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랜드마크가 된 세빛섬과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나 ‘I SEOUL U’로 대변되는 시민과 소통하는 여러 정책과 덕수궁 돌담길, 서울역 환승센터 ‘아트 쉘터(Art Shelter)’, ‘서울로 7017‘처럼 주변의 경관을 잘 활용한 공공디자인의 우수한 사례들이 있다.
세빛섬(Some Sevit)은 한강르네상스의 일환으로 2006년 추진된 민자사업(BOT)으로 만든 인공섬이다. 한강에 색다른 수변(水邊)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랜드마크를 만들어 보자는 기획 의도와 달리 착공 초기에 부정적인 여론으로 표류하기도 했지만 2014년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촬영장소로 제공되며 국제적인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거대 SOC 같은 정책적인 디자인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산업의 측면에서 이뤄지는 디자인 지원 정책 또한 중요한 상황이다. 디자인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의 디자인 이슈에 맞물려 다양한 업그레이드의 기회로서 대두되고 있는 공공의 디자인 영역 확대는 최근과 같이 어려운 코로나 시국에 꼭 필요한 정책이라 할 수 있겠다.
대한민국의 디자인 기관을 살펴보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인 한국디자인진흥원(KIDP)을 필두로 산업디자인진흥법에 따라 지자체 산하기관(출자·출연기관)으로 서울디자인재단(Seoul Design Foundation), 대구경북디자인센터(DGDC), 부산디자인진흥원(BDC), 광주디자인진흥원(GIDP), 대전디자인진흥원(DIDP) 등이 있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많은 성과를 이루고 디자인 산업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중 최근 퇴임한 대구경북디자인센터의 김승찬 원장의 업적은 눈여겨 볼만하다.
재임시절 버려지는 자원에 디자인을 더해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킨 ' 더 나누기' 사업은 섬유 업체에서 버려지는 자투리 원단을 영세 봉제 기업에 맡겨 새로운 제품으로 만든 선순환구조 모델을 만들었으며 이후 '더 나누기 2.0' 으로 폐자원을 활용한 디자인 생태계 조성에 일조하기도 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작년, 섬유기업에서 남는 원단을 기부받아 마스크 1천장을 제작하여 취약계층에 전달하기도 했는데 업사이클(Upcycle}의 본질을 정확히 알고 그 취지 또한 잘 살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량적으로 그는 디자인 과제 지원을 통해 제조사의 매출과 신규 고용에 크게 이바지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처럼 탁월한 성과의 원동력중 하나는 그가 팬택앤큐리텔(Pantech & Curitel) 디자인 본부장 출신의 기업의 디자인전문가(CDO, Chief Design Officer)였던 풍부한 현장 경험이다.
공공의 영역에 기업의 디자인 전문가가 참여하여 전문성을 높이고 정책과 연결되어 가치를 부여하는 선순환구조야말로 디자인 생태계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으며 더 많은 기업 출신 디자인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김정한 씽크디자인연구소 대표