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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대미 무역보복 조치로 ‘희토류 수출 제한’ 시사하면서 단행을 못 하는 결정적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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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대미 무역보복 조치로 ‘희토류 수출 제한’ 시사하면서 단행을 못 하는 결정적 이유는?

사진은 중국이 세계 최대 산출국인 21세기 최고의 전략자원으로 일컬어지는 희토류 모습.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은 중국이 세계 최대 산출국인 21세기 최고의 전략자원으로 일컬어지는 희토류 모습.

희토류 주요 산출 국인 중국이 ‘만약 수출 제한을 단행하면 미국과 유럽의 방위산업에 얼마나 타격을 줄 수 있을까’라는 평가를 시작했다. 미국에 대한 희토류 규제라는 중국의 ‘보복’ 조치가 자주 도마에 오르지만, 어느새 흐지부지되고 있다. 중국 측이 이를 단행할 수 없는 사정은 도대체 무엇일까?

■ 수출 제한 땐 미 방위산업에 어느 정도 영향?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이달 16일 미‧중 갈등 시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할 경우 방위산업체를 포함한 미국과 유럽 기업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냐고 중국 정부 당국자가 업계 간부에게 질문했다고 전했다. 중국이 희토류의 수출 규제라고 하는 카드로 미국 측을 흔들겠다고 하는 제스처를 내비친 형태다.

희토류 원소 규제는 2019년 미‧중 관계가 악화했을 때에도 주목받았다. 당시의 트럼프 정권이 중국 통신기기 대기업 화웨이 기술에 대해 미 제품 수출이나 미국 유래의 기술이전을 규제하는 등 강경 자세를 보였다. 이때도 중국 측이 보복 조치로 희토류 수출 규제를 할지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장은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서 FT 보도를 미‧중 갈등의 기운을 더 북돋우고 이를 반기고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중국이 미국에 희토류 전쟁을 벌여야 할 만큼의 갈등에는 이르지 못했다며 불 끄기로 돌아섰다. 동시에 바이든 현 정부를 향해 “이성을 되찾고 미·중을 심각한 관계 단절의 방향으로 몰고 가지 말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 중국 “중동에 석유, 우리에겐 희토류” 자부심

희토류 원소란, 희소금속의 일종으로 자력을 강하게 하는 네오디뮴이나, 고온에서도 자력이 떨어지지 않는 디스프로슘 등 17종 원소의 총칭이다. 스마트폰, PC, 에너지 절약 가전, 하이브리드 자동차, 전기자동차(EV),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 대전차 미사일 자벨린, 레이저 등 폭넓은 분야에서 불가결한 재료이며 ‘산업의 비타민’이라고도 불린다.

그 희토류의 매장량은 중국이 세계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에서는 1950년대부터 저우언라이 총리(당시) 등이 희토류 원소 산업에 주목해 발전 계획을 세워 왔다. 1992년에는 당시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이 남방시찰 때 “중동에 석유가 있고, 중국에 희토류가 있다”라며 적극 적인 발굴사업을 지시해 왔다. 중국은 싼 채굴 비용을 배경으로 생산을 급확대시켰고, 거기에 밀린 미국 등은 산업을 축소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 결과 중국은 2007년 세계 생산량의 96.8%를 차지하는 ‘나 홀로’ 생산국이 됐다.

한편, 중국의 희토류 원소 산업에는 다양한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다.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생산 통제가 느슨해져, 불법 채굴이나 밀수가 횡행하고, 생산 과정에서 토양·지하수·대기의 오염이 심각화 되는 것과 동시에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수반해 희토류의 국내 수요의 대폭 증가 등으로 수출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있다.

■ 희토류 전략적 활용엔 곳곳에 많은 부작용

중국은 ‘나 홀로’ 승리를 배경으로 외교 관계가 악화된 나라에 수출 규제라는 카드를 내밀어 왔다. 그것이 분명히 나타난 것이, 2010년 9월 7일에 일어난 오키나와현 앞바다 센카쿠 열도에서의 중국어선 충돌 사건이다. 일본 영해 내에서 불법 조업한 중국어선이 해상보안청의 순시선과 충돌하면서 당국이 선장을 체포했다. 그러자 중국 측이 반발해 일본 전용의 희토류 원소 수출의 통관 수속을 지연시키는 사실상의 ‘금수’ 조치를 단행하면서 일본 측을 흔들었다.

하지만 희토류의 전략적 활용이 상대국에 타격을 주는 한편, 많은 부작용도 드러냈다. 일본은 이 사건 후 “중국에 의지하지 않는 공급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새로운 공급망 구축을 진행하는 것과 동시에 대체 기술의 개발도 촉진했다. 이에 따라 전체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85%에서 2018년 58%까지 낮아졌다.

게다가 최근엔 중국산 희토류의 상대적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중국이 국제적 신뢰를 잃으면서 아프리카, 중남미 등 해외에서 다른 자원을 채굴하기 어려워지고, 불법 채굴이나 밀수가 성행하는 등의 역풍이 불면서 중국의 희토류 산업도 타격을 받는 형태가 되었다. 대미 규제가 단행될 경우도 비슷한 사태가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 있어서 희토류 규제는 ‘양날의 검’이 되고 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