하는 ‘키보드 전사’로 불리는 이들은 운동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군이 어떤 작전을 세우려는 것인지 등 상세한 정보를 빠르게 인터넷에 퍼뜨려 국영 언론의 정보보다 더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얼마 전에는 정보부 웹사이트를 해킹해 민주화를 요구하는 운동의 상징인 세 손가락 세운 손을 올리고 쿠데타를 거부한다고 썼다.

■ 미신에 빠진 군 수뇌부의 심리 이용

군 지휘부를 떨게 한 것은 심리전을 펼치는 그룹이다. 미얀마 사람들에게 점성술이나 마술은 일상적인 것으로 중요한 결단을 내릴 때 점쟁이를 찾는 일도 흔하다. 권력과 이권을 거머쥐고, 거기에 매달리고 싶은 군 상층부와 그 아내는 유난히 미신이 깊고 걸핏하면 점에 의존한다는 것은 국민에 널리 알려져 있다. 미얀마의 수도가 2006년 양곤에서 네피도로 바뀐 이유도 당시 군정 수장이었던 탄 쉐가 신뢰했던 점성술사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게 시민들 사이에 떠도는 소문이다.

그런 군 수뇌부의 약점을 찌르고 심리적 흔들기를 위해 시작된 것이 ‘국민 저주운동’이다. 중심이 된 것은 20대 중반의 점성술사 혜인 민 아응으로 6년 정도 전부터 ‘새로운 해’에 대해 발표한 예측이 정확하다는 평판이 나면서 셀럽급의 인기를 자랑하게 되었다. 2021년의 사건으로 발표된 예측에는 ‘정변으로 낡은 얼굴이 다시 드러난다. 세계는 미얀마의 마술의 힘을 목격할 것이다’ 등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해인 민 아운은 쿠데타가 일어난 지 사흘 뒤인 2월 4일 “그들은 점성술과 미신, 마술의 힘을 극단적으로 믿고 있다. 우리는 무엇이 그들을 두렵게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저주운동을 함께 시작하자”며 군사정권의 실각을 기원하는 ‘국민저주운동’을 페이스북에 만들어 시민들에게 동참을 호소했다.

군의 체포자 명단에 이미 포함된 혜인 민 아응은 “당신(국군 총수)은 우리를 체포하면 이 운동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당신보다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시민들은 이해하고 있다.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의 독재자가 끝나는 날이 머지않았다. 이달 말까지 시민들은 좋은 소식을 들을 것이다. 군정 수장인 민 아응 흘라잉을 지지하는 군은 불길에 직면할 것이다”라고도 쓰고 있다.

■ 쿠데타에 대한 ‘저주운동’으로 확대

페이스북에는 9개의 칼 위에 촛불을 켜고 독재자를 지옥으로 보내는 저주의 방법을 보여주는 사진들도 올라와 천 번 이상 공유됐다. 국군은 해인 민 아운을 12일 체포했는데 그 자체가 군정 수장이 진짜로 저주운동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불복종 운동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국군이 과거처럼 옥죄어 유혈사태가 벌어질지. 예측은 허락하지 않지만, 젊은이들이 계속 내보내는 전략에 주목해 가고 싶다. “그들은 데모 후, 현장에 흩어진 페트병이나 쓰레기를 주워 정리하고 있다” 2007년 반 군정운동에 참가한 세대의 남성은 자랑스러운 듯이 말하고 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